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hiho입니다. 네팔 출장기가 가장 큰 고비를 넘었습니다. 마치 연재가 끝난 것처럼 맥이 탁 풀리네요. 그래도 지금처럼 많은 사랑 끝까지 부탁드립니다. 연재는 내일부터 '한-네 친선병원' '한 번의 휴식' '아이들' '귀국' '화보와 후기' 정도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1일 1포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야심차게 쳐묵한 먹스팀을 꺼내 듭니다.
여의도에 출입하며 가장 불편했던 것은 평양냉면이었다. 그다지 날카로운 혀를 가진 동물은 아니지만 내 입에 맛있는 것엔 매우 집착하는 편이다. 집착하는 음식 중 하나가 평양냉면인데, 여의도엔 평냉집이라고 할 만한 곳이 정인면옥 한 곳 뿐이었다. 일단 평양냉면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수준으로만 맛이 따라주면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라 많이도 갔었다. 그럼에도 이 곳은 강 건너 서울 평냉 강자들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대기줄이 너무 상식 밖으로 길어져서 잘 못가게 됐다.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평양냉면집이 이 좁은 땅에 두 곳이나 생겼다는 얘길 들었다. (사실 엄청 새로운 소식은 아니었다) 동 여의도에 '선주후면'과 서여의도에 '남촌서래등'이 그들이다. 우연찮게 두 곳을 하루이틀 간격으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평냉판의 불모지인 여의도가 풍요로워졌다는 결론을 먼저 밝혀 둔다.
- 선주후면(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27 롯데캐슬엠파이어 1층)
맛을 논하기에 앞서 안타까운 점을 먼저 언급해야겠다. 이 집은 육수 추가에 돈을 받는다. 작은 건 2000원, 큰 건 4000원. 냉면 가격이 9000원으로 상당히 싼 편임을 감안해도, 육수 리필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장충동 평양면옥에서 찬 육수를 더 달라고 했더니 아줌마가 주전자 째로 들고 와서 "수돕(stop)해!"라고 푸근한 반말로 얘기하며 콸콸콸 부어주던 일이 생각났다. (최근에 장충 평양면옥에 갔을 때, 일하시는 분의 엄청난 불친절을 목격했다는 점은 참고) 모름지기 냉면은 나오자마자 육수를 찰랑찰랑하게 리필해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셔주는 게 완냉이거늘... 가격표에 본래 1만 3000원인데 할인해서 9000이라는 의미로 13000원에 취소선을 그어 놨다. 흠 그럼 원래 이 곳은 우래옥, 봉피양과 같은 레벨이라는 건지... 나는 차라리 1만3000원을 내고 육수를 듬뿍 더 받아서 콸콸콸 마시는 편을 택하련다.
맛. 맛은 있었다. 왜냐면 평양냉면이니까. 면은 봉피양이나 을밀대처럼 도톰했고 약간은 을지면옥처럼 우득우득 씹히는 식감을 갖고 있었다. 비싼 육수는 동치미 맛을 강하게 살리면서 육향이 진한 편이었다. 아 생각난다. 또 먹고 싶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냉면값을 1만 3000원으로 하고 육수를 무료리필로 해도 될 것 같았다. 여러모로 봉피양 맛에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다.
여름인 데다 가격이 싸서 그런 건지 오전 11시 40분에 도착했는데 대기 줄이 엄청났다. 금방 빠져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동여의도 직딩들은 한 11시부터 점심을 먹는가)
- 남촌서래등(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68길 11)
우선 9000원으로 다른 곳의 평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육수 리필에 돈을 받지 않는다. 일단 합격. ㅋㅋ
우선 면은 선주후면과 마찬가지로 도톰한 편이고 약간 쫀쫀하면서 툭툭 잘 끊어지는 맛이었다. 육수가 조금 특이했는데 육향인지 뭔지 평냉 치고는 단맛이 좀 있었던 것 같다. 파도 들어있고 육수 맛이 좀 다채로운 게, 일반적인 평냉처럼 슴슴하진 않은 편. (먹어본 중에 슴슴의 끝판왕은 마포구 공덕동의 무삼면옥)
일단 국회와 가까운 서여의도에 평냉 포인트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맛이 준수하다. 사실 서여의도에서 한끼에 1만원이 안 되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엄청 비싸고 맛없는 집들이 많은 곳이 서여의도... 맛집 검색하면 죄다 동여의도다.
어쨌든 뻘소리가 많이 들어간 먹스팀은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