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님이 마스터노드 실험을 추진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얼마전 스팀 마스터노드에 대한 의견을 올리신 것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팀 생태계에 마스터노드가 필요한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과 별개로, 이 실험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또, 그 끝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굉장히 기대가 되는군요.
이 마스터노드 실험은 생각보다 재밌는 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심리학 실험과도 닮아 있습니다. 실험실은 한국 스팀잇 커뮤니티, 피험자는 한국 유저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인 물건은 마스터노드입니다. 결코 작지 않은 하나의 커뮤니티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무척이나 흥미롭고 기대가 됩니다.

마스터노드 기획 취지
마스터노드는 다들 아시다시피 일정 수준의 코인(예: 1만 스팀)을 가지고 있으면 이자를 지급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보통의 마스터노드라면 코인 보관 이외에도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합니다만, 스팀 마스터노드는 그런 것이 따로 없습니다. 단순히 들고만 있어도, 은행 이자처럼 코인을 지급해주는 형태로 비춰집니다.
그런 장치가 왜 필요할까요? 이는 스팀 생태계 설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만일 제가 스팀만 사고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경우, 저는 필연적으로 연 8%정도의 손해를 봅니다. 이 손해의 근원은 매년 발생하는 스팀 인플레이션에 있습니다. 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저(스팀 투자자)도 스팀 커뮤니티 활동을 해야합니다.
저는 스팀코인을 스팀잇 주식인줄 알고 샀습니다. 그런데 이게 알고보니 계속 늘어나는데도 저한테는 주질 않습니다. 저도 달라고 했더니 SNS 활동을 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그리 달가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에게도 일종의 방어기제가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 다단계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마스터노드는 이런 수동적 투자자들을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은 굉장히 성가신 장치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를 보니까요. 더 많은 투자자들을 포용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옵션 마스터노드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마스터노드 수익의 근원
그런데 여기서 머리가 아파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 마스터노드에게 줄 이자는 어디서 오냐는 것이지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팀잇 커뮤니티가 가져가는 보상 파이에서 일부 떼서 주는 것입니다. 저자 보상 파이에서 몇%, 큐레이션 보상 파이에서 몇% 떼서 주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투자자의 풀을 넓히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입니다. 커뮤니티로 더 많은 돈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단기적/장기적으로 코인의 가격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저자도 큐레이터도 두팔 벌려 환영할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니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분명 불만을 가진 저자나 큐레이터가 생길 것입니다. 저자는 열심히 글을 쓰고, 큐레이터는 눈 부라리며 좋은 글을 찾아내 보상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마스터노드는 베짱이마냥 예금만 하고 누워있었더니, 보상을 받는군요. 배가 아파옵니다.
마스터노드 실험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투자자의 풀을 넓히기 위해서, 본인들이 모은 보상을 얼마나 많이 후원(환원)해줄지 측정해보기로 했습니다. 후원된 금액들은 고스란히 마스터노드들에게 비율에 맞추어 배분되게 됩니다. 개미들이 본인이 모은 식량 중 일부를 후원했고, 그 식량은 베짱이에게 배분됩니다.
개미들이 더 많은 식량을 생태계에 환원할 수록 더 많은 베짱이들이 모여듭니다. 베짱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개미들의 쌀 한톨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결국 개미들도 이득을 보고, 베짱이도 이득을 봅니다. 이를 내다본 개미들은 본인의 식량을 환원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후원된 금액의 양이 늘어납니다.
이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
여러분들은 베짱이 투자자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후원을 할 수 있으신가요?
이 메시지는 꽤 묵직합니다. 후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본인이 쓴 글에 대한 보상 중 일부를 후원하면 됩니다. 그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플랑크톤이든 돌고래든 고래든 상관없이 참여가 가능하죠. 경우에 따라 고래보다 플랑크톤 스타작가의 후원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작가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셈이네요. 스팀 코인 가격상승이 가입자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고래들에게 공정하고도 건강한 큐레이팅을 요청했습니다. 어쩌면 이제 스타작가들도 비슷한 심판대에 오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흥미로운 일입니다.
마치며: 한계는 있다
글을 작성하다보니 생각보다 더 재밌는 아이디어입니다. 처음 제안된 방식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 것 같네요. 저도 후원에 미약하게나마 참여해야겠습니다. 좋은 취지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응원하고 싶네요. 하지만 떠오르는 약점이 있습니다. 역시 마스터노드의 가장 큰 적, 스팀파워 임대사업이 걸림돌이겠지요.
사실 스팀파워 임대사업을 스마트계약으로 공식 지원해주고, 활성화시킨다면 마스터노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수동적 투자자들은 파워업을 하고 스팀파워 임대를 해주면 되니까요. 그에 따라 얻는 이자를 가져가면 됩니다. 따라서 마스터노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스팀파워 임대 이자와 경쟁 가능한 수준의 보상을 보장해줘야합니다.
제 사견으로는 스팀파워 임대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이 경우 악용될 여지가 많겠지요. 온갖 종류의 어뷰징이 판을 칠 것입니다. 임대해온 스팀 파워이니, 그들은 스팀 가격에 관심이 없을테고 같은 기간동안 최대한 많은 보상을 챙기려고 할테니까요.
그러거나 저러거나, 글 초입에 말씀 드렸듯이 굉장히 재밌는 실험입니다. 후원 금액이 얼마나 모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군요. 글 재밌게 봐주셨기를 바라며 야심찬 한국커뮤니티 마스터노드 실험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