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모교 근처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왔습니다. 모처럼의 '13일의 금요일'에 찾은 모교 앞 대학로는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활기가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아직 20대입ㄴ.. 😉)
20대 후반이라는 나이의 특성상 제 주변에는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떼는 신입사원에서부터 직장에서 3~4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대리 직급의 근로자, 공무원 준비생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만, 요즘 제가 참가하는 대부분의 모임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 는 역시나 '스팀잇과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 스팀잇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보이는 친구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뉩니다.
1. '오.. 신기한데? 나도 한번 해볼까?' 형
2. '암호화폐? 그딴거 관심 없음' 형
3. '비트코인 그거 망한거아님?' 형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은 저마다 다른 법이기에 이러한 각자의 의견차이를 두고 누구는 좋은 친구고 누구는 나쁜 친구라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가지 유형 중에서 제가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그거 망한거 아님?"
유형이죠.
제가 이런 비관론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비관론적인 견해를 들어보고 싶기 때문인데요. 스팀잇과 단톡방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서 암호화폐에 대한 (주로 긍정적인 견해의)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관론자이기에 -ㅅ-; 블록체인 기술의 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찾아보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세 번째 유형을 만날 때마다 저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되물어봅니다.
"엇 그렇게 생각하나? 근데 왜 비트코인이 망할 것 같아? 비트코인 말고 다른 코인들도 망할 것 같나?" (부산사투리 ver)
이렇게 말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그냥.. 그거 투기같은거 아님? 우리 사촌형도 비트코인 했다가 300만원이나 잃었다던데?"
맞습니다. 상한가, 하한가가 없고 24시간 내내 장이 움직이며 실생활에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 코인도 하나도 없는, 가상화폐 시장의 무시무시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아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야기이지요. 그럼 저는 더욱 흥미가 생겨 친구에게 되물어봅니다.
"맞아. 지금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없이 투기자산으로만 대하고 있어. (어쩌구저쩌구..) "
대화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일반적으로 분위기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저의 일방적인 토크쇼가 시작됩니다. 친구에게 블록체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그 친구는 되받아칠 말도 없고 그냥 제 이야기를 들으며 적당히 맞장구만 치게 되는 것이죠.
오늘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제 친구들을 예시로 들었습니다만, 이는 우리가 지금껏 만나본 많은 '비트코인 비관론자(=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암호화폐and 블록체인기술과 비트코인을 동일시하는 사람들)'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기반지식에 대한 이해 없이, 투기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단 비트코인을 까내리고 보는 것이죠. 투기성을 빼놓고 보더라도 그들이 비트코인을 비관적인 태도로 대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실체가 없다느니, 소수의 사람이 너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느니 하는 이유들을 들어가면서 비트코인을 까내리기에 급급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람들을 [나쁜 비관론자]라 칭하고 싶습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 세상에는 [좋은 비관론자]도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팀잇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좋은 비관론자'를 만나본 것 같습니다. 스팀잇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며, 블록체인 기술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인 '탈중앙화'란 특성으로 인해 어뷰징, 담합보팅, 관리자의 부재 문제 등이 화제로 떠오를 때마다 우리는 스팀잇에서 좋은 비관론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은 주로 현재 스팀잇의 보상분배가 얼마나 불평등하게 이루어고 있는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며 스팀잇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적인 견해를 늘어놓지만, 그와 동시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보완책을 종종 함께 제시하곤 합니다.
좋은 비관론자와 나쁜 비관론자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좋은 비관론자는 그들이 비판하는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시스템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적정선의 비판을 가하며, 반대로 나쁜 비판론자는 기반지식에 대한 공부나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배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폄하하고 시스템을 깎아내리는 데 급급합니다. 좋은 비관론자는 때때로 저와 같은 '무한 낙관론자'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어 그들이 몸담은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지만, 나쁜 비관론자는 시스템이나 낙관론자 모두에게 전혀 도움될 것이 없으니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와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내놓는 '좋은 비관론자', '현명한 비관론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비관론자마저도 낙관론자로 돌아서게 되는 때야말로 진짜 [블록체인 혁명]을 우리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주말에도 역시나 가즈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