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2018.2.14) 블로터에 "블록체인 디지털 아트, 100만달러에 팔렸다"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케빈 아보쉬 작 "포에버 로즈"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에버 로즈라는 이 사진 작품은 사진가 케빈 아보쉬가 이더리움 기반 가상선물 프로토콜인 기프토와 협업한 크립토 아트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케빈 아보쉬는 자신이 촬영한 장미 사진의 디지털 원본을 이더리움과 결합해 포에버 로즈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포에버 로즈는 작품인 동시에 그 자체가 암호화폐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왜냐면 포에버 로즈 는 ‘로즈'(ROSE)로 불리는 ERC20 기반 토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암호화 기술로 디지털 예술작품 원본의 가치를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기사 내용 보러 가기)
기사 내용중에 "포에버 로즈 는 암호화 기술로 디지털 예술작품 원본의 가치를 높였다". 이 부분은 기자도 이번 사안의 의미를 정획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쓴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은 디지털 예술작품 원본의 가치를 높인게 아니다. 이제껏 디지털 예술작품에는 무한 복제 가능한 디지털 속성 상 원본이라는 개념을 부여하는게 불가능 했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로 디지털 예술 작품에 원본성 부여와 이를 보증 하는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은 미학의 관점에서 혁명이라 할만한 사건이다
전 이 기사가 전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전율이 일었습니다
왜냐면 거의 지난 100년에 걸쳐 예술 분야에서 통용되어온 담론 체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구나 싶어서요 ^^
우리는 사진술의 등장으로 복제가 가능해짐으로서 그 이전까지 예술 작품의 가치를 보장해주던 근거인 진본 유일성이 해체되고 예술의 개념에 근본적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복제는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기념비적 논문인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서 미학적 원리로 정립되었지요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해설)
사진술이라는 기술과 이에 기반한 사진이라는 미디엄의 등장으로 미술 작업이 더 이상 재현이 아닌 표현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게되었습니다.
미술사에서 이 재현에서 표현으로라는 미학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현상이 인상파의 등장이지요
여하튼, 복제가 미학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자리잡는 시대를 여는데 사진 기술과 사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얘깃거리도 아닙니다
또한 이전까지 진본이라는 미술 작품의 가치를 구성하던 제1원리가 해체되고 복제와 상사라는 미학 원리가 등장하면서 팝아트의 시대를 열었다는것 역시 미학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진이들에게는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그리고 디지탈 기술의 출현은 더이상 원본과 복제본의 구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디지탈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아트 작품은 더 이상 진본 여부를 따지는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라는것이 컨템포러리 미학 담론에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거의 지난 100여년간을 지배 해오던 이런 흐름에 균열을 발생시키는 현상이 속속 등장하는군요
원본의 복제인 시뮬라크르가 디지탈 기술의 진화과정에서 자신은 더 이상 복제가 아니며 유일한 진본임을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거지요
마치 공각기동대에서 인형사가 자신을 "네트의 바다에서 스스로 탄생한 존재"라고 주장하듯이 말입니다 ㅡ.ㅡ;; (공각기동대 인형사?)
내가 이런 현상을 보여준다고 여기는 사례중 하나는 내 나름대로 아날로페인토그래피라고 이름붙인 라인석 작가의 휘어진 무역센터나 롯데타워를 비롯한 최근 작업들입니다 (라인석 갤러리 바로가기)
라인석 작 "무역센터로 부터"
이 작품은 디지탈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여 출력 한 후 잉크가 마르기 전에 작가가 리터치 하여 제작한 것으로써 대상을 복제한 사진을 작가가 변형함으로써 유일 진본성을 획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창작 방법론은 Mixed Media 작가들이 흔히 하는 사진을 활용한 꼴라주와도 다르고 20세기 초반 아방가르트의 대표작가중 1인인 만레이가 작업했던 레이요그래피와도 다릅니다 (만레이, 레이요그래피)
나는 라인석 작가의 완전히 새로운 창작
방법론으로 탄생한 작품에 "아날로페인토그래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Analogue + Paint + Photography의 합성어죠 (인터넷에 찾아보면 아날로그래피,페인토그래피 다 있더군요. 그래서 현재까지 사용된바 없는 명칭인 아날로페인토그래피로 정했습니다 . 세계 최초 네이밍인 셈이죠. 새술은 새부대에^^ ㅎㅎ)
"아날로페인토그래피" Analogue + Paint + Photography의 합성어
그리고 이제 드뎌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하여 복제 불가한 디지탈 증명에 의한 진본 유일성을 주장한 디지탈 작품이 등장했네요
라인석작가의 작업이 디지탈 기술과 인간 행위의 변증법적 종합이 가져온 결과물이라면
이 기사의 작품은 디지탈 기술 발전의 극점에서 새로운 디지탈 예술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볼 수 있겠다 싶어요
특히 이 기사가 다룬 작품은 디지탈 기술 고유 속성으로 일컬어지는 데이터의 무한 복제성이 부정되면서 블록체인 분산 원장 기록에 의한 유일 증명 및 변경 불가능성과 결합하여 진본으로서의 유일한 가치를 주장하는게 가능해졌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은 미학이 디지탈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것 같아요
앞으로 예술의 속성에 대한 미학 원리 변화와 아울러 갤러리의 기능과 큐레이터의 롤, 그리고 예술 작품 소유 방식에 거의 변혁에 가까운 변화가 생길것 같네요
예술의 속성에 대한 미학 원리 변화, 갤러리와 큐레이터 역할 그리고 예술 작품 소유 방식에 거의 변혁에 가까운 변화 예상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