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빨래를 널며 키만에게 내가 말했다.
“우리 이 삶에 벌써 익숙해 진 것 같은데?”
“응 이제 한 달 째니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고, 빨래를 하고, 집 청소를 하고, 저녁에 소파에 앉아 맥주 한 잔 마시며 예능을 본다. 약 1년만에 돌아왔다. 이런 평범한(?) 삶으로. 그리웠나? 아니 그리웠다기보다는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예전부터 계속 해왔던 것처럼. 언제 여행을 떠났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적응되었다.
1
문득 여행 떠나기 전 전세 집 거실 식탁에 앉아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것들을 적었었는지 모호하지만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여행 중에 돈을 벌어 보자는 것이었다. 워킹홀리 데이를 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을 가본다거나 목장, 농장체험, 요가배우기 등등. 아! 쉐어하우스를 운영해보는 것도 여행 중 하고싶은 버킷리스트 였던 것 같다.
2
우리의 여행에 사실 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의식의 흐름대로 이동했으니 남들 다 가보는 곳도 못 보는 것은 물론, 심지어 어떤 현지인은 우리에게 그 곳은 굉장히 유명하고 아름다운 곳이니 당장 돌아가서 그 곳을 보고 오라고 화(?)를 낸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되돌아 가지는 않았다.별로 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여행의 목적이 분명치 않아 보이긴 하지만 우린 여행을 했다. 여행 아닌 여행 그런 여행을 말이다.
3
방금 전, 오늘 숙박하기로 한 손님이 캔슬을 했다. 예약금을 미리 받고 싶었지만 계좌이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길래 그럼 꼭 약속 지키시라고 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또 한 손님이 같은 날 예약을 원했지만 이미 예약이 되어있어 죄송하다고 한 상황이었다. 오늘 하루 공쳤다. 짜증났다. 손님이 예약을 캔슬해서 짜증 났다기 보다는 오늘 아침부터 청소하고 부지런 떨며 준비했던 게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손님이 예약을 취소해서 짜증이 난 게 맞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