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시편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장성호
서초 고속도로변 오솔길
희미한 오렌지 불빛이 스며드는
숲 속 갈참나무 아래 나무벤치
연인이 누워 말과 살을 섞고 있다
함께 한 지난 사흘 반나절이 삽십 오년이 흐른 것처럼 둘은 하나가 되었다
한여름 무더위 잘 견뎌낸 후 살아남은 자들이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는 것 같다
남자는 사흘 째 되던 날
숲 속의 전갈에 왼쪽 다리를 물려 더 이상 걸을 수 없다
머지않아 온 몸에 독이 퍼질 것이다
어떤 거인이 책을 펼쳐 들고 그들 앞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다급하게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고마워 그대는 멀리 가는 거야
이젠 우리 둘을 위해 어서 가
벤치 위에 있던 나뭇잎 두 개
온전한 나뭇잎 하나는 온데간데 없고 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만 덩그렇게 남아 있다
마치 헤밍웨이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 나오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로버트 조던이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숲 속 게릴라의 일원인 사랑하는 마리아와 생이별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