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시는 분들 중에 제목과 같은 고민을 많이들 겪으셨을 것입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초창기에는 이미 알고 있는 단어가 떠오르거나, 문법이 떠올라서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자막 없이 영화보기를 하는 데의 주의사항을 지키려면 위와 같은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영화를 보다가 '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딴 생각'은 단어나 문법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장면을 보다가 장면과 연관되는 과거의 추억이 떠오른다거나, 또는 현재 하고 있는 다른 일, 혹은 미래에 나의 계획 등과 같은 생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후자와 같은 딴 생각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동이 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다가도 능동적으로 독서를 하려면, 계속해서 뇌를 써서 사고의 확장을 해야하듯이, 영화를 볼 때에도 어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잠재의식은 여전히 영화에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꿈에도 언어가 없듯, 후자와 같은 생각에도 언어라는 '기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즉, 방금 들은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으려 한다거나, 계속해서 방금 들은 소리를 곱씹어 생각하려는 노력만 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어떤 분께서 영화를 볼 때 주의사항을 지키려는 마음에, 자꾸 '뜻을 떠올리지 말아야지'라는 강박관념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뇌는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생각 조차 하지 않고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것이 영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해결이 됐었습니다.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지 마시고, 차라리 '멍 때리고 보십시오.'
정리하자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딴 생각에 대해서는 그래도 최대한 영화에 집중을 하려 노력하되 크게 개의치 마시고, '언어'가 개입되는 생각을 하게 되면 즉시 이를 알아차리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듣기만 한다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이동시간, 씻고 준비하는 시간, 혼자 밥 먹는 시간에 저는 BBC World Service Live를 항상 듣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것과 그냥 라디오나 오디오북 같은 것을 듣는 것 중에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압도적으로 듣기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물론 영어공부를 해 본 적 없는 성인이 위와 같이 '듣기'만 한다면 귀가 뚫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가 뚫린다고 해서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연예인 '광희'님을 아시나요? 어렸을 때 동생이 옆에서 영어비디오 틀어놓고 영어공부하는 것을 '듣기만' 했습니다. 그 결과 영어를 자기도 모르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죠.
그렇지만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듣기 이후에 자신이 원어민을 만나서 상황에 맞게 그들이 하는 말을 모방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말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한글을 익히기 전에, 충분히 한국어의 소리를 듣는 과정에 있을 때에, 눈 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맞는 언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자막없이 영화를 보게 되면, 이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질 수 있는데요.
하지만 듣기만 한다면, 귀가 뚫린(소리의 속도 조절이 가능해질 때) 이후에 그 상황에 맞는 언어를 익히려 또 다른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처음부터 영화를 보면 언어에 담긴 심리적인 부분, 감정에 연결되어 있는 언어, 상황에 맞는 언어, 그 언어에 녹어져있는 해당 문화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이동 중에 있다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진득하게 앉아 영화를 볼 수가 없으니, 그런 경우에는 이어폰을 꽂고 영화의 소리를 들어도 물론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영화 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는 데도 일부러 영화의 소리만 듣는 것은 영화를 진득하게 앉아 보는 것과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영화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면서 흘려듣는 것은 아예 듣기 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소리를 익숙하게 하는 데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은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듣기 시간에 카운팅을 하시면 안 됩니다.
- <참고> 지난 글 읽기
#001. 자막없이 영화보기의 원리 (나는 이제껏 700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다.)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1-700
#002. 나는 왜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시작하였는가?
https://steemit.com/story/@nosubtitle/002
#003. 자막없이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방법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3
#004. 나의 자막없이 영화보기 실천과정(2015-2017)과 영어듣기의 단계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4-2015-2017
#005. 얼마나 투자하여야 하는가?
https://steemit.com/kr/@nosubtitle/movie-without-subtitles-005
#006.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봐야하는가?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6-movie-without-subtitles
#007. 70대 조차도 성공할 수 있다 (사례 - 대구 영어 할머니)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7-70
#008. 핀란드인들은 왜 국민의 80%가 이중언어구사자일까?
https://steemit.com/kr/@nosubtitle/008-80-movie-without-subtitles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