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시절 내 책상 모습
전자책 판매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급기야 직원들 월급도 주기 어려운 상황이 와서 대표님은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급한 불을 끄고, 전자책 판매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워크샵을 통해서 나왔던 아이디어는 입학사정관제라는 제도에는 입시생의 관심을 증명해야 하니 고등학생 대상 전자책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만약 컴퓨터공학과를 들어가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컴퓨터와 관련된 전자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교육업체 미팅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우리 회사 비전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중단되었다.
그리고 진행된 것은 B2B 판매. 공공도서관, 기업도서관 등에 전자책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도서관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를 리스트화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고, 서울 인근 도서관에는 직접 찾아가서 영업을 했었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지만 B2B 판매량이 조금이나마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에 자주 가던 도서관도 막상 영업맨으로 도서관 사무실 문을 열려고 보니 문앞에서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기업의 전자책을 제작해주는 외주업무도 했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 쉽지 않았다. 전자책을 왜 제작해야 되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느정도 비용을 산정해야 하는지도 기업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몇 건이 성사되었고 적지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나중에는 기업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땐 기업이 전자책을 광고로 인식하고 진행을 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정해진 광고예산이 있으니 애초에 전자책을 광고용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면 그 이전에 만났던 기업들도 더 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연도 진행했었다. 우선 대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무료강연도 하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강연도 했었는데. 무료강연의 경우 모객이 잘 되지만 유료강연은 모객부터가 큰 난관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모객이 되어서 3기까지 전자책 제작 강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강의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투입된 비용대비 수익을 계산하면 큰 순수익이 남지 않는다.
또 지원사업에도 여러번 지원을 했었다. 처음에는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는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계속 버텨내고 살아남으니까 나중에는 연이어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 수록 살아남은 전자책 스타트업이 몇 개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오래도록 살아남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매절판매 방식으로 공급도 했다. 예를 들어 전자책 1권을 1달간 무료로 제공해주고 그에 대한 비용을 플랫폼으로 부터 지급받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플랫폼에서 제안이 들어와야 진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수익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것은 기업에 광고용 전자책을 제작하는 것이었는데. 큰 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인력이 투입되어야 해서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다. 외주작업, 지원사업 모두 그랬다. 시간을 대가로 돈을 받는 일들.
사실 우리의 프로젝트와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우리가 만든 전자책으로 수익을 냈어야 했다.
어느 순간 그저 살아남기 위해 일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들은 즐거웠다. 정말 다양한 저자분들을 만나고 함께 책을 만들어나가는 순간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전자책들을 만들었으니까.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
돈은 되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