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일요일.
남자가 차를 세운다. 여자의 집 앞이다. 여자가 때 맞춰 나온다. 남자의 차를 발견하고 반갑게 웃는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다리를 건너니 한적한 교외의 주택가가 펼쳐진다. 넓은 잔디 운동장 앞에 멈춰선다. 먼저 도착한 몇몇 사람들이 제각각 몸을 풀고 있다. 남자도 운동복과 축구화를 챙겨들고 옷을 갈아 입으러 간다. 여자는 햇볕이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옷을 갈아입고 온 남자가 팔찌를 풀고 반지를 빼 여자에게 채워준다. 멀리서 'zizou'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여자의 볼에 살짝 키스를 남기고 뛰어 간다. 그런 뒷모습을 여자는 마냥 사랑스러운 듯 쳐다본다. 다함께 준비 운동을 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머리에 손을 대는 준비 운동 순서가 되자 남자가 여자 쪽을 바라 보며 씨익 웃는다. 여자도 알겠다는 듯 다시 웃어준다. 경기가 시작된다. 여자는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가끔 탄식을 내뱉기도 하며 남자를 응원한다. 열심히 뛰는 남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전반전이 끝나고 여자가 있는 곳으로 뛰어온 남자에게 여자는 물을 건넨다. 넣지 못한 골에 대해 투덜대는 남자가 여자는 귀엽기만 하다. 경기를 끝내고 다시 다리를 건너니 해가 진다. 다리에 힘이 풀린 남자가 안쓰럽다. 터키 아저씨가 하시는 피자가게에서 바베큐 피자를 사들고 영화를 고르러 간다. 역시나 티격 태격 하지만 이기는 건 항상 남자고, 져 주는 건 항상 여자다. 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본다. 영화가 끝나자 낮에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즐겁게 웃기도 하고, 바보같았던 실수에 아까워 하기도 한다. 살며시 일어난 여자는 뜨거운 수건을 준비해 온다. 하루 종일 고생했을 남자의 다리에 따뜻한 수건을 얹어주며 여자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어느 눈부신 5월의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