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천하고 있는 자막없이 영화보기의 원리는 무엇일까?
나는 이제껏 무슨 뜻인지 모두 알아듣지 못해도 2015년부터 약 1400시간 가량 자막없이 영미권 영화를 보아 왔다.
그것은 영어를 '외국어'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모국어'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신생아도 아닌데, 성인이 된 나이에 제2모국어를 만들어 Bilingual이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우리가 한국어를 배웠을 때의 과정을 떠올려보자.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워서 과연 한국말을 잘 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무슨 뜻인 지도 모른 채 (이것이 핵심이다) 한국어의 '소리'를 듣는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말을 해 보라고 하는 부모가 있던가?
아이는 그렇게 약 2년 여의 시간동안 언어의 소리를 들은 후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만 3세인데, 이 마저도 최소한의 빠른 시기이고, 뇌과학자들은 문자교육에 적당한 나이를 만 5세 이후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쨌든 개인 차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소리를 충분히 들은 후에야 문자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소리를 다 들을 수 있게 된 후에야 문자를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아이는 소리환경에 노출되어 약 2년이 지난 후(약 두 돌 즈음 되었을 때)에는 "엄마," "아빠"와 같은 단어를 말하기 시작한다. 말문이 터진 것이다.
이 때에는 소리의 음가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시점이다.
즉, 들을 수 있어야 말할 수 있고, 속도에 관계 없이 아무리 빨리 말해도 그 소리의 음가를 구별할 줄 알면, 말문은 저절로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보통 '문자'를 먼저 학습하게 된다.
파닉스를 먼저 익힌 후, 글자를 읽는 법부터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이 지나면 소리를 들으려고 해도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 이유는 문자가 소리보다 파워가 더 세기 때문이다.
소리와 문자의 파워게임에서 문자가 이기게 된다.
이렇게 문자를 먼저 아는 상태에서는 소리를 들으려고 해도, 문자를 모를 때보다 몇 배 이상 힘들게 된다.
그 이유는 방금 내가 들은 것이 무슨 소리였는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운 상태라면 자꾸 그 뜻을 떠올리려 한다.
자막없이 영화를 보려고 해도,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몰라도 스트레스가 없지만 성인은 처음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아는 단어가 들리는 것 같고, 그 뜻을 떠올리는 순간 다음 소리를 놓쳐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들을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려면, 내가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인 것처럼 아는 것을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엔 불편하겠지만, 이내 적응이 된다.
성인은 아이가 아닌데, 이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무수한 성공사례들이 존재한다.
다음에는 이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를 포스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