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자도 결국 저리로 가는구나."
오늘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됐다는 뉴스를 본 아내의 말이다.
김 내정자가 훌륭한 기자였는가에 관해선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나도 그를 자세히 모르고 친분도 없다. 그는 기자시절 끝물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일련의 특종을 쏟아 냈다. 누구보다 먼저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부터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다. 요즘 세상, 그 연차에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근성이었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모두가 달려들었을 때도 빛나는 특종들을 계속 썼다. 그의 평생 기자생활을 지켜본 누군가 그를 훌륭한 기자가 아니라고 해도, 이 부분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내정자는 사실 정권출범 당시에도 대변인으로 입길에 오르내렸다. 정말 청와대의 부름을 받았지만 고사했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관직을 받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 그는 일찌감치 회사를 그만둬서, 친정부 성향의 언론인이 새정부 청와대에 입성했다느니, 정치를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느니 하는 비판의 중심에 한겨레가 서 있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추측이다.
어쨌든 또 한 명의 기자가 펜을 놓고 관을 썼다. 아내는 훌륭한 기자'도' 결국 저리로 간다고 했다. 대체로 저리로 가는 기자는 훌륭한
기자가 아니었다는 거다. 정치권으로 떠나는 기자를 향한 현직기자의 비판의식이 깔린 말이다. 나는 아내의 말에 상당히 공감한다. 가까운 케이스 몇을 꼽아보니 딱 맞다.
참 많은 기자가 기자이기를 포기하는 시대다. 그러다보니 훌륭한 기자들도 훌륭한 기자인 채로 자신의 경력을 마감하지 못하고 펜을 놓는다.
기자가 너무 많다. 좋은 매체, 나쁜 매체를 떠나 경쟁이 너무 심하다. 특종은 커녕 물을 먹지 않기도 점점 어려워진다. 잘 다듬어진 펜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도 점점 멀어진다. 기자가 신념대로 기사를 잘 써서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때도 아니다. 신념을 버리고 구악짓을 해서 배만이라도 불리려고 해도 세상이 투명해져 신통치 않을 테다. 무엇보다 기자들을 보는 세상의 시선이 너무 가혹하다. 죄 짓지 않은 기자들도 함께 죄인이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를 향하지 않아도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것마냥 가슴이 철렁한다.
누가 뭐라해도 훌륭한 기자가 아닌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다. 사실 별다르게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고민도 없다. 기자질을 그만둘 때, 훌륭한 기자가 좀 더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또 그 때쯤 김의겸의 모습이 그저 그런 언론 출신 정치인들과 비슷해지지 않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