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위스키 한두잔 마십니다. 마감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언제나 똑같습니다. 위스키는 하루종일 긴장됐던 뇌 근육을 풀어주고 몸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잠에 들기 직전에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만한 술은 없습니다. 쥐꼬리만한 기자 월급에 사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비싼 위스키만큼이나 저렴한 위스키도 많습니다. 저는 해외 출장이나 휴가를 갈 때 면세점에 꼭 들러 마실 위스키 두병씩 구입합니다. 출장가거나 휴가가는 동료들에게 사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한두병씩 책상 위에 놓고 매일 한두잔씩 홀짝거리는 거죠. 위스키 바에 가면 싱글 한잔 가격이 몇 만원대를 호가하던데 그건 못 마시겠더라고요.
싱글몰트 위스키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위스키 애호가이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해영 감독의 <독전>을 제작한 임승용 용필름 대표 때문입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위스키 애호가입니다. 매달 해외 위스키 전문 잡지를 읽으며 위스키를 파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 나갈 때마다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위스키들을 사와서 마십니다. 그리고 또 공부합니다. 그의 사무실에 가면 종종 새로운 위스키 맛을 볼 수 있어 즐겁습니다. 그가 위스키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소주, 맥주, 막걸리 같은 술에 비해 자신의 체질에 잘 맞기 때문입니다(제 기억이 맞다면). 그처럼 저 또한 위스키를 제대로 마시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위스키가 몸에 적합하더라고요. 소주, 맥주,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날 꼭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며, 기력이 떨어지곤 했습니다. 어쨌거나 임 대표 덕분에 싱글 몰트 위스키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위스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셨습니다. 일본의 야마자키, 맥켈란, 발베니, 라프로익 등 다양하게 마시면서 위스키 양조장마다 맛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갔습니다(공부를 이렇게 했다면...-_-). 원칙이라면 브랜드마다 가격이 10만원 이하의 년도만 구입한다는 것. 알면 알수록 위스키 양조장마다 스토리가 있고, 위스키 제조 공법이 어떻게 다르며, 라프로익 같은 위스키는 왜 약국 냄새(내지는 알코올 냄새)가 나는지 알겠더라고요. 오늘도 아이를 일찍 재우고 위스키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그동안 마셨던 위스키를 스팀잇에 정리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 위스키 백과사전도 사야하고, 취재도 해야하며, 맛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싱글 몰트 위스키 몇 병 더 사야하고...뭐 그런 공상에 빠지다가 이 글을 쓰게 됐네요. 지금 제가 마시는 위스키는 아드벡(Ardbeg)입니다. 지금 제가 되게 마시고 싶은 위스키는 대만산 카발란(Kavalan)입니다. 스코틀랜드 양조장이 대세인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대만산이 지난해, 지지난해 전세계 위스키 품평회에서 1등 먹은 술입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까닭에 맛이 너무나 궁금해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