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모두 따뜻하게 보내셨나요?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저희 집 세탁기가 꽁꽁 얼어서 세탁도 못하게 되었네요. 이불 밖은 위험해서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빈둥빈둥거리다 로스팅을 완료했습니다. 오늘은 로스팅 머신을 이용한 로스팅 과정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전 포스팅에서 후라이팬을 이용한 로스팅을 보여드렸습니다. 팬로스팅은 로스팅 도구가 많이 필요없어서 처음 하시는 분들도 하실수 있으나 머신은 조금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생깁니다. 로스팅 머신을 구입해야 하는데 머신만 구입해서는 정밀한 세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머신, 싸이클론, 쿨러 세 가지를 동시에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가운데 기구가 로스팅 머신입니다. 이지스터300으로 여기서 300은 기본 용량이 300g이라는 뜻입니다. 생두를 보통 300g넣는게 한계지만, 저는 360g정도 넣고 로스팅을 합니다. 360g정도 넣으면 결과물이 300g내외가 되는데, 제작자분께 문의해보니 결과물 300g까지는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왼쪽에 검은 물체가 싸이클론입니다. 이 기구는 로스팅 과정중에 발생하는 체프, 나쁜 연기를 즉시 제거해주고, 로스팅 과정 전반에 걸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쿨러는 사진엔 없지만 로스팅 직후의 원두를 즉시 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데워진 원두는 최대한 빨리 식혀야 하는데, 그 이유는 잔열이 계속 원두에 남아있다면 원두의 발현을 진행시켜 로스터가 원하는 맛과 향을 내는데 오차를 주게 됩니다. 또한 빨리 식혀 발현을 중지시키면 향미를 보다 많이 원두에 남겨둘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량으로 로스팅하는 곳에서는 물을 살짝 뿌리기도 하고 대형 쿨러에 교반기(원두를 섞어주고 굴려주는 날개)까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적은 양의 원두는 쿨러에 올려놓고 전원만 켜두어도 됩니다.
싸이클론의 배기량을 정하는 밸브입니다. 뎀퍼라고 하는데 0으로 세팅하면 배기가 거의 안되게 하고, 3이 되면 배기를 최대량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배기량과 가스압을 조절하면서 ROR(rate of raise) 비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뎀퍼조절에 대한 논의가 많았었습니다. 배기량 조절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 요즘은 뎀퍼를 고정해서 사용하는게 대세인듯 합니다(제 느낌입니다). 로스팅시에 뎀퍼를 많이 변화를 주지 않더군요. 2016년 서울카페쇼에서 이지스터 제작자분을 직접 만나뵌 적이 있는데, 이지스터 상위 모델들도 고정뎀퍼를 권하시더군요. 그 때부터 뎀퍼 고정에 대한 실험을 많이 해봤는데, 뎀퍼조작을 최소화하는게 안정된 결과물을 내는데 수월한 것 같았습니다.
알루미늄 호일로 둘러싼 연통으로 머신 속 드럼 공기를 싸이클론으로 빨아들입니다. 너무 많은 양을 빨아들이면 생두에 투입되는 열량이 낮아져서 로스팅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보통 뎀퍼를 1~2 사이에 고정해서 놓고 사용하고 있는데, 1팝시에는 고정된 값보다 좀 더 뎀퍼를 열고 진행합니다. 1차팝핑이 시작되면 공기의 흐름을 보다 빨리 가져가서 발현을 돕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빨려들어간 공기 속에 생두체크, 먼지 등의 이물질은 싸이클론 내에 있는 통에 담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기 공기들은 위 사진의 연통을 통해 렌지후드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렌지후드로 바로 연결하지 않으면 실내에 연기가 가득하게 됩니다(실내 가정에서 로스팅하기 위해선 꼭 필요합니다)
summit 온도계를 꽂아 온도확인을 합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자동온도계를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실제 로스팅시에는 번갈아가면서 사용합니다. 자동온도계로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생두의 상태를 대략 파악한 후, 뎀퍼, 가스압 등의 세팅값을 정하고 나면 그때부턴 summit온도계를 사용하면서 눈으로 온도계, 시계를 확인하면서 로스팅을 진행합니다. summit온도계가 값이 정확하고 즉시성이 좋아서 로스팅을 많이 할 경우 편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싸이클론과 로스팅머신의 전원을 켜고 예열을 시작합니다. 로스팅 머신 속의 드럼과 교반날개(생두를 굴려주는 날개)를 데워주는 과정입니다. 보통 20~30분 정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열을 합니다. 낮은 온도로 서서히 열을 가하면서 그 날 사용할 최대온도(1팝 중반까지가 목표면 210도, 2팝까지 가겠다면 220도 정도까지 올려봅니다)까지 온도계를 확인하면서 올립니다.
예열하는 시간동안 핸드픽을 합니다. 생두상태를 살펴보면서 상한 녀석, 발효가 심하게 되거나 깨진 콩등을 골라냅니다.
한 통에 360g씩 나누어 담아놓으면 로스팅 준비가 끝납니다. 이제 온도계를 확인하면서 200도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지스터 기본세팅은 200도에서 생두를 투입하게 되어있습니다만 로스터의 목적에 따라 온도를 다르게 가져가도 됩니다. 보다 부드럽고 둥근맛을 원하거나 초약배전 원두를 목표로 하면 초반 투입온도를 낮추어야 합니다. 반대로 개성을 보다 강조하거나 강배전으로 가려면 투입온도를 200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높게 잡는게 유리합니다. 투입온도가 낮아질수록 로스팅 총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적절히 잘 조절해야 합니다. 로스팅 총 시간을 보통 10분~15분 사이에 끝내는걸 선호하기 때문에 투입온도 측정이 중요합니다.(10분보다 짧으면 발현 시간이 부족해 떫은 맛, 텁텁함이 남기 쉽고, 15분보다 길면 맛이 구수한 맛만 많이 강조되기 쉽습니다)
탐침봉입니다. 로스팅 중간중간에 생두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사용합니다. 저번 포스팅에서처럼 생두가 색과 부피가 변하는 모습을 즉시 확인할 수 있고 향을 맡기 편합니다. 하지만, 이지스터300처럼 작은 용량의 로스팅머신에선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작은 용량의 머신에선 봉을 뽑게 되면 온도가 요동치듯 변해서 안정된 공기의 흐름을 굉장히 방해하게 됩니다.
처음 200도에서 생두를 투입하고 뎀퍼를 3으로 놓아 공기의 흐름을 최대한으로 합니다. 생두에 있는 먼지나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용이하고 터닝포인트까지 온도를 많이 떨어뜨리기 위함입니다. 처음 생두를 넣으면 95도 정도까지 온도가 떨어지는데 그 후에 온도가 조금씩 상승합니다. 그 때 가스압을 최소로 하여 서서히 생두가 열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뎀퍼도 서서히 조아주어 공기의 안정된 흐름을 꾀합니다. 초반에 열량을 작게 주는 이유는 생두 속에 있는 수분을 고르게 데우기 위해서입니다. 초반부터 너무 강불로 가져가게 되면 생두 겉면의 수분만 빨리 제거되어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두의 조직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에 열을 안까지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생두에 고르게 퍼져있는 수분이 열을 안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고르게 생두의 수분을 가열하는 과정을 Soaking이라 합니다. 유명 로스터인 스캇 라오가 작명한 걸로 유명한데, 그 이론과 효과에 대해선 아직 이견이 좀 있습니다. 경험으론 초반화력을 조심해서 서서히 가져가니 향미와 부드러운 맛이 상승한 것 같았습니다.
3~4분의 시간이 지난 후 본격적으로 화력을 높여 충분히 생두가 열량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대로 1팝까지 직행!
1팝 시작 전(190도 정도)부터 화력을 낮추며 팝핑이 시작되면 뎀퍼를 조금 더 열고 온도가 아주 서서히 올라가도록 세팅합니다. 팝핑이 시작되면 생두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화력을 줄여주지 않으면 오버쿡이 되거나 뒷 단계에서 온도가 급상승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기 쉽습니다.
1차팝핑 후 3분 후 배출했습니다. 다소 약배전으로 신맛이 조금 강하고 단맛을 조금 가져갈 수 있도록 로스팅했습니다. 배출하고 있는 사진을 보시면 저번 로스팅보단 원두의 색이 고른 걸로 보입니다. 머신으로 하면 고르게 열량을 줄 수 있고, 재현성에 있어서 큰 강점이 있습니다.
쿨링 완료 후 은은한 단향이 나고, 색이 괜찮게 나와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늘 총 로스팅에 들어간 생두는 2160g, 결과물은 1850g 원두입니다. 처음보다 무게가 줄어드는 이유는 수분, 체프가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니카라과 생두에 대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좋은 저녁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