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바로 가겠습니다"
하도 빼먹다 보니 이젠 사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신다.
오늘은 아침 수영이 있는 날이다.
집과 회사가 파주&일산 쪽으로 옮겨진 후에 근처에 미리 살고 계셨던 사장님과 이사님이 다니시던 아침 수영에 반강제로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운동도 하고 좋겠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아침 운동이 그리 쉬웠으면 이 정도 배가 나오진 않았을 거라는 걸 느낄 때는 이미 발을 빼기엔 좀 많이 시간이 지난 후였다.
일주일 내내 가는 것도 아니고 수, 금 이틀을 가는데 이게 나에겐 은근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침잠이 많기도 했거니와 워낙 늦게 자는 버릇 때문에 수영 가기 전 날이면 일요일 저녁처럼 괜히 신경이 쓰여 저녁에 편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짜증이 났다.
오죽하면 전날 촬영이 늦게 끝나길 바란 적도 있었다면 믿으려나?
일주일 전에 사장님께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을 때 내 건강을 걱정해주시는 사장님의 진심 어린 눈동자를 살짝 피해 미간이나 코끝을 보면서 대화를 나눴다면 오늘 두 시간은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
.
.
가볍게 양치 정도만 하고 나가는 길에 분리수거까지 한 후에 수영장으로 간다.
오랜만에 가는 수영장이라 행여 직원분이 나를 몰라볼까 속으로 코치님 이름을 외우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아직 날 잊진 않으신 것 같다.
가볍게 샤워를 하면서 코치님과 멋쩍은 인사를 나누고 준비운동을 한 후에 물에 들어간다.
물이 차가운 게 이제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나 보다.
물에 떠있으면 아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뭔가 편안한 느낌.
아침 운동은 막상 나오면 할만하다. 어릴 때 학교 가기 전까지만 아팠던 것처럼.
코치님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번에 나오면 자유형 팔 접는 연습을 시작하자고 하더니 바로 계속 나오실 거죠 하시며 웃으신다.
나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한 후에 생각한다.
미간이나 코끝.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