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고 방귀 뿡뿡 뀌며 살다가, 느닷없이 나의 쓸모를 생각해보는 오늘같은 날이 있다. 굳은 신념으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아-름다워! 그!대! 모습이! 아름다워! 그럼 나는 뭔가. 지구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 존재는 별 쓸모가 없는 것 같다.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타파하는데 한 줌의 실천도 보태고 있지 않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인데 나는 혼자 편안하게 살고 있어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지만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자신도 없다. 나는 지구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환경운동을 하지 않고 있고,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사육당하는 것에 대해서 누가 물어본다면 '반대합니다!' 라고 말할 테지만 주기적으로 먹는 고기를 철회하진 않을 것이며, 페미니즘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그냥 전적으로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또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사회적 인식이 각박하다는 것을 관련 영화를 볼 때나 상기하는 수준이고, 구조적 빈곤과 가난을 대하는 입장은 입장이랄게 별로 없을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실천한 적이 없다. 나는 내가 부끄럽다. 그러나 내일은 또 오늘처럼 살 것 같다. 이런 나에게도 쓸모있는 구석이 있을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 고민해본 끝에 하나 발견했다. 나는 1년 전부터 장 보러 갈때 장바구니를 꼭 챙긴다! 봉투 드릴까요? 아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