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블로그를 써왔다. 네이버 이글루스 티스토리 포스타입 등등. 다른 사람들은 블로그를 소통의 용도로, 또 수익 창출의 용도로 쓰기도 했겠지만 나는 철저히 일기장으로 썼다. 검색을 막아 놓거나 비밀번호 설정을 하면 나 말고는 아무도 볼 수 없고 방문객도 일절 없다. 누가 볼까봐 걱정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과 푸념 따위를 마음껏 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팀잇을 알고 나서도 한동안 사용을 망설였다. 스팀잇은 내가 지금껏 써왔던 블로그들과는 많이 다르니까.
이웃이 중요한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서도 이웃과 소통해본 적이 없었다. 현실에서도 낯가림이 심한데 인터넷 상에서는 더 심해진다. 그런데 스팀잇에서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뉴비라면 먼저 나서서 다른 분의 게시물에 리플을 달며 인사를 해야할 것 같은데 과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누군가 읽어주기를, 반응해주기를 기대하며 글을 쓴다는 것도 어렵다. 내 직업이 글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나는 로맨스 소설 작가다) 이만큼 쓰는 데에 무려 30분이나 걸렸다.
게다가 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물론 나는 지금껏 쭉 글을 써서 돈을 벌어 왔다. 소설도 썼고 칼럼도 썼고 기사도 썼고 등등. 하지만 남들에겐 차마 밝히기 부끄러울 만큼의 푼돈만 벌었다. 내 소설 중에서 제일 많이 팔린 소설의 수익이라고 해봤자 남들 한 달 월급도 안 될 듯싶다.
나에게 글로 돈 벌 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좀 빨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미 늦었다. 이제와서 다른 직업을 찾기에는 배운 것도 없고 나이도 많으며 겁도 몹시 많이 난다.
어릴 적부터 사람 상대하는 일엔 늘 서툴렀다. 지금도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면 식은땀부터 나고 혀가 굳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때로는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증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을 상대하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며 살고 있다.
스팀잇으로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다. 사실 많이 벌고 싶다고 해도 못 벌 것이다. 나에게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필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글을 10년 넘게 썼지만 무척 슬프게도 여전히 엄청 못 쓴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십 회 떨어졌고 출판사 원고 투고도 걸핏하면 거절당했으며, 겨우 출판사를 찾아 어렵게 낸 소설들도 전부 다 망했다. 지금 쓰고 있는 차기작도 출간하면 망할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이 소설을 맡겠다고 나서는 출판사가 있다면 말이다.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세 한탄을 하고 말았다. 첫 글에서는 안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튼 그렇다고 스팀잇으로 돈 벌 생각이 아예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랬다면 굳이 멀쩡하게 쓰던 포스타입 일기장을 두고 새 블로그를 만들지 않았을 테니까.
그냥 조금만, 초등학생 용돈 정도는 벌어보고 싶다. 정작 요즘 초등학생 용돈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나때는 일주일에 이천오백원을 받았던 것 같은데... 아니다 이건 중학생 때였나?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결론은 이 블로그도 일기장으로 쓸 것이다. 매일 쓰잘데기없는 일상 잡담(소설이 잘 안 써진다는 푸념)을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