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시리즈 글은 지난여름 가 세계적 미술행사인 카셀도큐멘타 2017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2017을 관람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하며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쾰른, 뒤셀도르프, 뮌스터, 카셀, 그리고 체코의 프라하를 경험했던 여행기 입니다.
물론 길지 않은 일정에 독일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을 들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 도시의 대표적인 미술관 몇 군데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여행기가 스티미언 분들 중 독일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나 독일의 문화예술 현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문화, 예술 분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쓰게 되었습니다.
먹방이나 여행의 에피소드 보다는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 소개 중심으로 쓸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의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리 감사드려요 :)
유령의 성(?), 쾰른 대성당 Cologne Cathedral
서머타임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은 여름엔 밤 9시까지도 해가지지 않아 관광하기에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겨울에 방문해 본 베를린을 떠올려 보면, 쌀쌀한 겨울날씨에 습기가 가득하여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가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래서 다들 유럽은 여름~여름 그러나 봅니다. 저녁 9시쯤 되어서 호텔에 도착했지만 그제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카운터에 식당을 물었습니다. 관광객이 가는 곳 말고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쾰른 성당 앞에 오래된 동네 펍을 소개해 줬습니다.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인데,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만나는 쾰른성당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마치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유령의 성 같았달까요. 외국인들만 가득한 식당에서 숙련된 할아버지의 서빙으로 학센과 맥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막 그치고 상쾌한 공기가 가득합니다. 아무도 없는 쾰른 성당 앞에서 야간 조명을 받으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은 쾰른 대성당 바로 앞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시작했습니다. 쾰른 대성당은 13세기부터 19세기 까지 중단을 반복(300년 정도 방치된 적도 있었다고 해요;;)하면서 약 600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_+ 지어진 중세기 독일 최대의 가톨릭 성당입니다. 당대에 가장 유행하던 고딕양식으로 지어졌으며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하고, 높이가 150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교회라고 합니다. 어쩐지 전날 밤에 본 어마무시한 유령의 성 같았던 느낌이 괜히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매일 2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라고 하길래, 관광객 기분을 한껏 내며 식사를 한 뒤 성당 내부를 관람했습니다. 성당 입구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슨 일인가 보니 광장 바닥에 파스텔 종류(밟고 다니면 지워지는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네요. 광화문 광장에서 누군가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ㅎㅎㅎ
쾰른 대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동방박사들의 유해가 간직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금 세공이 조각된 유골함인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 이 유골함을 안치하기 위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 쾰른 성당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성당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라인강 인근에 고층건물 건축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 쾰른의 자랑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성당도 전쟁은 피해갈 수 없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쾰른 공습으로 인해서 천정 부분과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부분적으로 훼손되었다고 해요. 지붕이나 천정은 훼손 당시 가급적 빠르게 복구 되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는 그렇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리히터의 창
쾰른에서는 스테인드 글라스 복구 작업에 현대미술의 대가이자 제가 매우 애정하는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트Gerhard Richter 를 투입했습니다(리히터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마지막 편인 프라하에서 이야기가 나올거에요). 아무튼 이렇게 유명작가가 나서서 자신의 보수도 받지 않고, 1200명의 후원을 받아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성화가 아닌, 현대적인 디자인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2007년에 리히터의 창을 완성합니다. 그가 진행했던 색면 작업을 기본으로 픽셀화 된 색 면의 모티브를 불규칙하게 재배치하는 현대적 방법으로 완성하여, 이곳을 통해 쏟아지는 빛의 그림자가 마치 추상작품을 연상케 하도록 만들었는데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광화문 현판을 만들면서 고증을 통한 복원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대적 재해석이어야 하는가를 두고 끊임없는 논란을 펼치다 결국은 최근에 1890년에 촬영된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자료를 고증하여 만들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아무튼 리히터의 손길이 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치는 컬러가 제 눈에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핸드폰 으로 찍은거라 사진이 좀.. 그렇네요 ㅎㅎ 링크를 걸어 둔 이곳 미술사학자 김석모님의 블로그에 가시면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하시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곳곳에 벽화들이 있었는데 현대미술가들이 작업한 듯한 느낌의 벽화가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콜룸바 미술관 Kolumba Museum
그리고 나서 바로 인근의 콜룸바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건축가들과 미술인들에게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미술관’으로 꼽히는 이 장소는 세계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옛 성당의 잔해를 그대로 살려 미니멀리즘의 정수로 꼽히는 미술관을 지은 곳입니다. 세계적 건축가인 피터 줌토르Peter Zumthor의 설계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축물로 그야말로 ‘보석같은 미술관’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았습니다. 미술관 외부 사진이 없어, 내부에 있는 정원 공간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1층은 폭격으로 파괴된 성당 지하의 잔해를 그대로 보존하여 관람객이 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두었는데 전쟁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고색창연한 붉은색과 흙색의 벽돌로 되어 있던 성당 외부의 일부 벽들이 남아 있고, 그 위에 미술관내부와 외부의 벽면은 좁은 직사각형의 회색 벽돌을 촘촘히 쌓아 올려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예상치도 못하게 운이 좋았던 듯, 우리가 콜룸바 미술관을 방문한 날이 10주년 개관기념일 시즌으로, 입장료가 없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전시 공간을 비워둔 채로 “The (almost) empty museum building”라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그야말로 “미술관” 자체를 전시하여 보여주고 있어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장 안은 화이트의 큐빅 공간으로 어느 한곳 벽면과 바닥의 이음새하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완벽한 마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일인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참 마음에 드는 놀라운 공간입니다. 특히 대리석처럼 보이는 바닥은 대체 무슨 재질인건지.. 어떻게 마무리를 했는지, 그 넓은 면적이 깔끔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리고 도심이 바라보이는 창문 밖으로 설치미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도시 자체가 예술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10주년 기념으로 모든 도록들을 10유로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가방의 무게는 뒷전이고 하드커버 도록 몇 권을 사지 않을 수 없었어요 ^^
루드비히 박물관 Museum Ludwig
쾰른 성당으로 다시 돌아와, 인근에 있는 로마게르만 박물관을 지나서, 루드비히 부부의 개인 소장품 350여 점을 기증받으며 현재의 박물관으로 설립되었다는 루드비히 박물관을 들렀는데, 피카소의 작품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눈으로 확인하며 앤디워홀과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들에서 에른스트와 달리의 초현실주의 까지, 그 규모와 소장품의 수준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관람했습니다. 루드비히 박물관의 기념품샵도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
독일의 고속도로
콜룸바와 루드비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 결국 케테콜비츠 미술관은 들리지 못하고 뒤셀도르프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독일에서 직접 차를 몰아보면서 느낀 점은, 운전을 굉장히 과격(?)하게 한다는 점이었는데요. 일반 고속도로에 어느 곳에서도 과속단속을 하지 않더군요. 다들 운전에 자신(?)이 있는 것 같았어요. 자동차의 나라라 그런지, 부자 나라라 그런지, 화장실 이용료는 꽤 비싸면서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는 것도 특이했습니다.
한가지 예로 보통 차가 밀리지 않는 이상 시속 120~160km 정도로는 달리게 되는데, 옆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할 때 보통 뒤에서 오는 차에 상당한 거리를 두고 끼는 것이 상식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대부분의 차들이 뒷 차 바로 앞으로 차를 밀어넣어-_- 버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깜짝 놀라서 사고가 나는 줄 알았는데, 이들의 운전 습관이 좀 이런 것 같더라고요.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뒤셀도르프에서는 라인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저녁 노을이 내리기 전에 도착한 라인 강변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했어요. 한강도 꽤 큰 강인데, 라인강을 보니 중부유럽 최대의 강이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유조선인지 아니면 화물 운송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크고 긴 배들이 계속해서 눈앞을 지나갔습니다. 며칠간 육류에 질린 속을 오랜만에 생선 요리로 식사를 마쳤습니다. 라인 강가에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들을 둘러보고 칵테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편에는 뒤셀도르프의 K21과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래요 :)
[지난 시리즈 읽기]
[#1_thinky와 함께하는 독일여행기] 프랑크푸르트 _ MMK미술관 및 주변 거리
[#2_thinky와 함께하는 독일여행기] 프랑크푸르트 _ 슈테델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