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기 전 수업시간의 즐거움에 대해 한 번 써보고 싶다.
내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절친한 형님이자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국어 선생님이 질문을 하셨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인지. 답은 재미없는 선생님이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수업은 무엇보다 상호작용이다. 무언가를 설명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점검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일련의 과정이 수업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이 이해한 것을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게 가르치는 보람이자 즐거움이다.
아이들이 가끔 질문을 한다. 엉뚱한 질문이나 이미 10번 정도는 가르쳐준 내용을 또 물어보면 울화통이 터지겠지만,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질문을 해오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물론 같은 질문을 또 해도 괜찮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보단 100배 나으니까.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고, 거꾸로 내가 질문을 하고 아이들이 대답하는 그런 과정이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이고, 그 대화 속에서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농담을 곧잘 하기도 한다.
아, 필자가 아이들만 가르친 건 아니다. 대형 어학원에서 대학생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토플 강의를 꽤 했었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게다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속에서 느끼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더 즐거운 것 같다.
학교 시험이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만들어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서 내가 수업을 많이 하진 못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시험은 대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아이들도 민감하고, 나 역시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정말 영어를 손 놓고 고등학교 입학한 아이들이 꾸준히 공부해서 이젠 학교 시험에서 조금씩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보기 좋다. 시간 구애받지 말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공간도 필요 이상으로 넓게 확보해 놓았는데, 올해는 제대로 그 공간을 써먹을 수 있을 듯하다.
가끔은 아이들이 지쳐서 들어올 때도 있다. 역시 애들이라 여름 같은 때는 아이스크림 한 방에 모든 게 해결된다. 겨울엔 호빵 같은 게 딱인데, 요즘엔 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결국 재미있는 수업은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다. 강사가 우스개 소리를 잘하는 수업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무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잘 만들어주고, 그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수업이 재미있는 수업인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할 때 조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바라보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업. 그런 수업이 좋은 수업이고, 과목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암기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수업에서도 조금만 고민하면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수업 모형인 것 같다.
내일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수업인데, 괜스레 자기 전에 오늘 수업한 아이들과 내일 수업할 아이들이 생각나서 이렇게 끄적여보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