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20일 마약 중독자의 회복일기
"‘나는 오늘도 마약이 하고 싶다’ 어때?"
"너무 도발적인 거 아냐?"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출판업을 하는 후배 녀석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마약으로 인해 벌어진 삶의 변화를 기록해보는 책의 제목을 짓는다면 뭐가 좋을지 고민해봤습니다.
'나는 오들도 마약이 하고 싶다, 간절히.'
이런 말씀을 드리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댓글을 다실 분도 계실 겁니다. 마약 때문에 직장도 잃고 형사 처벌까지 받아놓고 아직도 마약을 하고 싶다고 말하다니,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비치겠지요. 당연히 제가 여러분의 입장이어도 그렇게 말할 겁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저는 매일 마약을 다시 하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이 욕구와의 전투를 치릅니다. 저는 마약으로 재판을 받던 하루 전날까지도 마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사를 찾아 '제가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당연한 반응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라고 제 자신에게 놀라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여러분이 모르셨던 마약 중독자들의 실제 일상입니다.
마약은 단 한번의 경험만으로도 중독이 시작되고 이렇게 무서운 물건입니다. 천국에 대한 경험. 오래 머물렀건, 잠깐 경험하고 돌아왔건 상관 없습니다. 그 경험은 강렬하고 평생을 지배합니다. 다만, 좀 오래 천국에 머물렀다면 매일 치르는 중독과의 전투가 좀더 힘들 뿐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우리 사회가 마약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기 때문에 마약 정책이 완전히 잘못되었지 않나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마약이 무엇인지는 경험자만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그들은 법적으로는 전과자라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습니다. 대신 마약에 관심은 많지만 추정 정도만 가능한 전문가들에 의해 우리 사회의 마약 정책이 만들어져왔습니다. 검찰과 경찰,변호사,약사,교수,정치인 등. 마약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마약 중독은 그냥 형사처벌 시키고, 직장에서 해고시키는 강렬한 기억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레 치료되는 것처럼 간주합니다. 그리고 또 재범을 하면 한심하게 여기며 또 가중처벌하고 맙니다.
"마약이 얼마나 하고 싶은데 그걸 참기 위해 하루하루 어떤 고통속에서 사는지 사람들이 모르니까,
마약에 또다시 손을 대면 그것만 갖고 비난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 언론 인터뷰좀 해."
저는 제 주변의 중독자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마약 중독은 개인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아니라, 질환으로 봐야 합니다.
아니, 의학적으로 마약 중독은 뇌질환입니다. 치료약도 없는.
마약 중독자들이 재범을 계속 하는 건, 비난할 일이 아니라 안타깝게 여길 일입니다.
마약을 평생 참고 사는 중독자들은 격려 받아야 합니다.
이런 인식의 바탕 속에서 마약 정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중독자와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이런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겁니다.
저는 얼마전 마약 중독자의 일기를 '스팀잇'(https://steemit.com/@repoactivist)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얼마나 제가 마약을 하고 싶고, 또한 이것을 어떻게 참고 사는지 그 고통을 우리 사회에 꾸준히 공개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그래야만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바꿀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재를 시작한 첫날 기자들의 단톡방에 이 소식이 전해졌다고 하더군요.
각종 커뮤니티에도 이 글이 퍼날라졌고 제가 들어가 살펴보니 온통 악성 댓글 투성이였습니다.
주말 내내 심란하고 좀 힘들었습니다. 제가 며칠전 페이스북에 다소 좀 거친글을 남긴 건 이런 이유였습니다.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또 돌맹이를 맞으니 가슴에 멍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저더러 입닫고 살든지 그게 싫으면 죽으라고 주문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냥 조용히 살지 뭣하러 마약을 다시 하고 싶다느니, 일기를 공개하느니 하는 행동을 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의 정신 건강을 위해선 조용히 사는 게 최선입니다. 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그 길을 걷습니다.
잊혀지는 게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마약 정책은 '중독자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고, 우리 사회는 갈 수록 병들어간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합니다. 중독이란 무엇이고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저는 필로폰을 투약했습니다. 어쩌면 중독성이 덜한 대마초 따위가 아니라 필로폰을 투약한 게 차라리 잘 됐단 생각도 듭니다. 중독이 무엇인지 밑바닥부터 체험을 한게 차라리 잘 됐습니다. 저의 저널리스트적 본능이 저를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쓰는 글들은 마약 사용을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저 우리 사회가 마련해온 마약 정책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 뿐입니다.
저는 중독자로서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니, 이게 길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걷고 있습니다.
그저 작은 손전등 하나에 의존한 채 수풀을 헤치며 걷고 있습니다. 이 손전등의 배터리는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격려댓글로 겨우겨우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