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출장을 다녀와 놓고 검나 힘들었다는 이야기 외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은 전혀 풀어놓지 않았다. 막중한 죄책감을 느끼며 뭘 쓸까 생각했다. 된장 쓸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골프 카트 하나가 생각났다. 영어를 나만큼이나 못하는 어눌한 일본인의 발음도 기억났다.
삼성 갤럭시S9 행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 행사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에,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 전시장에서 이렇게 생긴 차를 봤다.
무슨 자동차 모양의 디스플레이 광고판인가 싶었다. 골프카트 같은 모양에 앞유리와 사이드미러가 없고 대신 앞, 뒤, 양옆, 실내에 LED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스티어링 휠도 없는 이 차엔 '더 뉴 콘셉트 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외국인 두 명이 차에 올라타자, 사진에 있는 일본인 아저씨가 영어로 설명을 했다. 영어 못하는 옆나라 기자가 듣기에도 어려운 표현이 하나도 없는 느린 영어였다.
소니와 함께 만들었다는 이 차는 일본인이 구라를 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놀라웠다. 우선 앞유리, 사이드미러, 룸미러는 필요가 없다. 전후좌우면에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 실시간으로 실내 4K(4096*2160) 해상도 모니터에 나타난다. 운전자는 모니터를 보면서 운행하면 된다. 카메라는 저조도 촬영이 가능해, 야간에도 운전자는 대낮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뭘로 대신할까? 일본인은 말했다. "뿌레이스떼이숀 패드"라고. 이런 된장 모니터를 보며, 물론 레이싱을 하면 안 되겠지만, 플레이스테이션4 레이싱게임 하는 것처럼 운전을 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더 큰 놀라움과 이 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 건 그 다음 설명을 들은 뒤부터다. 일본인은 이 차가 5세대(5G)이동통신망으로 클라우드와 연결된 '커넥티드 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술을 마셔도 집 안에 있는 누구든 집에 있는 TV 화면을 보면서 운전을 할 수 있다. 당신은 차 안 모니터로 소니픽처스의 영화를 보면서 집에 오면 된다"고 말했다. 5G망이 상용화되면 차-클라우드-집이 초고속 초저지연 초대용량 인터넷으로 연결돼, 집에서도 차에 달린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끊김없이 보면서 운전을 하고, 집에서 패드로 입력한 커멘드가 거의 동시에 차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나는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했다. 술을 마시러 가는 길이지만 차를 가져간다. 술 취한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나 술 이빠이 마셨어 운전 좀 해줘." 아내는 "어휴, 그 놈의 술 또 마셨어. 귀찮게"라며 전화를 끊는다. 아내는 툴툴거리며 거실 TV를 켜고 플스 패드를 꺼내 운전을 시작한다. 나는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영화를 보다 잠이 든다.
물론 이 차는 어디까지나 콘셉트 카다. 이 차 이름을 몇번이나 물어봤다. 그러니까 이 콘셉트카의 이름이 뭐냐고. 일본인은 몇번이고 같은 대답을 했다. "더뉴콘셉토카아~!" 아직 5G망이 상용화되지 않아서 LTE로 연결돼 있고, 골프카트에 구현해 놔서 저속으로 밖에 운행할 수 없지만, 머잖은 미래엔 이 콘셉트가 적용된 일반 차량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더 뉴 콘셉트카가 상용화되면 대리기사 씨가 마르겠지... 아직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디젤차가 좋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