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움짤을 만들어 주신 @Illust님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어제 저녁, 님께서 본인이 중학교 2학년 시절 써내려 간 노래 가사를
스스럼없이 공개해 주셨습니다.
https://steemkr.com/kr-darkhistory/@cagecorn/4vb387-kr
혹여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명작이거든요.
스포 방지를 위해 일부만을 공개합니다.
그런데 케이지님께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한지 몇시간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과거라면 그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인터넷상에 올린 자신의 자작곡 가사'가 수십, 수백명에게 퍼져 나가고, 그 작품을 다른 장르의 예술로 재창조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죠.
님께서는 케이지콘님이 작사한 곡을 멋진 그림으로 그려 주셨습니다.
https://steemkr.com/busy/@relief88/j7a4y-kr-art
님께서는 훌륭한 랩 실력으로 케이지콘님의 노래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https://steemkr.com/kr/@omani02/4rmboq-norae
그리고 저는, 부끄러운 일본어 실력이지만 케이지콘님의 가사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일본어 번역을 담당했죠.님께서는
이 장면을 목격했을 때, 문득 저의 뇌리를 스치는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께 '나 그림 그리고 싶어요' '나 노래하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꿈을 커밍아웃했을 때 가장 많이 들려오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혹시 기억 나시나요?
그거해서 어떻게 벌어먹고 살래?
적어도 저와 제 주변에서는 그랬습니다. 물론 혈기왕성한 어린 시절에는 그러한 부모님의 말씀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고, 단순히 부모님이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게 한다'며 투정을 부리곤 했죠. 물론 어른이 되어서는 차차 그 말씀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만,
'글을 써서, 그림을 그려서, 노래를 불러서'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기 힘듭니다.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작가의 네임밸류가 없으면 그 그림은 아무도 비싼 가격에 사 주지 않습니다. 노래를 아무리 잘 불러도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밀어주지 않으면 TV에 얼굴 한 번 내비치기 어렵습니다.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속된 말로 '널렸고' 운 좋게 책을 낸다고 해도 이것저것 떼고 나면 저자에게 들어오는 수입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가치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중요한가?'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중요하다'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 네가 밥 굶어가면서 새롭고 가치있는 것들 한 번 만들어 볼래?'라고 물음을 던져 온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다고 대답하겠죠. 맞습니다. 인간에게는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기에 앞서 충족되어야 할 욕구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일 라면만 먹게 되더라도 노래 하면서 살고 싶어?'라는 질문에 '응!'이라고 과감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제 주변에는(나이가 20대 후반인지라) 시대상을 반영하듯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 친구들이 특별히 못난 것은 아닙니다. '인서울'은 아니지만 '한강 이남 최고의 대학교(?)'라고 불리는(ㅋㅋㅋㅋㅋ) 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고, 학점도 괜찮게 받았고, 외국어도 곧잘 합니다. 하지만, 그누구도 두터운 취업 성공의 문을 열어젖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처음에 우리는, 사회에서 원하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업에서 원하는) 능력과 자질이 우리에게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전 친구에게서 부산의 공기업에 지원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산관광공사'라는 기업인데, 지원서를 다운받아 읽어본 친구는 절망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력서에 적을 게 없었거든요.' 얼마 전부터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제도가 도입되어 많은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시 해당 채용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신상과 관련된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업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출신학교, 지역등은 기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직무 관련 경험'과 '관련 경력'을 작성하는 칸이 있죠. 관광공사에 지원하면서 관광 관련 경험이나 경력이 많지 않다보니, 친구에게는 해당 란이 모두 텅텅 비어 버리는(?) 모세의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이력서가 총 5페이지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앞 2~3페이지 정도는 거의 공백이었던 겁니다.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친구의 이력서를 받아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ㅋㅋㅋㅋ.. 그래서 친구와 소주를 한 잔 기울이며 '대학 시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하고 잠시 현실을 자각하는 시간을 가졌더랍니다. 아.. 그런데 필요한 스펙을 다 쌓은 친구도 취업이 안 되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니, '문제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네요. 저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이나 별다른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일본어와 영어에 관심이 많아 대학시절 내내 꾸준히 공부를 했기에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국어 정도는 외국인과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할 수 있습니다. (뜬금없는 자기자랑이군요 ㅋㅋㅋㅋ) 케이지님의 가사로 그림을 그려 주신 님은 게임개발자이시면서 화가입니다. 케이지님의 가사로 멋지게 랩을 해 주신
님은 본업은 아직 잘 모르지만, #norae 소모임지기를 맡아 이벤트를 진행하고 직접 노래를 부르시기도 합니다.
모두가 케이지콘님의 게시물에서 웃고 떠드는 데 집중해 있을 때, 저는 케이지콘님, 오마니님, 릴리프님의 게시물에 찍힌 보상을 보았습니다. (네, 저는 아주 속물적인 사람이니까요 ㅋㅋㅋ) 정말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 보팅을 해 주셔서 꽤나 높은 수치의 보상이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써 둔 가사가, 그 가사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 만든 랩이, 수익을 창출해 낸 것입니다.(두 분 모두 그 수익을 케이지님께 헌납(?)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ㅋㅋㅋ) 우리가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말이죠.
그런데 세 사람 모두, 만약 스팀잇에서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랩을 하고, 일본어번역을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일본어 번역이야 번역의뢰자에게 약간의 돈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림을 그려주신 릴리프님과 랩을 해 주신 오나미 님은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네임밸류가 있으시거나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 아마 따로 보상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능력을 살려,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 그를 통해 보상을 얻는 과정'을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이곳은 정말 신기한 곳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이제는, '돈 안 되는 취미생활'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애픽스번역을 마치고 작성한 글인 애픽스, 그리고 그 이후의 블록체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변화해갈 세상에서도 언급한 부분입니다. 보상기간은 지났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읽어 보시면 될 듯 합니다^^
https://steemkr.com/kr/@stella12/3h1yvp
그저 한국의 문화를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알고, 일본어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만 빼면 아무 잘난 것 하나 없는 제가 스팀잇에서 시간부족으로 대댓글도 달기 힘들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또 과분한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그냥 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서 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고 또 중요한 것은, '사회의 기준'으로는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이곳에 와서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그거해서 어떻게 벌어먹고 살래?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른바 '덕후가 지배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팀잇과 비슷한 형태의 블록체인 페이스북, 블록체인 인스타그램이 출시되어 많은 사람들이 취미 생활을 하면서 돈도 버는 시대가 도래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어린 시절 '그거해서 어떻게 벌어먹고 살래?'라는 말 한마디에 기가 죽어 내 안 어딘가 깊숙이 숨어버렸던 작은 꿈을 다시 한번 찾아나서 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