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안 트라이애슬론 대회 후기-1 77 (2018.5.20)
호모사피엔스는 놀기 좋아하는 동물이다.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의 권태를 견디기 어려워하고 새로운 놀 거리나 장난감을 요구한다. 문화가 발전하면서 노는 방법도 날이 갈수록 다양화 되어 가고 있다.
동상이 걸려 손가락 10마디를 다 잘라내고도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는 산악인의 무모함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수영 3.8km, 사이클 182km, 마라톤 42.195km 대표적인 지구력 운동 3종목을 쉬지 않고 완주하는 트라이애슬론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무모하고 비인간적인 스포츠 중의 하나이다.
자유란 인간이 가장 바라는 덕목이지만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린 항상 무언가에 구속당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집착이다. 자유롭기 위해 시작한 취미나 스포츠도 집착하는 단계에 오면 우리의 의지대로 벗어나기가 아주 어려워 진다. 그 중독현상은 도박이나 마약 이상이다.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하는 단계에 이르렀어도 결코 그만두지 못 하는…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분수를 아는 절제에 있다.
신안
대회 하나 참가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낭비처럼 느껴져 참가를 망설이다 신안의 아름다운 경치 사진을 보고 가기로 결정했다.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대회와 사진을 같이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안은 무려 880개(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의 섬으로 구성된 섬들의 천국이다. 홍어로 유명한 홍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중심지인 흑산도, 김대중 대통령 생가가 있는 하의도,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비금도, 2007년 12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가 대표적인 섬들이다.
증도
최근에 증도대교가 놓여 육지에서 접근이 용의 하고 언덕과 자동차가 별로 없어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천국과 같은 곳이다. 누가 처음 이곳에서 철인삼종경기를 유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인삼종 경기를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5.19(토)
인간은 혼자 되는 걸 두려워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먼 거리 여행은 반드시 동반자를 찾아야 한다. 이번 여행엔 훈련파트너인 B 부부와 우리 부부 4명의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7시경 소풍 가는 어린애 같이 들뜬 마음으로, 고물 산타페에 사이클 두 대와 3일 동안 먹을 양식을 꾸겨 싣고 길을 나섰다.
송도수산물 유통센타
중간에 와이프와 운전을 교대하며 5시간 반 걸려 증도 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도착했다. 아무래도 섬에 왔다는 들뜬 기분에 감칠 맛나는 회와 소주 생각이 간절하여 몇 번 물어 송도수산물 유통센타를 찾았다. 현대식 건물에 많은 물고기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병어가 많이 보이고 살아서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갑오징어가 인상적이었다. 좀 비싸게 보였지만 병어 한 마리(30000원)와 갑오징어 두 마리(25000원)를 구입하여 회를 썰어주는 곳으로 갔다.
싸움
모든 문제는 사소한 것에서 발생한다. 교만은 화를 부르는 주문이다. 회 쓸어 주는 곳에서 벽에 붙여 놓은 가격표보다 500원을 더 달라고 한 게 싸움의 발단이었다. 계산이 정확하고 불 같은 성격에 분노를 제어 하지 못하는 B의 거친 말 한마디가 바닷가 배사람 특유의 거친 성격을 자극했나 보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40대 중반의 남자가 금방이라도 때릴 듯이 달려 들었다.
근처 고기 사진을 찍던 나는 그 자리를 피했다. 그녀의 남편과 나의 와이프까지 3명이 서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지만 혼자와 대적하는 게 불공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보통 수세에 몰린 인간은 평소보다 포악해 지기 마련이다. 당장이라도 회칼을 들고 나오지 않는 다는 보장도 없어 보였다.
쌍 욕이 거침없이 나오고 B 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 공중에 날았다.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와 싸움을 말려 가까스로 모든 게 진정되는 듯이 보였다.
이건 끝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과 B의 싸움의 시발점이었다. 왜 종업원과 부드럽게 얘기할 수 있는 걸 창피하게 큰소리치고 싸우느냐 여기 남아서 경찰 오면 해결하고 오라고 윽박질렀다.
성격이란 타고 태어나는 것이다. 호랑이가 양이 될 수 없듯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린 그 둘 싸움을 말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즐거운 여행길의 분위기는 참혹한 전쟁의 포화 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운전대를 잡고 예약한 숙소로 갔다. 증도 유일의 바다가 보이는 한옥, “해우촌민박”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