#1. 더치페이, 외국에서는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 시작해야겠다.
나는 더치페이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더치페이는 "개념있는" 여자라면 "당연히"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외국 여자들은 더치페이를 하는데, 한국 여자들은 더치페이를 안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말하면 남성분들이 매우 날 싫어하시겠지?
그런데 실제로는 난 내가 만나는 사람들한테 왠만하면 다 산다. (한국사람들끼리) 1/N 뿐만 아니라 아예 내가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내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취업해서 그렇다. 대부분 나보다 늦게 취업해서 친구들이랑 만날 때 사주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그 중에서도 나보다 훨씬 더 여유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그 친구들이 나한테 사주고 난 기쁘게 얻어먹는다. 그래도 꽤 많은 동갑 여사친/남사친을 만날 때는 아직까지도 거의 항상 내가 내고, 선배님들을 만날 때는 뭐... 생각해보니 나도 얻어먹네? 흠.. 그렇지만 선배님들 만나도 차 정도는 내가 사려고 한다. 선배님들이 까분다며 뭐라 하시긴 하지만.
그러면서 왜 내가 우리나라의 더치페이 강요문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우리 사회에서 더치페이는 "개념있다"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더치페이를 안 하는 사람들은 개념없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부터 더치페이와 개념이 연결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외 서구권 여자들은 당연히 더치페이 한다는 근거없는 루머부터 시작된 거라 생각된다.
일부는 맞다.
해외 서구권 여자들은 "친구" 사이에서 철저히 더치페이한다.
심지어 내가 쏘는 내 생일파티에서도 더치페이 하려고 하더라.
그런데 "이성" 관계에서는 철저히 얻어먹는다.
(얻어먹는다는 표현이 싫긴한데,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구권 국가의 파인다이닝, 미슐린 스타 급 레스토랑에 가보자.
여자 손님, 남자 손님이 받는 메뉴판이 다른 경우가 있다.
여자한테는 가격이 적혀있지 않은 메뉴판을 건네고,
남자한테는 가격이 명확히 잘 적혀있는 메뉴판을 건넨다.
왜일까?
웨이터의 실수일까?
아니다.
보통 데이트하거나 이성관계에서는 남자가 내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게 매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여자가 가격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서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고르는 상황을 막기위해, 남자에게만 가격이 적혀진 메뉴판을 건네는거다.
내가 외국인 남자사람친구랑 밥을 먹을 때도, 상대방이 나한테 마음이 있으면 내가 일부 내겠다는 걸 막는다. "굳이", "기어코" 본인이 다 내려고 한다.
내가 이성관계의 상대방에게 돈을 잘 쓰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원해서"이다.개념있는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도 돈 벌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 정도는 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은 여자친구의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가 원해서 간 곳이라면 난 기꺼이 내가 낸다. 상대방은 내 선호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간 거니까,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그런데 많은 남자들이 더치페이 하는 여자를 찾고, 그런 여자를 개념있다며 칭송한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외국 여자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2. 끼리끼리
사실은 하나도 안 친한 동갑 남자가 뜬금없이 연락왔다.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연락이었다. 내가 "어떤 스타일?" 라고 물으니, "능력 있고 똑똑하고 더치페이 잘 하는 여자" 란다. 그러면서 요즘 한국여자애들은 너무 남자한테 빌붙는 애들이 많고 개념없다는 말과 함께.
+
참고로 능력있고 똑똑한 여자는 애초에 그런 애를 만나려고 하지 않을거다. 보는 눈이 있으니....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팩트 체크를 하지도 않고 우리나라 여자들을 싸잡아서 개념없다고 비하하는 것도 그렇고, 그 애 자체가 너무도 얻어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그 애보다 여유롭다곤 하지만 나랑 친하지도 않은데도 10번 얻어먹었으면 한번쯤 커피라도 살 만한데, 단 한번도 산 적이 없다. 그리고 나한테 밥 사줘서 고맙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그 애를 포함해 여러명이 모인 모임에서 밥을 산거니까, 그 애랑만 따로 만나서 밥 먹은 적은 한번도 없으니까, 커피를 안 산건 그럴수 있다 쳐도.. 고맙다는 말은 카톡으로라도 띡 보낼 수 있지 않나? 더군다나 나랑 친하지도 않은데 모임에 속한 멤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얻어먹은거면서..
본인 스스로는 얻어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본인과 만나는 여자는 당연히 더치페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도둑놈 심보가 싫다.
끼리끼리 라는 말이 있다. 그 남자애가 그러니, 그 주위에 거지근성의 사람들이 꼬인거다. 남자/여자친구가 돈 내는 것을 당연시하고, 아무런 감사 없이 받아먹는 거지근성의 사람들까지 옹호하는 게 절대 아니다. 여자든 남자든, 조금 더 여유있는 사람이 좀더 내는 자연스러움을 주장하고 싶다.
단순히 더치페이의 유무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의 예의를 지키는 정도에서,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성의를 표시하는 정도면,
그게 개념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