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하는 동안 EPUB3.0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인디자인으로 뚝딱 만들어서 EPUB 고정레이아웃으로 출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내가 쓰는 Adobe 제품들은 일본어버전이라 유튜브나 책, 인터넷에서 알려주는 것과 메뉴 이름, 단위, 디폴트설정 등이 달라서 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싹 다 밀어버리고 영어버전으로 다시 인스톨중이다.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동안 예전 사진을 뒤적거렸다. 갑자기 사진첩을 뒤적거린 이유는 내가 이 사진들을 다시 보길 원한다는 그의 한마디가 문득 생각나서이다.
when i take a photo, my goal is to show my perspective, how i see the world. it's not fancy, and it's not for art, but i love taking photos of people. people take pictures all the time now of everything in their life, but with my photography, i want to capture not just what's there, but how i feel and what i see in a person - to show who that person is, not just what they look like. i hope that, if you see the photos again, you can see something beautiful about yourself that you didn't see before, and have a memory of our times.
내가 사진을 찍을 때, 내 목표는 나의 관점을 보여주는거야.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말이야. 화려하지도 않고 예술을 위한 것도 아니야.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찍기를 좋아해. 오늘날 사람들은 매 순간 그들의 모든 일상을 사진에 담지만, 내가 찍는 사진만큼은,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찍어내는 것이 아닌, 내가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담았으면 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 를 보여주고 싶어. 나는 바래, 네가 나의 사진들을 다시 봤을 때 그전엔 네가 보지 않았던 네 안의 아름다운 무언가를 볼 수 있기를 말이야. 그리고 우리의 추억도.
나는 이 사진들을 고이 간직하고만 있었다. 사실 SNS에 그에 대한 내용을, 그와 함께한 시간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장거리 연애가 처음이었고, 얼마 못 가 헤어질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최근 들어 삭제도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새기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것을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는 나보다 어리지만 나는 그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과거의 대화를 정리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으므로.
예뻤던 것 같다.
그가 찍은 나는 정말 예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매우 못난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잘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더 잘하지 못하는 것이 속상했다.
'힘 좀 내지. 그림 좀 그리지. 일 좀 하지. 댓글 좀 달지. 포스팅 좀 하지. 영상 편집 좀 하지. 외출 좀 하지. 꾸준히 좀 하지...'
큰 사건을 겪었고 긴 싸움을 하고 있으니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더 빨리 이겨내지 못한다며, 더 잘 해내지 못한다며, 더 강해지지 못하냐며 매질을 한다. 내 마음은 외강내유인걸까? 남이 비난하면 흘려들을 수 있는데 자신이 하는 말은 그게 잘 안 된다. 그래도 덕분에 자존감을 더 꼼꼼하게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법을 강구한 적이 없다.
예뻤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 그런 일이 생긴걸까하고 자책을 많이 했다. 4살짜리 조카만 해도 언니가 화장하는 것을 보며 "나도 화장하고 예뻐질래"라고 하는데,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죄책감으로 바뀌어버렸다.
사건 이후, 우울증 때문인지 자살 충동이 생겼는데, 죽더라도 자살보단 때깔 좋게 굶어 죽는 게 낫다며, 젤네일, 머리 손질, 쇼핑 등등 외적인 것에 소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나를 예쁘게 가꿀 때면 자신감과 함께 불안함도 함께 차올랐다. 내가 예뻐보이면 또 누군가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할까봐. 그 불안함과 싸우는 게 지치고 피곤해서, 가지고 있던 옷과 가방과 구두와 악세서리와 화장품들을 박스에 담아 동네 센터에 기부를 해버렸다. 차라리 팔 걸. 그 박스 안에는 배터리가 터질 듯 빵빵해지는 바람에 백업하고 초기화시켜 보관하던 Macbook Pro 13인치도 들어있었다. 팔면 적어도 몇십만원은 받을 수 있었을텐데. 4년을 함께 한, 아직도 생각나는 녀석... 새 주인 만나 행복하니...? 아무래도 지금 일을 안해서 먹고 놀 돈이 부족해지니 이미 떠나 보낸 것들이 아쉬운 듯.
아무튼 그의 카메라를 통해 본 나는 예뻤던 것 같다. 서론이 길었다.
지금부터가 [나의 예쁜 과거展]이다.
작년이다.
포스팅이 너무 무거워질까봐 사진을 가로 1200px 까지 줄였다. 해상도가 아쉽다.
그의 perspective를 통해 본 나는, 괜찮은 사람 같다.
내 perspective를 통해 본 나의 내면도 이처럼 예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