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시야키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만송각을 예약하려 팩스로도 보내보곤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ごめんなさい 뿐이었다.
트립어드바이저로 대마도 정보를 좀 더 보고 있는데, 하단 호텔스닷컴 광고에 세이잔지 즉 서산사 22일 해당 객실이 하나 남았다고 뜨길래 바로 예약을 진행하여 하루 머물 수 있었다.
12 이즈하라 최고의 숙박업소, 서산사(西山寺, 세이잔지)
티아라몰에서 장을 보고 렌터카를 타고 서산사로 향했다. 약간 언덕쯤에 위치하고 있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 렌터카를 운전해서 가는 길이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경사가 높은 언덕을 지나 조금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다보면 돋보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곳이 유명한 서산사였다.
넙적한 돌로 쌓아올린 벽 사이 신사에서 볼 수 있었던 돌계단이 있었는데, 마치 돌계단을 올라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외관에서부터 풍겨져나오는 분위기가 너무 신비롭기도 하고 평온해보이는 곳이었다.
돌계단을 다 올라 대문같은 곳을 지날때쯤 보이는 안내문이 있었으니, 숙박하는 손님이외에 출입을 삼가해달라는 당부였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유명한 외교승 현소가 있던, 말 그대로 절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 부터 높은 계급의 조선통신사가 대마도를 통해 일본으로 들어갈때 잠시 머무르는 숙박지로도 사용하여 왔고, 지금 현재는 유스호스텔로서 숙박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사찰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대문을 넘어서 펼쳐진 풍경은 더할나위 없이 운치가 있어보였다.
프론트로 향하는 본관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향하면 아름다운 정원도 펼쳐져 있었다.
정말이지 이곳분위기는 아래에 위치했던 이즈하라의 모습과는 정 반대 모습이었다.
적당한 적막감과 더불어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이곳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정원의 한켠에는 신당으로 보이는 곳이 있었고, 그 뒷쪽으론 법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식 정원 한곳에선 영남의 대 유학자 김성일의 비도 있었는데, 통신사로 대마도에 들려 현소의 영접을 받고 서산사에 체류하는 동안 서로 시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그 중 서산사와 깊은 사연의 시 한수를 골라 비석 뒤에 새겼다고 하니,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一堂簪蓋兩邦臣 한 마루에 의관 갖춘 두 나라 신하
區域雖殊義則均 구역은 달라도 의리와 법식은 고르다네.
尊俎雍容歡意足 술자리에 조용한 용모 환영의 뜻 만족하니
傍人莫問主兼賓 옆 사람들이여 주인과 손님을 묻지 마시오.
서산사의 어느 한곳도 온 정성을 기울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프론트로 향하는 입구에도, 뒷켠에도 종각건물 뒷쪽으로 가보면 졸졸 흐르는 냇물 받이도 있었는데, 그 속에는 금붕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노렌을 살짝 걷으면 서산사의 프론트가 보이는 데 이곳에서 스님이 맞이하여 주셨다. 예약자 이름과 객실타입을 확인 후 조식을 몇시부터 먹을건지 스님께 말씀드리면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내려와서 식사를 하면 된다.
또한 넉넉한 공간에 주차를 할 수 있었는데, 별도의 주차비 하루 300엔을 지불해야한다.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객실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통로마다 아기자기 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정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구석구석에는 부처님을 만날 수 있었다.
복도에서는 일본의 정원양식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정원을 카레산스이라고 한다.
주로 정원과 료칸에 많이 쓰이는 양식이라고 하는데, 자갈 밭으로 물결무늬를 만들어 놓고 그 물결무늬 자갈 밭 위에 바위를 올려놓아 마치 섬이 있는 바다처럼 보이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구름이 자욱한 산 봉오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만물은 보는 눈에 따라 의미가 틀려진다는 교훈을 준다고 한다.
복도에는 층마다 여탕과 남탕으로 나누어진 작은 목욕시설이 있었고, 입욕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보면 세면대 두곳과 한쪽은 소지품과 옷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었고 탕안으로 향하는 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문을 여는 순간 펼쳐진 풍경은 정말 아늑했다.
탕은 두세명 들어갈 정도로 작았지만, 탕옆으로 큰 창문이 있어, 목욕하면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은 너무나도 멋질 거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머문 객실은 3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걸음을 살살 옮겼었다.
3층의 복도에는 문을 열고 바로 나갈 수 있는 정원도 있었고 이곳에 앉아서 정원만 보아도 힐링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객실 문을 여는 순간,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록 원했던 다다미 방은 아니였지만, 정말 숙박 선택에 있어서 탁월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으로 인해 여행 메이트에게도 칭찬세례를 받았다.
일본여행에서 어디든 객실 상태가 굉장히 깔끔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갑갑함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서산사에서는 그런 갑갑함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창문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이즈하라의 모습은 그곳에서 거니는 것 보다 너무나 평온했다. 테라스를 나가서 오른쪽으로 보면 시원하게 이즈하라 항구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약간 언덕에 위치한 이곳이 지리적으로 신의 한수가 아닐까
객실에 비치된 가운을 입고 창문을 열어 바깥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편해지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 객실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객실에 커피포트와 세종류의 티백이 준비되어 있었다. 야식으로 먹을 유부라면 물을 데우면서 티백도 하나 마셔보기러 했다. 그 중 적당한 하나를 골라 우려서 마셔보았는데, 여행으로 인해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야식으로 티아라몰에서 구매한 곤약젤리와 호로요이로 적당히 자기전에 배를 채워주웠다.
다음날 아침, 일곱시쯤이었나? 서산사 내에서 알람이 울리기도 하였다. 그소리에 일어나 조식먹으러 가기 전, 세수도 하고 정돈도 하였는데, 침대 맞은편에 큰 거울도 있어 나가기전 매무새를 다듬기에 좋았다.
조식은 1층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이곳 또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했다. 그동안 보아왔던 서산사의 분위기와는 달리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 했다.
테이블은 여섯개정도 있었는데, 그중 우리는 여름날 난로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반찬과 디저트를 제외한 국, 밥, 차, 생수가 셀프라서 국과 밥을 공기에 덜어 앉았더니 스님께서 반찬과 음식들을 가져다 주셨다.
서산사의 조식은 여행객들에게 워낙 유명하여 말이 필요없었다. 아기자기 이쁜 그릇에 소소하게 담긴 음식들이었는데, 자칫 적은 양이라 실망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먹어보면 전혀 적지 않은 양이었다. 간이 적절하게 되어 있어 입에도 딱 맞았다.
나오는 발걸음을 너무나도 아쉽게 만든 대마도 서산사의 템플스테이는 정말 어느것 하나 놓칠수 없었고 대마도 여행기 중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세이잔지
일본 〒817-0022 Nagasaki Prefecture, Tsushima, Izuharamachi Kokubu,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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