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잘못된 부산시정 대대적 혁신 예고, “더 잘하겠다. 초심 유지할 것” 강조
6·13 지방선거를 거치며 부산의 정치지형이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 민심은 극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자유한국당 독점 구도의 23년 정치가 막을 내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으로 지방권력을 확보한 것이다.
부산시의원 41석, 기초단체장 13곳. 지난 1995년 첫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민주당 후보가 부산지역에서 완승을 거뒀다. 정치적 기득권을 누려왔던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공고한 지역주의 벽은 무너졌고, 보수정치는 사실상 붕괴했다. 그 정점에는 부산시장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3전 4기 도전 끝에 부산시 입성에 성공한 오거돈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상대로 18%P라는 큰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27일 부산시장직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난 오거돈 당선자는 민주 진영의 압도적 승리에 결코 자만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떤 면에서 무섭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가라앉힐 수도 있다. 정말 우리가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 당선자는 “(압승은) 기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무섭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초심을 유독 강조했다.
오 당선자는 압도적 승리 배경에 ‘문재인’, ‘평화’, ‘심판’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70년 만에 온 평화의 시대를 염원하는 바람이 엄청났고, 이는 다시말해 (민심의) 자유한국당의 장기권력 오만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덕택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3전 4기한 저에 대한 사랑도 조금은 있지 않았겠느냐”고 웃었다.
그런 그는 잘못된 관행과의 결별을 예고하고 있다. 첫 행보는 불통의 상징이었던 부산시청 광장 앞 대형화분, 화단의 철거다. ‘소통’ 시정을 강조하기 위한 만든 시민소통위는 26일 시청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이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외압 논란으로 영화인의 보이콧까지 받았던 부산국제영화제도 정상화하기로 이용관 BIFF 이사장 등과 협약했다. 독립성·자율성을 확고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 오 당선자의 의지다.
대대적인 인사 혁신도 예상된다. 오 당선자는 과거 측근 혹은 공무원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서 시장이 추진한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는 것이 자신을 뽑아준 시민의 뜻이라고 봤다.
다음은 오 당선자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 -23년 만의 지방권력 교체다. 그 의미를 어떻게 보나?
답변 =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못했다. 못했기 때문에 두렵고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질문 -그동안 인수위, 시민소통위 활동에 점수를 매긴다면?
답변 =점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다들 고생을 하고 있다. 인수위에 대한 조례가 없다보니 교통비도 드리지 못하는데 다들 밤늦게까지, 휴일도 나와서 일하고 있다. 부산에서 첫 정권교체인 만큼 다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 점수를 매길 입장이 아니다. 인수위와 시민소통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은 제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분들이니만큼 제가 잘 보여야 한다.
질문 -가덕신공항 재추진을 두고 논란이 많다.
답변 =어제(26일) 부·울·경 광역자치 단체장 당선자들이 동남권 상생 협력에 동의했다. 그 내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은 신공항 건설을 위해 부울경 공동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돼 있다. 취임 후 T/F를 구성해 차근차근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
질문 -부·울·경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답변 =이번 7기 민선 시정 중 가장 중요한 건 광역적 접근이다. 과거에는 부·울·경은 대화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부·울·경뿐만 아니라 전남에서 부산에 이르기까지 남해안 광역권의 협력 관계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미 후보 시절 전라도와 부산-목포 KTX 등 여러 가지 경제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제는 당선자 입장에서 협력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질문 -지난 서병수 부산시장 시기 9차례에 걸쳐 부산시청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부산시에 대한 불신이 높은데 이를 극복할 방안은?
답변 =지난 30여 년의 일당독점이 가져온 폐해가 드러난 것이자, 내부 자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 고인 물이었다.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전임 시장의 일이었지만 아직도 그런 풍토가 내부에 만연해 있다고 봐야한다. 부산시장 당선인으로서 시민들에게 대신 사과를 드리고, 방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인사부터 바로 잡겠다. 인맥과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바른 평가제도를 시급히 마련하겠다. 시장을 위해 일하고, 정치조직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없도록 일벌백계하겠다. 모든 행정이 시민을 위한 것임을 자각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겠다. 죽어 있었던 시의회의 견제기능이 소생할 수 있도록 민주당 소속 모든 당선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질문 -시의회의 민주당 석권으로 부산시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답변 =지난 23여 년간 일당독점이 오늘의 선거 결과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들도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참으로 크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시의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시장이나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다. 부산 발전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시의회와 시가 파트너가 돼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서로 견제하는 그런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
질문 -선거기간 남북교류협력특위를 발족하는 등 남북교류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 준비된 사업 또는 진행 방향은?
답변 =인수위 단계이니만큼 아직은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다방면의 남북교류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제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 지금 한반도에 다가오고 있는 교류와 협력 분위기는 부산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다. 선거기간 내내 평화가 곧 경제라고 말씀드렸다. 부산이 동북아 해양수도로 가기 위해 남북교류 사업을 부산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 분야에만 집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화, 의료, 해양과학 등 다양한 교류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질문 -소녀상에 이어 일본영사관 앞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두고 갈등 및 논란이 있었다. 이를 허용할 생각은 없나?
답변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표현한 조형물이다. 법적 잣대로만 처리할 수 없는 현실의 외교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관리하는 방안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과 같은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고,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하겠다.
질문 -2020년으로 다가온 공원일몰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다. 부산시의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답변 =지난 20년간 준비없이 방치하다가 2년을 남기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부산은 전국 광역시도 중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꼴지에서 3번째로 적다. 이 문제는 사유재산의 보호와 공공성의 가치가 충돌하는 아주 민감한 사항이다.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항인 만큼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협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에 대한 국비지원과 국·공유지 일몰제 대상 제외 등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타 지자체와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시도 예산을 확보해 국비와 시비 매칭을 통해 우선순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일단, 올해 추경에 토지매입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처럼 토지매입을 위한 지방채 발행도 고려해 달라고 인수위원회에 지시했다. 자치구·군과도 협력해 우리 시가 할 수 있는 조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부산의 공원과 녹지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질문 -부산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답변 =부산경제가 안 좋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안 좋았기 때문이고, 시야를 좁히면 부·울·경 경제도 예전 같지 않다는 방증이다. 부산 경제를 되살리는 해법을 부산 자체에서 찾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산의 역할은 어디에 있는지, 부·울·경 내에서 부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향후 부산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2가지를 집중할 생각이다. 먼저 그동안 부·울·경 전체를 이끌고 있던 부산의 전통산업(조선, 기계 등)에 혁신의 날개를 달아주어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다. 둘째로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 또는 부·울·경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전략산업에 대한 발굴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병행할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향후 전략산업의 육성과 관련해 부·울·경이 서로 다투기보다는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중앙정부에 공동으로 요구, 관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질문 - 지난 시정에선 ‘불통’ 논란이 계속됐다. ‘소통’에 대한 입장은?
답변 = 지난 민선 6기까지 30여 년 동안 이런 부산이 추락하는 모습의 가장 큰 원인은 불통의 행정이 있었다고 본다. 그야말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모든 걸 투명하게 공정하게 하는 자세를 유지하겠다.
질문 -서병수 시장이 추진한 공약 중에는 거액의 세금이 투자되거나 장기적 사업이 많다. 이를 모두 취소시키기에는 힘들어 보이는데.
답변 =물론 지난 정권에서 한 것이 옳으면 계승할 것이다. 지난 정권의 실정도 책임지는 자세를 갖겠다. 잘못된 정책은 깊이 살펴서 바로 잡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저를 뽑아 준 시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점들을 정확히 짚어서 바르게 하는 것이 시장의 첫째 임무이고, 지금 인수위에서 다방면으로 지난 시정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 중요 사안은 신중하게 대응해서 ‘늦어도 바른 것’을 선택하도록 하겠다. 어느 한 사람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작은 부분까지 챙겨 보겠다. 인기나 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 시민과 충분히 공감하고 고려해서 올바른 길로 가겠다.
질문 -취임식은 어떻게 준비되나?
답변 =과거 취임식은 공무원이 주인이 되는 형태였지만, 이번엔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이번 취임식의 컨셉이라고 볼 수 있다. 비가 많이 올 것 같아 걱정되는데 실외가 아닌 실내 행사로 치루려 한다. 장소는 북항 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다. 이곳은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 출범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질문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에게 어떤 4년을 준비하고 있는지 한 말씀 해달라.
답변 =14년 만에 다시 또 시청으로 복귀하게 됐다.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런 기회를 주신 것은 3전 4기 하는 동안 더 연마하고, 각오를 다지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시민 여러분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고 뜨거운 신뢰를 보여주신 데 대해 눈물겹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거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그야말로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만드는데 전력투구 하겠다. 감사하다.
- 기사 : 김보성 기자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