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이 마무리되어간다.
항상 실적발표 기간이 되면 승자와 패자가 아주 확연히 다른 주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이번 1분기 실적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항상 ‘신의 법칙’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적용되는데, 무언가 꾸준한 수익률을 내게 안겨줄 수 있는 나만의 투자 기법을 연구하고, 이를 꾸준히 백테스팅하여 확률을 높여가는 작업을 다들 의례 하실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나만의 비법을 만들려고 연구하고, 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실적’은 이 비법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에게 항상 이길 수 있는 멋진 법칙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 내 희망 사항이지만, 안타깝게도 심리적 요소가 다분히 함유된 주식시장의 특성상 절대적인 법칙은 없었다.
내가 연구해본 것은 이런 것이었다.
뭐 일일이 열거하자면 굉장히 잡다한데, 실적 서프라이즈/쇼크의 강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컨센서스 (실적 추정치)의 상향 또는 하향에 따른 주가 흐름, 다음 분기 컨센서스에 따른 주가 흐름, 추정 기관 수 및 실적 컨센서스의 상관관계, 분기가 아닌 연간실적 컨센서스 변동에 따른 주가와의 상관관계 등 나름 다양한 요소들을 끌어와 법칙을 연구했지만, 헛발질을 많이 했다.
이런 진흙탕 싸움을 헤쳐나가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절대적인 법칙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름 찾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한만큼 실망도 컸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굉장히 심리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실적과 주가 간의 움직임의 경우의 수를 같이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컨센 상회, 주가 상승
(2) 컨센 하회, 주가 하락
(3) 컨센 상회, 주가 하락
(4) 컨센 하회, 주가 상승
우리가 상식적으로 접근한다면 (1)과 (2)케이스는 당연할 거다. 근데 실전에서 (1)과 (2)의 상황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개인적으로 가장 내게 혼란을 안겨주었던 상황은 (3)이다. 마침 오늘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에 좋은 사례가 있는데 엔씨소프트다.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으로 발표한 리니지M이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면서 약 2038억의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물론 이는 컨센서스를 약 15%가량 웃돈 실적으로 오전에 약 10%가량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컨콜에서 블레이드&소울의 출시일이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이유로 주가는 쭉 하락해 마이너스로 마감했다.
이 케이스는 그래도 블소 모바일의 출시가 늦춰졌다는 내용이 발표된 후 주가가 하락한 것이니 이유가 명확해 주가 하락이 이해라도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해가 안 가는 케이스들이 더 많다. LG전자와 같이 1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한 후 아래로 하락했고, 이 외에도 꽤 많은 종목이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보통 실적이 추정치보다 좋았음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은 두 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이번 분기 실적이 정점을 찍고 다음 분기 실적이 하향 추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는 경우이거나, 이번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 되어있는 경우다. 이 두 가지 상황이 없는 경우여야만 주가는 좋은 실적과 함께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은 1분기 실적이 나오면 이때의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다음 분기인 2분기와 연간 실적 추정치를 수정한다. 그래서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되기 전인 4월 1일 기준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와 대부분 대기업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어제 기준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0% 이상 증가한 기업들이 어떤 주가 상승률을 보여줬는지 표로 만들어봤다. 만약 1분기 좋은 실적을 발표해 2분기 실적 추정치가 상향됐다면 상식적으로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만약 이런 컨셉으로 투자를 했었다면 약 60%가량의 승률을 거뒀을 것이다. 물론 이는 중간에 들어가는 거래비용 등을 모두 제외했을 때의 계산이다. 어찌 보면 60%란 승률은 꽤 해볼 만한 것으로 보이실 수도 있지만, 중간에 들어가는 거래비용이나 마켓 타이밍을 고려한다면 승률이 50% 미만으로 내려갈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 ‘절대적인 비법’과는 거리가 있다.
위의 승률은 아마도 내 주장에 약간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주가는 꼭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을 때 상승하는 것이 아니며, 그 앞뒤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심지어 심리적 요소까지도 일정 부분 계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실적이 추정치보다 좋다고 해서 무조건 기계적으로 매수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필자가 쓴 글을 꾸준히 읽으셨던 분이라면 "왜 실적 분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그렇게 열심히 실적을 팔로업 하느냐” 라는 질문을 던지실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여기에 오늘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요점이 있는데, 내가 실적을 분석하면서 보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는 신호를 실적을 통해 포착할 수 있고, 둘째는 중장기적인 기업의 방향성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이번 분기에 얼마나 더 잘 나왔는지 또는 못 나왔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적이 잘 나왔다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만약 시장에서 커버하는 애널리스트가 없는 기업이 엄청난 실적을 발표했다면 이것보다 좋은 매수 타임은 없다) 내가 빠르게 매매해서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은 긴 시계열을 가진 투자자라면 매 분기 발표되는 실적을 놓치지 말고 보셔야 하며, 이번 분기 실적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다음 분기, 조금 더 나아가 회사가 전략에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본다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