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근무중 같이 일하시던 분께서 뜬금없이 오시더니 눈을 바라보시며 이야기 하십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다고..." 신청기간이 2틀인가 남은 시간이었는데 말을 전하시는 눈빛을 보니 감이 오더군요.
' 아... 진심이시구나...'
32년을 근무하신 분으로 나이로 치자면 저보다 12살이나 많으신 선배입니다. 처음부터 같은 부서도 아니였고 타부서에서 아주 오랬동안 근무하시다가 조직의 개편으로 인해 같이 일하게 된 케이스 입니다. 더구나 옮긴 후 근무해야 하는 곳은 나이 차이가 스무살에서 크게는 서른살 이상 차이나는 인원들과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말하자면 아들 딸 뻘되는 인원들에게 새롭게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물론 한참 젊고 빠릿한 인원들이 보기에는 맘에 들지 않을수고 있고 실제로 그런부분에 대해 뒤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도 몇번이고 듣곤 했지요. 사실 본인도 분명 느끼고 들으셨을 터인데 내색한번 안하시고 성실하고도 꾸준하게 자신의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해온 분입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말씀드렸습니다. 불평불만하고 뺀질거리며 가는곳 마다 트러블을 일으켜 이부서 저부서 돌아다니다, 결국 업무적 강도가 가장 약하고 쉬운곳에 가서 일하는 인원들도 널렸는데 자리만 있다면, 아니 만들어서라도 그런 자리에 보내드리고 싶다고... 그래도 아직 정년하시려면 몇년 남았는데 그나마 편한곳에서 일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쓰윽 웃으시며 말이라도 고맙다고 하시며 이젠 정말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씀하시네요.
그저 "예 , 알겠습니다. 잘 정리하여 보고하겠습니다." 라고 밖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32년이면 그분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넘습니다. 이 회사가 곧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 아직 그 기분이 어떨지 조차 감이 오지 않습니다. 참 만감이 교차한다라는 표현이 맞을런지요...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한 사무실의 또다른 선배분께서 이야기 하시길 "웃으며 인사하고 정리 하다가도 마지막 퇴직서류에 싸인하는 순간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고 하시네요. 언젠가 저도 그런 기분을 느낄날이 오겠지요?
모든게 끝이라 생각하면 다소 무거울 수 있으나 그것은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일 뿐 지금껏 해온것처럼 또다시 삶은 이어지고, 어찌 보면 내가 자신있게 나가지 못함에 다른이들도 나간다 하면 부정적인 생각먼저 하게 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나와의 인연이 끝난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의 표시가 "나가면 뭐할건데" 란 질문 먼저 만드는 것일지도요...
응원합니다! 건강하시구요! 진심 수고하셨습니다~ 맘껏 자유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야기하신 새로운 인생 멋지게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