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다 막히면 작법서를 읽는 습관이 있다. 지금까지 작법서를 서른권 가까이 읽은 것 같은데, 대부분의 작법서에서 궁극적으로 하는 말은 결국 똑같다.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마치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처럼 막막하기 그지없다. 누가 그걸 몰라서 공부를 안 하고 있겠느냐고 하듯, 누가 그걸 몰라서 써야 할 글은 안 쓰고 작법서를 보고 있겠냔 말이다.
그래도 자세히 읽어보면 구체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긴 하다. 그러니 자꾸만 새로운 작법서를 사게 되는 것 같다. 혹시 뭔가 색다른 방법, 내가 몰랐던 획기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젠 새로운 작법서는 그만 사도 될 것 같다. 이론 공부는 충분히 했으니 실전으로 들어가 직접 써보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껏 읽은 작법서들을 정리할 겸 특히 좋았던 책을 추천할 겸 글을 써본다.
참고로 아래 작법서들은 소설을 쓰는 법 위주이다. 논술, 레포트, 자소서 같은 실용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면 다른 작법서를 봐야 한다.
- 기본
1.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훌륭한 도구가 그렇듯이 그대는 쓰임새가 많고 견고하다. 그대는 예술가로서 작업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작가 수업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법서이다. 사실 작법서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기술적으로 가르쳐주는 부분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는 그런 기술을 배우기 이전, 작가로서의 삶과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준다.
어려움에 부딪친 작가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책이라 읽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막혀서 속이 답답해지면 제일 먼저 꺼내드는 책이다. 수십 번을 봐서 책등이 갈라지고 지저분해졌다. 조만간 새로 살 예정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 아티스트 웨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가 아무래도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게 아닐까 싶다.
2.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아마도 소설 작법서로는 가장 유명한 책,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이지 않을까. 작법서가 아니라 수필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글을 쓸 때에 첫 번째로 중요한 요소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간과하고 있던 점을 깨닫게 해준다. 즉 글쓰기를 정말로 좋아해야 한다는 거!
스티븐 킹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해외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많다. 샤이닝,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미저리, 그것, 미스트 등등.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부디 만수무강하셔서 재미있는 소설을 계속 써주시길 바랄 뿐이다.
- 심화
3. 제임스 스콧 벨- 소설 쓰기의 모든 것 파트1. 플롯과 구조
옛날에 어떤 지혜로운 작가가 말했다. 당신의 주인공을 나무 위로 올라가게 하라. 그에게 돌을 던져라. 그래서 그가 내려오게 하라. 돌을 던진다는 것은 주인공이 가는 길에 장애물을 만들라는 의미다. 주인공을 고달프게 하라. 결코 편하게 두지 마라.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중에서
소설을 기술적으로 쓰는 법에 대한 거의 완벽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발췌한 부분이 핵심이다. 플롯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실 분이라면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한 권만 보고 공부해도 충분할 것 같다. 스티븐 킹처럼 플롯을 쓰지 않고 직감에 따른 즉흥적인 글쓰기를 하시는 분이라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참고로 시리즈물인데 다른 편들은 읽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다.
4. 로버트 맥기-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다른 무엇보다 상상력과 기술보다도 더 세상이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용기다. 거부, 비웃음, 실패를 무릅쓸 수 있는 용기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서
시나리오 작법서이지만 소설 작법서로도 훌륭하다. 분량이 어마어마한데 예시로 드는 시나리오 대부분이 고전 영화다. 3번 소설 쓰기의 모든 것과 겹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3번을 읽고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분, 또는 시나리오 집필에도 관심이 있는 분만 읽으면 될 것 같다.
- 그외에 좋았던 책
5. 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작가가 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자신을 설득해라. 자신의 길을 확실히 알고 있는 척해라. 계속 나아가다 보면 결국 당신의 길을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는.
-작가의 시작 중에서
저자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한두 페이지짜리 짤막한 일화가 아주 많이 실려 있다. 매일 하루에 한 편씩 1년을 꼬박 읽어도 되고 내키는 대로 끌리는 제목을 먼저 골라 읽어도 된다. 이 책도 1번처럼 격려와 위로가 담겨 있다. 자기 전에 읽으면서 하루를 마감하고 마음 정리하기에 좋다.
추천한 작법서들이 하나같이 다 유명하고 누구나 추천하는 책이라 굳이 내가 추천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 쓰는 동안 좀 멋쩍었다. 그래도 몰랐던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작법서를 구입하는 데에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