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안보리 제재…“북한과의 모든 합작 사업 금지”
유엔 안보리는 2006년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특히 지난해 결의된 2371호와 2375호는 북한과의 모든 협력‧합작 사업을 금하고 있어 이 제재가 유지되는 한 남북철도 사업은 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다만 안보리 결의에 예외조항이 있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2375호 18조에는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해선 협력‧합작 사업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남북경협 재개가 북한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물론 한반도 긴장해소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설득한다면, 안보리의 승인을 얻어 남북경협사업이 ‘의무면제(waiver)’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압록강 유역에서 북한과 중국이 합작으로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는 “북한 주민들의 전력수급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예외로 인정받은 바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들 당시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요구로 예외조항이 포함돼 ‘독소조항’이라 불리며 김정은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 예외조항이 되려 남북경협사업을 위한 ‘돌파구’가 된 셈이다.
안보리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것을 넘어 해제되기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약속이 필수조건이다. 대북제재 완화의 신호탄은 이미 ‘4‧27판문점 선언’에서 쏘아졌다. 이번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실질적으로 움직인다면 제재 완화‧해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북철도사업이 안보리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남북철도사업 선결과제, 그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끊어진 남북간 철도 연결과 북한철도의 현대화
유엔 안보리 제재에서 벗어난 남북철도사업이 유럽까지 화물운송을 위한 두 번째 선결과제는 끊어진 남북철도의 연결과 북한 철도의 현대화 작업이다.
남북 간 단절됐던 철도 가운데 경의선 일부(남방한계선~개성), 동해선 일부(강릉~고성)는 연결돼있다. 경원선(철원~평강, 25.4km), 금강산선(철원~내금강, 116.6km)은 여전히 단절된 상태다.
원활한 여객 및 화물 운송을 위해선 북한 철도의 현대화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한다. 북한 철도노선은 총 5248km로 추정되며, 이 중 97.1%가 ‘단선’이어서 수송능력이 미약하다. 단선은 철로가 하나라는 뜻으로 이는 오고가는 양 방향의 교통을 하나의 선로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열차 하나가 운행 중이면 반대 방향에서는 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 이에 반해 ‘복선’은 철로를 두 가닥 놓는 것으로, 열차가 양방향 동시운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단선인 철로는 복선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복선화 작업’이다. 북한의 복선화율이 2.9%에 불과한데 반해 남한의 복선화율은 49.3%에 이른다.
2012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연구원이 발표한 ‘남북열차 운행재개를 위한 남북철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철도망 건설단가를 추정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단선이 아닌 복선으로 남한이 직접 건설할 경우 △경의선(개성평양신의주) 11조7420억원 △경원선(평강원산두만강) 22조2585억원 △동해선(고성원산두만강) 22조305억원 등 총 56조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남한이 자재·장비를 지원하고 북한이 복선으로 건설할 경우 △경의선 1조3569억원 △경원선 2조5722억원 △동해선 2조 5458억원 등 총 6조4749억원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1조원 규모의 남북경협자금을 투입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등 경제협력기구의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4‧27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북경해 진뤼친 AIIB총재와 만나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AIIB 참여가능성을 타진했다. 면담 당시 송 위원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 철도연결, 가스관 연결 등 사업에 대한 AIIB 참여가능성을 문의했고, 진 총재는 북한이 AIIB 비회원국이지만 이사회 승인을 거쳐 금융지원이 가능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구체적인 이행이 이뤄진다면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북한의 반대로 ‘3번 낙마’
남북철도가 연결돼 한반도 통합철도망이 완비되면 민간인들의 한반도 여행과 물류 운송이 용이해진다. 다만 서울에서 탄 열차를 타고 북한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까지 나갈 수 없다. 동북아와 유라시아 국가간 인적ㆍ물적 수송을 위해 회원국으로 가입해야하는 OSJD(Organization for Railway Cooperation, 국제철도협력기구)에 그동안 북한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OSJD 회원국이 되지 않는 한 대륙으로 나가기 위해 승객은 타국의 열차로 환승해야 하며, 화물은 타국의 열차로 환적해야 한다. 철도 연결로 외형상 ‘반도’가 됐지만 여전히 기차는 북한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섬’에 갇히는 셈이다.
OSJD는 1956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철도관계장관 회의에서 설립된 기구로 구소련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북한 등 사회주의체제 국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이다. 회원국은 중국과 북한을 비롯해 25개국이 가입해 있다.
OJSD는 국제철도승객운송협정(SMPS)와 국제철도화물운송협정(SMGS)을 관장하고 있고, 회원국 가입은 곧 25개 회원국과 철도 운송에 대한 개별협정을 체결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OJSD 가입이 중요하다. OSJD 가입은 1개의 화물운송장으로 서유럽까지 승객‧화물 수송이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新경제활로’가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OSJD 가입에 3번 고배를 마셨다. 2016년, 2017년을 비롯해 올해 4월에 열린 장관회의에서 북한이 한국의 정회원 가입안이 정식안건으로 채택되는 것을 반대해 표결에 부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관계에 새로운 기류가 흐르며 OSJD 가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철도물류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마침 지난 4월 고배를 마신 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따데우쉬 쇼즈다 OSJD 의장을 만나 한국의 회원국 가입안을 임시안건 상정을 설득해 6월 장관회의에서 정식안건 채택여부가 다시 한번 논의될 예정이다.
한국이 6월 OSJD 가입이 승인되며 한반도 열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달릴 수 있는 국제 규범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 남북한 기차는 러시아에 가면 철로를 탈선한다?
OSJD 회원국이 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남북한 철도와 러시아 철도의 궤도 폭이 다르다. 남한·북한·중국·유럽 철도의 궤도 폭은 1435mm으로 동일한 반면 러시아 철도는 1520mm이다. 남북한 기차가 러시아 철도로 달린다면 탈선하거나 러시아 철도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궤간차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환승·환적’과 ‘궤간가변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환승과 환적의 문제는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2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연구원이 발표한 ‘남북열차 운행재개를 위한 남북철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화물을 환적할 시 수송기간이 평균 2.5일 추가된다고 분석했다. 그 밖에 설비사용료, 인건비 등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또 하나 방안은 ‘궤간가변시스템’이다. 궤간가변 시스템은 달리는 기차가 선로 폭에 따라 궤간을 변경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지난 2014년 궤간가변대차를 개발한 상태다. 철도연의 궤간가변대차는 러시아의 궤도 폭에서도 운행 정지나 바퀴 교환 없이 시속 10~30km로 운행해 유럽까지 도달할 수 있다.
철도연은 실용화를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러시아 혹한을 이길 수 있는 지를 실험하기 위해 –60℃ 이하 혹한에서 견딜 수 있는 내한성 시험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철도연은 지난달 러시아철도기술연구원와 MOU를 체결한 상태다.
다만 교통전문가들은 ‘비용’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궤간가변대차 제작 비용은 일반 열차의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가 표준궤를 사용하는데 러시아를 통과하려고 궤간가변대차를 제작해야하는 지에 대해 환승·환적과 궤간가변대차와의 가격 합리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연 측은 시험단계를 거쳐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화차 전체 변경이 아닌 축 바퀴 및 관련 부품 등 교체를 통해 제작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철도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남북열차 운행재개를 위한 남북철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철도 수송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과 유럽·러시아 간 철도수송 비용(62.4달러)은 해상수송 비용(72.0달러)의 86% 수준으로 낮아지고, 수송시간은 62%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