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과거의 오늘을 보다 보니.... 2년 전의 일이 가슴 한 자리를 눅눅하게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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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에 늦어 홍대입구 전철역까지 택시를 탔습니다. 딱 5천원이 나와서 만원을 내고 받은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역으로 들어가는데 역 입구에 빅이슈 판매하시는 분이 서 계시더군요. 주머니 속 5천원을 꺼내서 빅이슈 한 권을 받아들다가 언뜻 보니 포장 안에 뭔가 더 들어 있습니다. 그건 그 분이 육필로 쓴 ‘이야기’였습니다. 열 아홉 번째 이야기라고 돼 있는 걸로 봐서 이전에도 이렇게 써 오셨던 모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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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훑어 읽으니 아저씨의 사연도 기구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친 뒤 보상을 받았지만 이래 저래 쓰고 나니 남은 건 단돈 백만원. 병원비라도 아끼려고 퇴원을 했는데 오갈데 없어 여관방 하나를 얻고 어쩌고 하니 남은 건 20만원. 결국은 여관방도 나와 숙소가 제공되는 인력사무실을 구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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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사무실 소장은 이분의 다리를 보고 일할 수 있겠냐고 고개를 젓는데 이분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합니다. 절박한 심정이고.... 작업 현장 정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그것도 안되면 떠나겠다고..... 그랬더니 소장은 곰곰 생각하다가 얘기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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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곳 숙소에 계세요. 할 만한 일 나오면 보내 드릴 테니 있어 보세요. 대신 4~5일에 한 번 정도밖에 일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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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다가 사흘에 한 번 꼴로 실내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 가서 일을 하게 됐는데 쓰레기 청소하며 정리하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다시 없는 행운이었다죠. 그런데 나중에 이분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실내 인테리어 사장과 인력 사무실 소장은 친구 사이였고 굳이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도 와서 일하게끔 해 주었다는 거지요. 대충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요 (이건 제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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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필요 없는데?”
“정리 좀 시키면 되잖아. 너무 사정이 딱해서 그래. 일당은 내가 챙겨 줄게. 일 없이 돈 주는 것도 웃기잖아.”
“아니 일은 내가 시키고 니가 왜 일당을 줘? 그럼 3일에 한 번씩이라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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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목마르고 절박함이 목에 차올랐을 때 누군가의 선의로 숨을 돌렸던 아저씨는 이렇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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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절망적으로 만들지만 살리기도 하는구나.... 30대 주반 때 도움을 주신 인력사무실 소장님 인테리어 사장님. 숙소에 있던 동료분들과 잡지 구매하시는 독자분들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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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사람 때문에 세상이 싫어지기도 하지만 또 사람들이 없으면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 역시 1달에 한 번씩은 꼭 빅이슈를 사 보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제가 내미는 5천원 지폐와 힘내세요 한 마디가 누구에겐가는 물살 센 삶의 개울을 건널 때 작은 징검돌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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