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입니다.
저는 지난 한 주와 앞으로 한 주, 총 2주간 제약 공장에서 실습을 해요.
예전에는 실제로 의약품을 생산하여 병원에 납품하였으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금은 생산하지 않게 되어 과거에 이용하던 공장 시설을 실습용으로 바꾼, 일명 ‘제약 실습 공장’에서 실제 공정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판매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오로지 실습만을 위해 제공되는 공장이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진짜 운영하는 공장으로 실습 갔을 때보다 직접 참여하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배울게 많죠!
오늘은 제가 정말 고생했던 공정 중 하나인, 주사제를 제조하는 무균 공정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주사제란?
비경구적 경로로 투여되는 제제를 말합니다. 주사제는 ‘체내에 직접 적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제조하는 과정에서부터 안전성(Safety)를 확보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균이 없어야 하고 (무균), 발열성 물질(pyrogen), 미립자 및 기타 이물질이 혼입되지 않도록 비무균제제에 대한 ‘대한약전’의 기준을 엄격하게 따라야 합니다. 당연히 이런 무균 주사제를 제조하는 공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더불어 유통 및 사용 과정에서도 무균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난 이대 병원 신생아실에서의 의료 사고와 이번 모 성형외과의 프로포폴 의료 사고는 주사제의 무균이 유지되지 않아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균 조제를 위한 준비
무균 조제를 하기 위해서 작업자는 반드시 청결해야 합니다. 작업자 자체를 오염원으로 보기 때문에 최소한의 작업자만 무균 조제실에 들어가야 하구요, 준비사항도 많습니다. 손목시계나 목걸이 귀걸이와 같은 장신구는 당연히 빼야하고, 혹시나 피부에서 날릴 화장품 역시 오염원이 되기 때문에 화장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입고 있던 무진복에서 무균복으로 환복합니다. 이미 쓰고 있던 마스크와 머리캡은 벗지 않습니다.
무균복. 여기에 고글까지 쓰면 완성! 화성인 청정녀는 인터넷에서 줍줍해왔습니다. 저사람 더위 안타는 듯 ㅋㅋㅋㅋㅋ
무균복을 입을 때에는 바지 밑단이 바닥에 닿지 않게 조심하고, 무균 장갑의 무균된 바깥부분을 더러운.. 오염된..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끼도록 해야 합니다. 무균 신발 역시 벤치를 한발 한발 넘어가면서 신도록 해야 하죠. 갱의하는 중간중간 손을 닦아주면 더 좋습니다.
무균 조제실
주사제의 조제는 반드시 class 1의 청정구역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청정 구역에서도 의약품 원료를 앰플이나 바이알 등 용기에 넣는 충전 작업은 class 1A의 고위험 작업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립자의 수는 1m3당 5.0um 크기의 미립자가 20개 이하여야 합니다. 그냥 매우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생각하면 되어요. 무균공간인 만큼 부유균, 낙하균, 표면균 모두가 <1개 이하여야합니다. 없어야 해요! 참고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활동하는 공간들, 학교 복도 같은 곳은 같은 크기의 미립자가 10만개 정도 존재합니다. 비교하면 을매나 깨끗한지 알겠죠? 완전 청. 정.
무균조제실. 가장 비슷한 공간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의자따위는 빼야합니다.. 의자는 사치
주사제 조제
주사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재료가 되는 원료와 주사용수를 섞어 주어야 합니다. 무균실 내에 있는 교반기를 이용해 섞어 주고, 다 섞은 후에는 필터를 이용해 걸러줍니다. 당연히 거르기 전 후에 필터검사(flow와 bubble point)를 해주고 원료의 무게도 재어줍니다.

교반기. 이게 안에서 원료를 물에 섞어줍니다.
주사제 충전
만들어진 의약품을 이제 원하는 용기 (보통은 앰플, 바이알, 씨린지) 에 넣어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실제 공장에서는 자동화가 이루어져 샘플 몇몇 개의 확인만 사람이 하면 되는데, 여기는 실습공장이잖아요! 당연히 직접 기계를 조작하여 해보았습니다. 짝지어 노동을 해보았습니다.
바이알 충전, 사진 출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알 사진은 문제의 그 프로포폴... 우유주사입니다. 저기서 이제 주사기로 액을 꺼내서 사람에게 주사하는 것! 반드시 개봉 후 6시간 내에 써야하는데, 이번에는 60시간이나 방치하고 여러명에게 사용한것이 문제였죠. 일단 개봉하면 다 오염인데😈
바이알은 이렇게 비교적 큰 용기입니다. 자동으로 펌프에서 일정량의 의약품을 내보내는 기계를 사용하는데, 저희 실습생들은 의약품이 나오는 주둥아리를 바이알마다 옮기며 약 160개의 바이알을 충전하고 고무마개로 패킹합니다.
앰플 충전, 사진 출처는 녹십자
앰플은 요렇게 생긴 용기입니다. 여기에 직접 담기에는 용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실습 시에도 기계를 이용합니다. 기계에서 의약품을 앰플에 충전하고, 앰플을 닫기 위해 기계의 토치로 유리 용기를 녹여 마감을 합니다. 이때 토치에서 나오는 불의 세기와, 불로 가열하는 시간에 따라서 앰플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어 불량이 나오기 쉽습니다. 밀폐된 제조실에서 토치로 가열하는건... 정말 고역입니다ㅠㅠ 게다가 더운 무균복을 입고 있기도 하구요. 제가 실습하는 곳은 서울대학교라서, 즉 공립이라 에어컨도 안틀어줍니다. 사립학교 짱짱맨
기타 충전 용기로 씨린지와, 이온을 저장하는 플라스틱 바이알, 대용량 수액제를 저장하는 백이 있습니다만 저희 실습 때는 제조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조제 시에 다뤄보기는 했어요!
패스 박스를 통해 무균실(clean room)으로 외부물품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주사제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바이알과 앰플은 무균실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미리 세척 후 가열 멸균하였습니다. 인터락이 되는 멸균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무균 충전실에서 멸균된 용기를 반대쪽 문을 바로 열어 볼 수 있다는 사실! 어렵게 하나하나 패스 박스로 넣지 않아도 됩니다. 자잘한 물건들은 패스 박스로 넣어서 이동합니다. 예를 들면 주사용수나 실험대를 닦을 걸레..?
만들어진 주사제의 확인
만들어진 앰플 주사제, 바이알 주사제에 불량이 없는지 확인해야합니다. 우선 임의로 한 rack (20개) 중 7개를 뽑아 앰플은 고무마개를 열고, 바이알은 목을 따서 주사기로 용량을 확인합니다. max 용량과 min 용량을 보고 범위를 확인하고, 전체 평균 용량을 보며 오차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다행히 실험시 모든 앰플과 바이알은 정상 용량이었습니다. 임의로 뽑은 주사제의 용량이 모두 확인되었다면 육안으로 불량 검사를 합니다. 토치로 블로우 마감을 한 앰플의 모양이 정상적인지 확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염색 시약 (메틸렌 블루)를 이용하여 물에 담구어 확인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동 중 깨진 앰플과 바이알 모두 leak 불량으로 분류합니다. 용기의 불량을 확인했다면, 육안으로 보이는 오염원이 혼입되지는 않았는지, 흰 배경과 검은 배경에서 주사제를 흔들어 보아 확인합니다. 실제 공장에서는 용량 확인은 사람이 하고 나머지 불량 검사는 기계와 사진기가 열일을 합니다.
주사제의 경우 아주 조금의 오염원이라도 혼입될 경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혹시 수액제의 경우 세균이 아주 잘 자랄 수 있는 먹이가 풍부한 서식지가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합니다. 흡수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경구 의약품보다 비경구 의약품, 그 중에서도 주사제는 바로 혈액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하기 위해 제조과정에서부터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물론 당근 병원에서 조제 시에는 오염원이 들어갈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주사제 제조실 그 후,
원래는 충전되어 capping된 주사제의 경우라도, 다시 한번 용기 바깥쪽을 소독해야 합니다. 저희 실습에서는 우리가 만든 주사제를 실제로 판매하거나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완성된 주사제의 수율을 확인하고 그 후의 작업은 하지 않고 전량 폐기했습니다. (넘나 아깝ㅠ_ㅠ....)
'무균 조제실'이 아닌 '무균 제조실'에 처음 들어가본 소감은 '너무 답답하다'였어요. 최소한의 인원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오염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하고, 당연히 의자는 없고 앉는 것도 금지였습니다. 오염이 되는 모든 것을 없애기 위해 당근 하수구도 없고 천장도 가천장.. 갇힌 느낌이에요. 게다가 무균복+후드+고글+마스크의 조합은 너무너무 덥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고글에 자꾸 김이 껴서 자꾸 고글을 닦았는데, 생각해보니까 땀이 나서 그런거같아요.
공장에서 일할 마음은 원래도 없었지만 더더욱 없어지기도 했고,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음식보다 더 신중하게 만들어지고 지켜야할 사항도 많은 주사제이기에 모든 공정이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두번 세번 확인하는 작업도 필수입니다. 약만들어주시는 분들 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약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 넘 나쁩니다..
작년에 학교 수업중에 공정과 약전에 대한 내용을 배웠습니다. 그때는 잘 이해가 가지않고 달달 외우기만 했는데, 직접 실습을 하고나니 훨씬 이해가 잘 되고 와닿네요. 역시 학교는 이론수업을 늘리기 보다는 실습을 제공해야합니다. 스팀잇 여러분 주말 잘 보내시고 아프지 맙시다, 그럼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