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이미지를 찾다가 문득 대나무가 눈에 띄었다.
예전 동아리 서실에는 여러가지 서체를 담은 책들 사이에 사군자도 있었다. 내가 붓을 가지고 어떤걸 그린다고 하기엔 영 자신없고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글씨를 쓸 때 조차 손떨림이 있었으므로 이런 내가 난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면서... (신기하게도 붓이 종이에 닿으면 손떨림이 멈추는 스타일)
더군다나 동양화는 진한 먹물과 깨끗한 물의 조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생소한 영역이었다. 가까운 곳은 진하게 먼 곳은 연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번지지 않으려면 이전에 그린 곳이 마른 후에야 그 위에 다른 것을 그릴 수 있다.
그나마 대나무는 다른 것과는 다르게 줄기가 곧아있으므로 줄기 만큼은 쉬울거라 생각했다. 붓을 깨끗이 씻고 물기를 어느정도 덜어내어 먹물을 붓 끝에만 뭍혀서 한 획을 쓰면 한쪽은 어둡고 한쪽은 밝게 표현한 대나무의 한 마디가 된다. 기존에 쓰던 서체의 방법대로 쓴 것임에도 신기해 보였던 경험이었다.
문제는 마디와 마디 사이를 표현함에도 아주 가는 한 획이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흔히 우리가 보는 한자는 해서(楷書)라고 하여 획에 생략이 없는 곧은 서체인데 마디는 해서로 표현하고 마디와 마디 사이는 해서를 빨리 쓰기 위해 발전된 행서(行書)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좌절했었다. 당시 행서는 배우지 않았으므로... 사군자와의 기억이 멈춘 것은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