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읽던 돈 끼호떼를 다 읽고 도전하려다간 하세월일 것 같아 얼마전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82년생 김지영을 어제 본격적으로 읽어보았습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앉은 자리에서 훅-하고 읽게 되네요.
앞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분들...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 나 본인의 이야기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저보다 앞서 리뷰글을 을리셨던 꽃잎지던날님 리뷰를 보고 글을 남기니 아래와 같이 답을 주셨습니다.
결혼한 남자의 입장에서 본 글의 평가는?
글 초반에선 소설 속 저와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대현씨의 입장에 몰입하여 글을 읽어나갔습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글처럼 제 주변의 많은 여성분들이 떠오르고, 누구보다 아내가 떠오르더군요. (70~80년대 일반적인 가족 구성이 제시되다 보니, 성장 과정이나 환경에 있어서 이런저런 조건도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네요.)
글을 읽는 내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녀평등주의자 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남녀평등의 대해 치우치지 않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던 저였지만, 그것이 얼마나 치기 어린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나 역시 남성우월주의에 뼈 속까지 물들어 있는 사람이구나...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부분을 버스에서 꺼내 읽으려다가 문득 더 부끄러워지는 저를 느꼈습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 책을 공공 장소에서 꺼내보니?"
"그러고 있음 다른 사람들이 오, 저 아저씬 좀 깨어있는 분이네 할것 같아?"
마치 학창시절 읽지 말아야 할 금서를 공공 장소에서 읽는 기분이랄까요?
책을 읽는 내내 지영씨의 남편 정대현씨의 감정으로 몰입하여 읽다보니 마지막 장에서의 충격은 컸습니다. 책의 마무리는 김지영씨의 이상 증세를 진단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거든요.
책 말미에 여성학자 김고연주씨가 올린 서평에 이 부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써놓으셨더군요.
김지영의 생애 이야기를 들은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한다. 김지영을 만나면서, 또 자신보다 뛰어났던 아내가 결국 전업 주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특별한 경험과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어다며 자부심마저 내비친다.
실제로 그는 수학영재였던 아내가 언젠가는 잘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각과 성찰은 딱 여기에서 멈춘다. 임신한 동료 상담사가 유산 위기를 여러 번 겪다가 결국 사표를 내자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라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내 아내, 내 딸과 다른 여성들은 이렇게 분리된다. 그리고 내 아내와 내 딸은 내가 아닌 다른 남성들에게 '김치녀' 또는 '맘충'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저 역시 많은 공감을 하며 부끄러워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 자부심마저 느꼈나 봅니다. 딱 소설 속 의사와 같이 말입니다. 마치 속내를 들킨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니 한계구나...
세상의 모든 지영씨, 미안합니다.
저를 봐도 한번에 바뀌지는 못할 것같네요. 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P.S : 마침 책을 다 읽은날 소설과 관련된 인터넷 기사가 떠서 무슨 글인가 읽어보았습니다.
http://www.mydaily.co.kr/new_yk/html/read.php?newsid=201803200727929003&ext=na
여성 아이돌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일부 펜들로부터 페미니스트라고 공격당했다는 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Written by NOAH on 20th of Ma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