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거 아닐까?
사업을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혜원은 집으로 돌아왔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잤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졸렸다.
몇 달인가를 밀렸던 잠을 한꺼번에 잤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죽은 것처럼 잠들고 싶었다.
그래도
눈은 떠졌다.
배가 고팠다.
눈을 뜨니 배가 고팠다.
요리를 해먹었다.
혜원은 요리가 취미였고
나는 요리사가 직업이었다.
즐겁다.
요리를 하면서 얼마만에 즐겁다는 감정을 느낀 것일까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점심에 뭘 먹을지 저녁에 뭘 먹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혜원처럼, 나는 매 끼니가 기다려졌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그녀의 집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나의 리틀 포레스트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 역시 나의 집이었다.
리틀 포레스트.
그것은 단순히 내가 쉴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친구들.
나의 소중한 사람들.
리틀 포레스트는 그들이 있는 곳이다.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혜원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강아지들, 고양이들과 뒹굴며 놀았다.
녀석들을 그냥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온기가 내 몸에 스며드는 것처럼
따스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녀석들이랑 놀아준 적이
한 번도 없었구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혜원은 1년이 넘게 그녀의 리틀 포레스트에서 머물렀지만
나는 세 번의 계절을 넘기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겨울에 심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배나 달고 단단하다.
봄이 오고 나는 나의 리틀 포레스트를 떠났다.
어쩌면 또 다시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그곳으로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른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제는 예전처럼 절망적인 생각을 하진 않을 것 같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겨울을 보낸 나는
몇 배나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와 함께 아주심기를 도와줄 소중한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어줄 테니까
.
.
.
저희 집은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처럼 완전 시골은 아니지만
일산의 외곽에 있는 단독주택이어서 반 정도는 시골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밭도 있고, 강아지들도 있고, 닭도 있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모로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리뷰도 거의 제 이야기를 쓰게 됐네요ㅎㅎㅎ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 시대를 사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열정페이, 번아웃, 워라벨, 88만원 세대, 노오력... 등등등
너무나도 많은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세대.
그런 분들에게 소소한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만의 리틀 포레스트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리틀 포레스트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참 든든하고 행복해지더라구요.
영화속의 이 대사처럼 말이죠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 곳의 흙 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