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노트에 자꾸만 글들이 쌓여간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 적어내려가다가 미처 끝맺지 못해서, 여기저기 정리하지 못해서, 내용이 충분하지 않아서, 쓰다보니 맘에 들지 않아서, 쓰다 말고 메모장에 대충 던져놓은 글들이 오늘도 두어개 늘었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만난 전단지 아주머니에 대한 생각
봉사활동과 후원에 대한 보팅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들
나의 직업에 대한 회의와 변호, 희망과 모순
따위의 글들이 오늘 하루 동안 생각이었다가, 메모였다가, 문장이었다가, 글이 되었는데, 결국에는 한줄짜리 요약만 남아버렸다.
이적의 '지문사냥꾼'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잃어버린 우산들이 사는 곳, 사라진 양말 한 짝이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10년도 더 옛날이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의미에서 내 휴대폰 메모장은 그들의 무덤이다. 가끔은 다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때의 정서를 되찾지 못해 잊혀지고 지워진다.
부디 바라건대 책에서 처럼, 맺지 못한 글과 잃어버린 의미들이 사는 곳이 있기를. 그곳에서는 온전하게 존재하기를.
+)
열두시가 넘어버려 미처 끝맺지 못하고 글을 덮었는데, 그랬었다는 글 때문에 시간을 더 보내고 있는 이런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