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5월 15일 두 명의 선생님이 그 명예를 회복하셨습니다. 기간제 교사로 순직 두 글자를 인정받지 못하던 분들이 대통령 지시로 순직처리가 이뤄진 거죠. 정말로 기뻤습니다. 내 일보다 더 기뻤다면 거짓말일까 싶을 만큼 기뻤습니다........ 1년 전 오늘의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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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자가 끊어지고 성대가 녹아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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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진나라 환온이라는 사람이 촉(蜀) 지역을 정벌하기 위해 수군을 이끌고 장강을 거슬러 올랐다. 요즘도 크루즈로 유명한 코스인 삼협(三峽)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한 졸병이 뭘 잡아 왔다며 떠들었다. 원숭이 새끼였다. 병사들이 웃고 떠들고 원숭이 새끼를 가지고 놀았다. 지루한 항해 중에 그만한 재미가 어디 있었으랴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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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디선가 날카로운 짐승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것은 강물 저편 뭍의 벼랑에서 필사적으로 배를 따라오는 한 어미원숭이였다. “어미인가보다.” 그러나 이미 넓어진 강폭 한 가운데를 노 저어가던 함대를 원숭이 새끼 때문에 돌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백 리를 원숭이는 계속 따라 오며 울부짖었다. “아직도 따라붙고 있느냐?” “예. 우리가 멈추면 저것도 멈추고 우리가 가면 따라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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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폭이 좁아졌다. 원숭이 소리가 가까워진다 싶더니 갑자기 어미 원숭이가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원숭이는 갑판에 떨어졌다. 다급히 새끼를 찾는 듯 했으나 이미 원숭이는 기력을 다하고 있었다. 잠시 헉헉거리던 원숭이는 곧 쓰러져 거품을 물다가 머지않아 죽었다. 새끼를 찾으러 백 리를 내달린 원숭이의 한계였다. 병사들이 그 배를 갈라보자 창자가 조각 조각 끊겨 있었다. 새끼를 잃은 슬픔이 그 창자를 잘라낼 정도로 컸던 것이다. 환온은 이 소식에 크게 놀라서 원숭이를 풀어 주고 애초에 새끼를 잡아왔던 병사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패고 내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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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단장’(斷腸)의 아픔, 즉 창자를 끊을 만큼 큰 고통이다. ‘단장의 미아리고개’와 ‘단장의 능선’ 전투에 등장하는 그 단장이다. 수많은 이들이 자식을 뒤로 하고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끌려갔던 고개와 수없는 어머니의 피눈물과 자식들의 피가 뿌려졌을 전장이니 그 끊긴 창자 조각이 여북했을까. 사람의 고통 가운데 자식을 앞세우는 것만큼 큰 고통이 없기에 이런 말이 나왔고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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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4월 16일의 참사 후 수백 명 부모의 창자가 끊겼 나갔다. 그나마 살아 있는 새끼를 바라보며 뛰었던 어미 원숭이와 달리 자신의 아이들이 고스란히,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부모들의 창자는 곱절로 토막나 있었을 것이다. 살아서 숨쉬고 밥 먹고 잠자면서 창자가 끊어지는 소리를 툭툭 들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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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의 아픔이야 누가 더하고 덜하랴마는 창자가 끊긴 그 위해 심장이 터지는 소리까지도 감당해야 했던 분들이 있었다. 기간제 교사로 담임을 맡았고 반 아이들과 함께 있기 위해 사지(死地)로 정신없이 달려갔던 교사 두 명의 부모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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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을 천직으로 알았던 딸, 그렇게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과 함께 하기를 원했던 선생님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그런데 자신의 책무를 다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에게 붙는 순직(殉職) 두 글자는 두 교사들의 영전에 바쳐지지 않았다. 기간제라는 이유에서였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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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쯤 전, 어느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느라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한 초로의 신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토요일 오후여서 텅 빈 사무실. 나는 그와 둘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인사를 시켜 주는 PD도 없어서 멀뚱멀뚱 천정의 거미줄만 찾고 있었는데 PD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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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먼저 좀 인터뷰 부탁드릴게요. 세월호 참사 때 돌아가신 기간제 선생님 아버님이신데 다음 일정이 또 있으셔서.....” 기꺼이 그러시라고 했고 좀 더 기다렸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오는데 이미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고 PD의 눈도 벌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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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순직이 이뤄질 거라고 PD가 울먹이며 위로하자 아버지는 그예 꺽꺽거리는 울음을 터뜨리셨다. “훈장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헉헉...... 그냥 그 아이가 헉헉...... 했던 대로만.... 했던 대로만..... 헉헉 인정해달라는 겁니다.” 그 소리에 나도 눈물이 흘렀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창자가 툭툭 끊기는 소리였다. 그리고 하나 더, 성대가 녹아 내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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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잠시 만났던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는 몇 년 동안 울부짖고 소리지르고 통곡하고 꺽꺽거리다가 성대를 다쳐 인공 성대 삽입 수술을 받았다. 이걸 뭐랴고 해야 하나 용성(鎔聲-목소리를 녹이는)의 아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파성(破聲)의 고통으로 이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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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참사 때 임무를 다하다 돌아간 고인 두 분에 대한 순직 절차를 밟을 것을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고 한다. 관계 기관은 즉시 지시 이행에 나섰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들의 감회를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그저 옛 사람의 노래를 빌려 그 심경을 짐작할 따름이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말으시고 새려면 늘 언제나 오늘이소서.” 오늘 그분들의 끊어진 창자가 몇 조각이라도 이어지기를. 그래서 자식들의 못다함 삶까지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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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 감사하며, 하나 더 바란다면, 어미원숭이의 조각난 창자를 본 환온이 분노하여 새끼를 잡아온 병사를 매질하여 내쫓았듯, 세월호 사건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물어야 할 책임을 묻고 숨겨진 진실이 있다면 밝혀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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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할 일이라면 환온이 새끼를 놓아 주어 생명을 이어갔듯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정의로운 사람들, 자신의 목숨 바쳐 책임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살린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여 우리 안의 아름다움으로 삼는 일일 것이다. 추악하고 어이없는 참사 속에서도 빛나는 사람들은 많았다. 두 분 기간제 선생님들의 명복을 다시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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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히 기쁘다. 술 쏘고 싶다. 동시에 슬프다. 이 당연한 일이 3년만에야 이루어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