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Piece Of Cheese
"너를 포기하려는 그 찰나에 너는 갑자기 피어난 벚꽃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게 사랑을 피우며 나를 잡아 세웠다."
Powder 2 - 1.
박수 [술 먹고 끌어안았다고?ㅋㅋㅋㅋㅋ]
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 뭐 왜 뭐어어어어ㅓㅓ 나도 지금 미치겠다고]
라니 [권세 자퇴해라ㅋㅋㅋㅋㅋㅋㅋ 어쩔거얔ㅋㅋㅋㅋㅋㅋ]
박수 [야 그김에 오늘 걍 고백해버려]
나 [뭘 고백을 해 미친아. 다 망했는데...ㅠㅠㅠㅠㅠ]
성수 [차이면 술 ㄱㄱ]
라니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시발ㄹ...]
늦게 일어났는데 동생이랑 대화까지 하고나니 주안역에 도착한 시간은 굉장히 아슬아슬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어 셔틀버스를 타는 곳까지 갔다. 아직 학생들을 태우고 있는 버스 3대가 저 앞으로 보였다. 승희는 이미 버스에 탄 건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가쁘게 차오르는 숨을 골랐다. 생각나지도 않는 어젯밤의 일이 동생의 증언에 따라 재구성되고 내 부그러움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 되며 그 장면들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래서 대체 승희 얼굴을 어떻게 보지?’
밀려드는 쪽팔림에 얼굴이 달아올라 손부채질을 파닥파닥해댔다. 금방 떠나버릴 것만 같은 버스에 올라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는 주위의 얼굴들을 살폈다. 다행히 어제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얼굴들은 버스 안에 없었다. 나한테 별안간 달려와서 ‘야, 너 어제~’ 할만한 사람이 없음에 안도하는데 저 가까이 승희의 얼굴이 보였다.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오늘은 진심으로 승희의 옆이 아닌 다른 곳에 앉고 싶다 생각했건만.
‘아, 이런 젠장...’
“안녕!”
“어, 안녕!”
승희가 나를 보더니 장난스러움 반, 반가움 반의 얼굴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저 웃는 얼굴이 혹시 어제 내가 한 것들을 비웃으려는 웃음은 아니겠지 하는 불안함으로 나 또한 그 얼굴을 보며 억지로 웃었다. 의자에 앉아 가방을 무릎 위에 올리고 핸드폰을 의자 등 주머니에 넣었다.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 나 데려다주느라 고생 많았다야...”
“어? 아냐. 괜찮아.”
승희는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내가 제일 집 가까우니까 데려다 준거니까 그렇게 미안해 하지마.”
“정말?”
“응!”
헤실헤실 웃는 얼굴이 뒤에 뭘 감추고 있을지 몰라 불안했지만 그래도 한사코 괜찮다 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어쩐지 허탈함을 느꼈다.
‘안기까지 했다는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나?’
곧 버스는 출발하고 사람들은 하나둘 잠에 들기 시작했다. 내 옆에 있던 너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점점 잠에 드는 걸 확인하고 어깨에 기대었다.
‘나만 또 설레발치고 있는 걸까?’
자고 있는 승희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그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나와 다르게 동글동글한 손톱이 네 동글동글한 얼굴 같아 꾹 누르기도 하고 손등 위로 손을 올려보기도 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데 머리는 지끈거렸다.
‘아니면, 혹시 거절인가?’
핸드폰의 문자 오는 소리가 울렸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가져와 화면을 켰다.
최성준 [누나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내가 저녁 사줄게. 잠깐 만나자.]
꽤 오랜만에 보는 이름 석 자가 화면에 떠올랐다. 군인공제회관에서 호텔 서빙 아르바이트로 일한 날 딱 하루 보고는 반했다며 귀찮게 따라다니던 나보다 두 살 어린, 피어싱 낀 그 놈.
‘내가 싫어서, 내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없어서 일부러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건가.’
나 [어디서?]
‘그렇다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매달려야 하지?’
최성준 [7시 반까지 부평역 분수대로 와. 금방 갈게!]
‘내가 승희를 좋아해도 승희는 나를 안 좋아하는데.’
나 [그래. 그때 보자.]
승희의 어깨에 다시 쓰러지듯 기대어 눈을 감았다. 가슴에 구멍이 난 것만 같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공허감과 서운함이 아주 시린 바람으로 불어왔다. 승희의 손을 잡았다. 날 잡아달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