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야기▧
어제 신나는 첫째날을 보내고 아침도 거른채 느지막히 일어났다. 어제 호텔에서 이용한 무료 온천과 무료 마사지 의자때문인지 피로도 적당히 가시고 기분마저 상쾌했다.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밥 달라는 배를 달래러 나섰다. 하카타 지역까지 걸어서 10분정도 걸리지만, 더우니까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밥을 먹을 곳은 하카타역 근처의 '타이라우동'이다. 이 곳은 ‘다베로그’라는 식도락평가사이트에서 하카타지역 1등을 한 우동집이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현지인들과 한국인들이 섞여서 줄을 서 있었다. 현지인들까지 줄을 서 있는 걸 보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보다.
조금 기다리고 자리에 앉아 에비고보(새우튀김+우엉튀김)우동과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재료가 다 떨어졌단다. 하는 수 없이 니꾸고보(고기+우엉튀김)우동만 시켰다. 순간 나는 '이게 말로만 듣던 한국인 차별, 혐한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에 온 일본인도 오니기리를 못 시킨거 보니 그건 또 아니었다. 좀 더 알아보니 타이라우동집은 준비해둔 재료로만 하루 장사를 하고 재료가 다 떨어지면 2시든 3시든 문을 닫는다고 한다. 속 편해보이는 장사 스타일이 부럽기도 했다. ㅂㄷㅂㄷ.
니꾸고보우동이 나왔다. 맛있었다. 그런데 맛있긴 맛있었는데 무언가 조금 아쉽긴 했다. 국물과 고기, 튀김들은 다 맛있었는데, 면발이 쫄깃쫄깃하지 않았다. 2년 전 후쿠오카의 한 식당에서 먹은 우동의 면발은 정말 고무줄처럼 쫄깃쫄깃 탱탱했는데, 그 점이 좀 아쉽게 다가왔다. 그래도 보통 이상으로 맛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음..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면발 말고는 꽤나 맛있었던 것 같다. 굿굿.
배를 채운 후 근처에 있는 ‘스미요시 신사’로 향했다.
입구가 조그만한게 너무 아늑하고 예뻐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문은 옆문(쪽문)이었다. 뭐 어쨌든. 신사에 들어가서 한눈에 보인 스미요시 신사는 정말 조용하고, 아늑하고, 예쁜 신사였다.
신사 안에서는 웨딩촬영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다니며 이 곳 저 곳에 기도를 하는 신혼부부도 보았다. 일본인들에게 ‘신사’는 정말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보였다. 뭔가 보기 좋아 보이긴 했다.
신사 한 켠에 오늘의 운을 알아볼 수 있는 점괘인형을 팔고 있었다. 구매했다. ‘말길’이 나왔다. 흉(凶) 바로 윗 단계다. 젠쟝. 그래도 흉(凶)이 안 나온게 어디냐만은 그래도 이걸 간직하고 싶진 않았다. 흉이나 마음에 안드는 것이 나오면 아래 사진처럼 준비된 자리에 묶어 놓고 오면 그 액운을 날려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당연히 걸어두고 왔다.
특히 이 스미요시 신사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신사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던 이 풍경 종들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음악같은 영롱한 소리를 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꼭 한 번 플레이해서 그 소리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지옥에서 구원받는 그런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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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요시 신사 구경을 마친 후,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라쿠스이엔(낙수원)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쿠스이엔에 도착하자 좁은 입구에서 푸르름이 느껴졌다.
라쿠스이엔은 조그마한 정원을 구경도 하고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다도체험이란 것은 그냥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시원한 다다미방에서 말차와 간식을 먹는 것 뿐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 날씨엔 잠시 쉴 수 있는 필슨 코스이다. 그래서 매표소에서 입장권과 함께 다도체험티켓도 끊었다.
라쿠스이엔의 정원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작은 그 정원에 연못, 폭포, 돌다리, 사탑 등등 갖출 것들은 다 갖추고 있었다. 정말 누가 꾸몄는지 멋드러지게 잘도 꾸며 놓았다.
정원구경을 다 마치고 다도체험을 하러 실내로 들어갔다. 깔끔하게 다다미가 놓여져 있는 방 안에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내 앞에도 차와 간식이 놓여져 있었다. 차는 ‘말차’이고 저 간식들은 달달한 설탕들이었다. 쌉싸롬한 말차와 달달한 설탕의 조합이 꽤나 괜찮았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예쁜 다다미 방 안에서 차를 마시며 창 밖의 풍경을 구경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느낀 점인데 이 곳은 단순히 관광지는 아닌가보다. 시원한 곳에서 쉬느라 1~2시간정도 앉아 있었는데 일본의 젊은 연인들이 꽤나 많이 오고 갔다. 덕분에 일본의 젊은 연인들은 어떻게 노는가도 잘 구경하였다. 굉장히 건전하고 풋풋해보였다. 그리고 여성분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정말로 ‘처음부터 갈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충격. 아무리 그 나라 문화라지만 조금 안쓰러워 보였다.
많은 손님들이 한번에 쑥 빠져서 넓은 방 안에 우리 일행만 남게되는 황금 타이밍이 생겼다. 이때다 싶어 방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멋진 사진들도 찍을 수 있었다.
정말 너무 예쁘게 나오는 인물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개인정보때문에 올릴 수 없는게 아쉬울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시원한 실내에서 계속 있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일어났다. 다음 일정을 위해 조금 멀지만 택시를 탔다. 일본 택시비로 약 4만원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도 탔다. 원래 여행을 오면 이 세상 최고의 갑부가 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