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친구가 툭 던진 메세지와 비행기 티켓 url을 보고 마카오에 다녀왔지만 평소 내가 여행을 즐겨한다 던가 자주 한다던가 아니면 기존에 많이 한다던가 했던 건 아니다.
난 그냥 나의 일상과 휴식 차원에서 여행이 필요하거나 또는 건수가 생겨서 갈 일이 있을 때만 갈 뿐이다. 물론 건강할 때 뇌가 말랑할 때 많이 다녀야지 싶은 생각에 앞으로는 더 분발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외국에 대한 동경이나 여행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있지는 않다.
예전에 언니가 있는 베르린에 갔을 때도 여기까지 왔는데 관광을 하자고 했지만 일하는 언니를 피곤하게 할 생각도 없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언니 동생과 체코 프라하에 갔을 때도 난 그려러니 했다.
동생은 아름답다는 둥, 드라마 촬영지라는 둥, 좋아라 하고 들떠있었지만 언니와 나는 느긋하게 일어나 침대에 기댄채 점심을 맞이하며 수다를 떨곤 했다.
동생은 이럴거면 외국에는 왜 오냐며 방구석에서 수다만 떨면되지 하면서 언니 둘을 쥐 잡듯이 잡았지만 언니와 나는 천천히 외출 준비를 하며 게의치 않았다.
'비행기타고 외국에 왔으면 숨만 쉬어도 충분해'라는 생각으로 내가 뭘 보고 어딜 가는가 보다도 어떤 생각과 어떤 느낌을 갖고 다니는지가 중요했다.
처음에 볼때는 보여지는 광경과 건출물에 혹해서 감동하고 이 순간을 이 장면을 간직하리라 했지만 반복되는 화면으로 급기야 앝은 지식으로 비교 분석을 하게 된다.
유럽의 유명한 성당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찰과 같구나.
우리나라 사찰을 보면 외국인들도 이런 느낌이겠네.
신부님, 주교님 아하~ 스님 아하~
우리나라 사찰이 그러하듯이 돌다 보면 여기도 다 비슷비슷하네^^
이러니 여행을 다녀도 새로운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람 사는 곳, 동서양, 종교 이런 식의 큰 테두리로 보니 뭐 마음도 머리도 편안하게 다닌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갔던 곳의 지명도 건물도 방법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땐 어떤 느낌이었어’ 라고 한줄 요약만 저장 된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엄한 것들이다.
그 호텔에서 묶을때 침대 다리 하나가 부러졌잖아.
모르고 자는데 기울어져서 혼났어.
우리 참 주책같아. 엄니도 있는데 그런 곳에서 묶다니..
유람선 탔을 때 무슨 '강'이였지? 모르겠네.
하여튼 유람선에서 준 와인은 정말 맛있었어.
햄버거만 먹고 온종일 걸어 다니다가 어렵게 한식당을 찾았을 때의 얼마나 기뻤던지.. 메뉴 주문할 때의 우리 목소리는 어땠지? ㅎㅎ
"싸장님~ 여기 불고기도 주세요오~~"
관광 중에 딸들이 입을 모아 엄마를 몰아 부치고,, "엄마는 사람을 조정하려고 해. 성격이 과격해. 엄마 성격 고쳐야 해" 하며 투덜되다가 '헉! 오늘이 몇 일이지? 어버이날 아냐? !!' 이러면서 걷다 말고 화가난 엄마 앞에 서서 어버이날 노래를 막 부르고~~ 엄만 아직도 이때 얘기만 나오면 울화가 치민다고 하신다. 딸이라서 봐줬다면서.. 엄마 미안요^^
함께 갔던 곳의 상세 지명은 기억도 안 난다.
쌩뚱맞은 에피소드들만 격하게 기억이 되네 ..
이러다 보니 누군가 어디 다녀왔어? 라고 물어도 멈칫하게 된다.
잘 모르겠네..어디였더라? 쓰고 보니 뭐가 좀 이상하다. 싱겁다. 무지하다..
내가 이상한 것도 같네.
나에게 여행은 함께 한 사람들과의 시간이다.
수다다!
이런 여행을 하는 탓에 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두번인지 세번인지 방문했지만 문을 닫아서 실제로 작품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인간의 수명도 길어지고 사는 동안 조금은 민폐를 덜 끼쳐야 하니 나도 조금씩 노력을 해서 성실한 여행을 다녀야 겠다^^
아참 이번 마카오에서 깜짝 놀란것이 있다. 초 크기~ 완전 대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