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uba Diving 과 My Buddy
우린 보통 친구를 영어로friend 라고 부른다. buddy는 한국에서는 별로 친구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scuba diving 에서 둘이 한 조가 되어 물속에 들어가 생명을 서로 담보하는 친구를 우린 buddy 라고 부른다. 해저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생명을 앗아 갈 수 있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항상 버디와 같이 행동하게 되어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해저에서 우린 서로 눈빛만 보고도 저놈이 무엇이 불편한지를 캐치해야 한다. 그래서 아무나 하고 buddy를 할 수 없다. 신뢰가 쌓이지 않고 누가 자기의 목숨을 타인에게 맞길 수 있겠는가? K와는 20년 이상 같이 물속을 드나들던 버디이다.
버디 K
그를 처음 만났던 곳은 수영을 시작하며 회원권을 구입했던 조오련 스포츠센터에서다. 그는 좀 독선적인 면이 있어 우리 수영 팀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수영하기를 좋아했다. 몇 년 뒤 우린 일층에 있던 이종하 스쿠버 다이빙 센터에서 같이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 중 고막 나간 사람도 있었고, 처음 15명이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 5명 정도가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다.
지루한 수영에 비해 스릴감 넘치는 다이빙은 또 다른 신세계였다. 제주도 통영 동해안을 비롯해 해외에도 수시로 다이빙을 다녔다. 사진기에 산호나 고기들을 담아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하며 정열을 불태웠다.
나의 많은 취미 중 하나는 인간 관찰이다. 다른 이의 삶을 관찰하는 것 보다 재미있는 일도 드물 것이다. 우리가 소설을 읽고 전기를 읽는 것도 아마 다른 이의 삶의 모습을 보는 게 재미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조금 독특한 인물이라 예전부터 나의 관찰 대상이었다. 무척 외성적인 성격이라 내성적인 나하고는 잘 안 맞는 것처럼 보였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이 유일한 우리의 공통점이었다. 그는 지주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서인지 낙천적이고 한량 같은 삶을 살았다. 다이빙 외에도 스키, 수영, 승마, 사이클, 롤라브레이드, 수상스키, 등산 등 많은 스포츠로 시간을 보냈다. 그란 인간을 대변하는 단어는 스포츠와 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처음 시파단 나이트 다이빙 때 팀이 다 출 수 한 후 인원 체크 때 한 명이 아직 물속에서 나오지 않은 걸 발견하고 우린 아연 질색했다. 통상 공기 통 하나를 매고 물속에 들어 가면 길어야 50분을 버틸 수 없는데 그는 1시간이 지나도록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 우리 모두는 사색이 되었다.
당시 완전 초보인 나는 베테랑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들어가 찾아야 한다고 흥분해 리더와 다투고 있었다. 그가 죽는다면 내 인생도 끝이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가 나의 buddy 였으니까? 바다에 처음 들어간 나는 당시 버디의 개념이 희박해 그를 챙기지 못하고 앞 리더의 불빛만 따라 가다 그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나의 강한 어필에 도저히 더 기다릴 수 없었던 리더가 마스트 급만 찾으러 물에 들어가는 결정을 내린 순간 저 멀리서 한줄기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 그렸다. 그건 심장이 멈추어 버린 환자를 한 시간 이상 심폐소생술에도 깨어 나지 않아 포기한 상태에서 느끼는 희미한 박동 같은 감격이었다.
그 불빛은 조금씩 우리 쪽으로 다가 왔고 우린 그가 K라고 확신했다.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어 온 그를 위해 우린 밤새 맥주를 들이키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 성격이 전혀 다른 우린 친구가 되었다.
오늘 그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 다이빙 팀의 총무를 맡고 있는 그가 올해 다이빙 여행에 대한 공지도 하지 않고, 매년 겨울만 되면 4개월 동안 스키 타러 대관령에 머무르는데 올해는 동계올림픽 심판으로 2개월을 평창에서 보냈다는 데 그 무용담도 듣고 싶었다.
우린 맥주 한 병과 소주 2병을 비웠다. 외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심리학을 부전공해서인지 그는 달변이다. 아는 것도 많아 다방면에 걸쳐 화제를 이어 갔다. 남 얘기로 시간을 소비하는 족속들하고는 많이 달라 보였다.
내가 철인삼종을 그만두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했다. 트래킹도 같이 가고 사이클여행도 같이 가고 싶은데 나 말고는 주위에 친구가 없단다. 살아 가면서 취미가 같은 친구를 만난다는 건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