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으로 보거나 듣는 것을 기억하고 인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의력이 제한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죠.
1999년 하버드대학교에서 굉장히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두팀으로 나눠 한팀은 검은 셔츠를 입고 다른 한팀은 흰 셔츠를 입었습니다. 두팀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으로 패스를 했고 이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동영상은 1분 남짓으로 매우 짧았죠.
실험참여자들을 모아 흰 셔츠를 입은 팀이 몇번이나 패스를 하는지 세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참여자들은 패스 횟수가 30여회 가량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은 패스 횟수가 몇차례인지 정확하게 세기 위함이 아니었죠.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의상을 입은 여학생이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나와 가슴을 치고 걸어 나가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9초간에 걸쳐서 말입니다.
고릴라를 보았냐는 질문에 무려 50%에 달하는 참여자들이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실험이 유명해진 이후로 여러 나라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습니다. 절반 가량의 사람들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러한 인식 오류를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 부릅니다.
이는 실험 참여자 눈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에 인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시야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들고 출근길 워싱턴 D.C의 지하철역에서 연주했습니다.
43분간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지나쳐갔지만 길을 멈추고 그의 음악을 감상한 사람은 고작 7명에 그쳤죠. 사람들의 예술적 감수성이 낮은 이유 때문일까요.
그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 출근 중인 상황에 집중하느라 음악을 들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주의력 결핍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요
운전 중 휴대폰 통화가 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규제에 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 것은 규제의 대상이 되나, 핸즈프리를 이용한 통화는 그렇지 않죠.
하지만 문제는 손의 부자유로움이 아니라 주의력 분산에 따른 인지의 한계에 있습니다.
처음 고릴라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공중 패스와 바닥에 튕겨서 넘기는 패스 두종류를 별도로 세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그 결과 고릴라를 보지 못한 참가자들은 무려 50%에서 90%로 증가했습니다.
이전보다 더욱 높은 주의력을 요하는 상황이 정신 자원을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참가자 그룹에겐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고릴라 실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두가지 패스를 세도록 한 것과 동일하게 90%의 사람들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각각의 실험에서 패스 횟수를 세는 것에는 큰 오차가 없었습니다. 단지 예외 상황인 고릴라만 보지 못한 것이죠.
우리는 종종 운전을 하며 통화를 합니다. 심지어는 카톡을 보내거나 동영상을 보기까지 합니다. 대개의 경우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죠.
하지만 갑작스래 보행자나 자전거를 탄 어린이가 나타난다면 그 상황에서 쉽게 피할 수 있을까요.
뜻 밖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외 상황을 놓쳐서 생기는 결과가 대부분의 경우에 별로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죠.
안타깝게도 돌발 상황에 집중하게 만드는 마법은 없습니다.
운전처럼 흩어진 주의력 때문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빈도와 무관하게 항상 습관적으로 조심해야 합니다.
부족한 안전 의식 때문에 일어난 대형 사고는 항상 안타까움과 분노를 일으킵니다. 어떻게 저렇게 부주의하게 관리하고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도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정한 안전은 일어난 사고를 잘 수습하는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너스
-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의 원본 동영상입니다. 한번 보시면 어떻게 이걸 못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일 겁니다. ^^
- 참고도서 : 보이지 않는 고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