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오랜만에 미술관련 포스팅을 들고 여러분을 찾았습니다! :D
하지만 제가 어둠의 영향을 받았던 것일까요? 밝고 긍정적인 미술의 단면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던 평소와는 달리, 조금 다른 내용의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님 덕분에 뱀파이어가 되면서
사실, 얼마 전 스팀잇을 보면서 “좋은 글”과 “보상을 많이 받는 글”의 차이에 대해 고민의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콘텐츠 vs 투자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스팀잇을 콘텐츠 중심으로 즐길것인가, 아니면 투자 중심으로 집중할 것인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종사하는 미술쪽과 비교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이곳도 역시 “좋은 작품”과 “비싸게 팔리는 작품”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게 됩니다. 저는 주로 “좋은 작품”을 선호하는 편인데 제가 선호한다고 해서 이것이 맞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이곳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드리면서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미술계의 실상을 같이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스팀잇에서 미술에 대한 환상을 심어드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테니까요! ㅎㅎ
몇 가지 주제를 생각중인데요, 그 중에 첫 번째로 화려하게 보이는 미술계의 어두운(?) 뒷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재미 없으실지도 모르겠고(죄송합니다..;;) 글의 주제에 맞는 평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화랑, 흔히 말하는 갤러리라는 것을 운영했었다. 경제 분야나 경영 쪽 업무를 하고 계시는 분들께 간혹 들었던 질문이 있다.
“실례지만.. 화랑을 운영하면 어떻게 먹고 사세요? 정말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에요.”
참 슬픈 질문이다. 게다가 그림을 파는 곳에 와서 업주에게 묻는 질문 치고는, 참 무례하기 짝이 없고 말이 안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걸까?
2017년 백화점 별 매출순위를 발표한 기사를 본 일이 있다.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이 1조 6,600억원, 10위인 신세계 대구점이 6,680억원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총 규모가 얼마일까?
2016년 한국 미술시장 전체 규모는 4,000억원에 못미치는 3,964억원이었다고 한다. (국내 타 문화산업 시장과 비교하기 위해 2015 콘텐츠산업 매출액 현황을 살펴보면, 1위가 출판으로 20조, 2위가 방송으로 15.7조, 3위 광고 13.7조, 4위 지식정보 11.3조, 5위 게임 10조 정도 이고, 순위가 낮은 쪽으로 10위 만화는 8,500억, 11위인 애니메이션도 5,000억 규모란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 전체의 미술시장 규모가 만화나 애니메이션 시장은 물론이고 신세계 백화점 대구점의 1년 매출에도 한참 못미친다는 뜻이다. (참고로, 미술시장 조사는 화랑 423개, 경매회사 11개, 아트페어 41개의 총 475개 기준이며, 분야는 회화,판화,공예,미디어,조각,사진,골동품 등의 전 분야를 합한 시장이고 디자인 분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보의 정확성을 위해 2015 콘텐츠산업백서 기준으로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미술작품이라고 하면 굉장히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시장 규모가 형편없는 것일까?
2017년 4월, K옥션에서 국내작품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 작품, Tranquillity(고요) 5-IV-73 #310, oil on cotton, 261×205cm, 1973,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다뤄지는 미술시장의 모습은 “김환기 그림 65억 5천만원 ‘최고가’ 경신, 미술품 경매 역사 새로 썼다” 라던가, “재벌 화랑 xx갤러리, 관세 체납으로 명단공개” 이런 식으로, 부와 성공을 상징하는 극히 일부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 세계를 잘 모르는 분들은 그림그리는 화가나 화랑을 운영한다던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다른 세계는 다른 세계인데, 상상과는 좀 다르다.
미술계 종사자의 생활고
작가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예술인 5000명을 대상으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미술인의 한 가구 총 수입은 4000만원 정도이며, 1년간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의 평균값이 614만원,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이 없다는 응답도 36%에 달하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작가가 그림 혹은 조각 등 미술작품을 팔아 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다.(3년 마다 한번씩 하는 조사이므로, 가장 최근의 조사 결과이다.)
‘작가는 원래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을 들었어.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좀 다르겠지.’
그렇다면 미술 이론이나 미술사학의 길은 어떤가. 그쪽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석사에 박사에 그것도 모자라 뉴욕으로 베를린으로 파리로 런던으로 유학을 다녀온 고학력 백수들이 널려있다. 한때 어느 유명 미술관의 도슨트 자리는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참가비를 내고 참여해야 하는데도 경력을 쌓기 위해 줄을 서서 참여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운좋게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직장을 잡았다고 해도, 그런 고학력자가 미술관에서 받는 월급은 한 달에 기껏해야 150~200선이다. 물론 이것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운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백수고, 조금 나으면 한달에 60~70만원을 받는 파트타임 업무를 보기도 한다.) 요즘 한참 오른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보면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같은 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고 해도 벌 수 있는 금액이라는 뜻이다.
편의점 알바 분들의 직업을 비하하는 의미는 전혀 없다. 단지 편의점 알바로 벌 수 있는 월급을 받기 위해서 석박사를 비롯, 유학의 길까지 걸어야 하는지, 나조차도 간혹 의문이 드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돈으로만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그 의문을 지워본다. (이럴 바에는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알바인생을 사는게 낫겠다고 선언한 청년들도 많이 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국내 재벌급 화랑에서 최고 수준의 월급을 준다는 곳도 500~600선을 넘지 않는다.(물론 이런 자리에 가려면 실력 뿐 아니라 엄청난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어떤 화랑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 명품을 입었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경우도 있고, 대놓고 “아버님 뭐하시나?”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직원의 가족이나 지인이 그림을 사는 콜렉터라면 화랑의 매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라는 경우도 있지만, 월급으로 먹고살기 어렵다보니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는 직원을 뽑아 죄책감을 덜어보겠다는 취지도 있을 수 있겠다.(이정도는 애교다. 어떤 악덕 화랑주 중에는 전시할 작가를 면담하면서 이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반 화랑의 매출규모
대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2016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살펴보자. 전국의 화랑 423개 중 1년 간 1억원 미만의 작품을 판매한 화랑이 348개이다. 80%넘는 화랑의 1년 ‘매출’이 1억원 미만이라는 뜻은, 작가들에게 지급되는 작품 가격을 제외하고 추정해 보면 이 화랑들의 1년 매출이 기껏해야 4~5000만원이 안된다는 뜻이다. 개인의 수입이 아니다. 화랑이라는 사업체의 수입이다. 직원도 있겠고, 매장 임대료도 내야겠고.. 도대체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내용을 아는 분들이 아마도 화랑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사는지 물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비싸고 화려한 미술시장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423개의 화랑 중 2.4%인 상위 10개 화랑이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한다. 역삼각형 구조다. 흔히 말하는 블루칩 작가들을 보유한 업체가 아니면 작품을 팔아서 먹고 살 형편이 안된다는 뜻이다.
화려하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실상은 이렇다. 수십 수백억을 호가하는 한 점의 작품은 정말 만일의 경우이며, 실제로는 미술계 안에서는 미술이 3D직종이라며, 자신의 자녀에게는 ‘절대로’ 미술관련 전공을 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미술관련 직업이 이렇게 천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요즘같이 다들 힘든 세상에 아무리 미술을 직업으로 먹고살기가 좀 힘들다고 해서 미술을 “개밥의 도토리”라고 까지 표현해야 할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