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는 수요일은 가고 수업 많은 목요일을 보내고 왔다. 시간 참 빨리 간다. 쉬는 시간마다 짬짬이 읽는 스팀잇 속 글은 시간을 더 빨리 가게 해주는 것 같다. 오늘은 유난히 아버지와의 아픈 추억부터 시작해서 남편으로서의 아들로서의 무거운 어깨, 작가로서 살아가는 고달픔 등을 토로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은은한 음악을 들려주는 가수분의 글도 보고. 이 분들이 모두 어우러져 자기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내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게 스팀잇의 매력인 것 같다. 익명성을 어느 정도 배제한 곳이면서도 익명성을 가지기도 한 곳이기에 자기 얘기를 저렇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일기를 쓰는 나같은 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오늘은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한 번 써볼까 한다.
이우학교란 곳이 있다. 도시형 대안학교 모델로 이제는 완전히 자리잡은 나름 명문 대안학교다. 그 학교를 처음 만들 때 옆에서 지켜봤다. 월급 150만원에 정말 신념없이는 절대 일할 수 없는 그곳으로 자신이 누리던 걸 다 접어버리고 학원에서 학교를 만드는 분들을 곁에서 지켜 본 적 있다. 이 학교는 학부모 면접을 본다. 합격에 영향을 주는 면접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본다. 어떤 이들은 기분나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어이 없어 하기도 한다. 이 학교를 세우는 데 헌신적인 노력을 했던 선배 한 분은 이제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그곳에서도 청소년 센터에서 무급으로 일을 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이렇게 사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주변 지인들을 조금만 뒤져보면 나의 삶보다는 타인의 삶을 위해 사는 분들이 더 많다. 이걸 딱딱하게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Kin Selection (친족선택설) 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타주의는 이기주의의 다른 형태라는 얘기다.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이타적 행위를 통해 이기적 욕망을 이룬다는 것이다. 모든 걸 이렇게 과학적으로 딱딱하게 바라보면 감성이 없다. 단지 자기 유전자를 후대에 잇고자 하는 목적으로 자기를 희생한다는 이론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거룩한 삶이다.
삶이란 관계다. 타인과 맺고 살아가는 관계가 바로 삶이다. 내가 꼭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약 쓰라고 하면 첫째가 가족일 것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나의 부모님과 누이.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나의 친구들. 나도 그들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열심히 살지만 그들 역시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런 관계가 확대된 게 삶이 아닐까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 그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삶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관계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어느 정도는 뛰어넘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곳 이웃들과도 이어진다. 그들의 슬픈 사연을 보면 마음이 아려오고, 뭔가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너무 살기 힘들었는데 이 곳을 만나 희망을 가지게 된 이들에게 이 곳이 더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닌가 싶다.
글만 쓰면 착한 소리만 하는 데, 난 진짜 착한 거 맞다. 누구에게나 정의감이란 게 있다. 그 정의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 표현이 과격할 수도 있고, 그 표현이 온건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정의감이란 게 있고, 그 마음 속에 따뜻한 온정이 숨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고달픔은 그런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짓눌러버리기도 한다. 그 짓눌린 마음을 푸는 방법이 글로나마 나의 얘기를 토로하고 공감을 얻는 일이고, 거기에 현실적인 보상인 보팅까지 주어지는 이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때로는 내 글에 보팅이 적고, 댓글이 없더라도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내가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서면 그들도 내게 마음을 열고 날 응원해줄 것이다. 상처입은 마음으로 자신을 꽁꽁 감추는 그 모습 조차도 그대로 드러나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이고, 그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가 모든 걸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자. 그저 들어와 보니 눈에 띄는 이웃들이 있어 방문도 하고 댓글도 달며 공감하는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 때로는 댓글에 답글을 못받았다고 서운해하지 말자. 시간이 없거나 보지 못했거나 마음에 안들겠지. 그리 생각하고 그저 심심하고 외롭고 울적할 때. 그리고 즐거워 신이 날 때. 이럴 때 이곳에 와서 한 마디씩 써 놓고 가면 좋지 않겠는가?
또 글 쓰다 보니 스팀잇 얘기로 빠져버린 나는 노라이퍼 스티미언이 맞다. 일상과 스티미언 생활의 균형을 조금씩 찾아가며 이제는 부담없이 그저 즐기는 곳으로 이 곳에 계속 일기를 쓰려고 한다. 그리고 때론 돌아보지 못하는 이웃들에 대한 미안함은 또 다시 만나면 댓글 하나와 보팅 하나, 그리고 리스팀 하나에 서로 풀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조금만 더 놀다 자야겠다. 체력이 조금 남는 걸 보니 오늘 수업이 빡세지 않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