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한창 유행했던 놀이.
사회적으로는 심각한 문제였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많이 했던 놀이.
신창원 놀이.
희대의 탈옥수, 살인범 신창원을 빛대서 만든 이 놀이는 엄청난 인기였다.
놀이방법은 간단하다. 술래잡기의 반대이다.
보통 술래잡기는 1명의 술래가 여럿을 잡는것이지만 신창원 놀이는 다수가 1명의 신창원을 잡는다.
경찰 역할도 있고, 시민역할도 있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늘 신창원이었다.
신창원의 역할은 딱 1개이다. 그냥 냅다 뛰어야한다.현실 세계에서 신창원처럼 숨고 뛰며 살아남아야 한다. 경찰역할을 하는 아이들에게 잡히면 여기저기 맞는다. 맞기싫으면 뛰어야한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이면 토끼몰이 하듯이 나를 몰아붙인다.
신창원이라는 나쁜 사람을 잡는다는 역할극에 빠져서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그냥 토끼몰이였다. 몇몇 아이들은 역할극에 심취해 나를 때리는것에대한 죄책감조차 잊은듯 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사뭇 진지함과 함께 정의감까지 엿볼수 있었다.
원래 신창원 놀이에서 신창원은 시민역할을 하는 사람을 감염시켜 함께 탈옥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신창원인 우리반에서는 그런것이 없었다.
맞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신창원놀이를 하고나면 여기저기 멍들거나 다친다. 그렇지만 덜 서러웠고 덜 슬펐다. 아이들과 '놀이'를 한것이니까. 놀이하다가 다친거니까 덜 서러웠다.
약을 발라도 덜아프고 왠지 빨리 낫는것 같은 기분이었다. 단순히 아이들과 놀았다는 기분이 더해졌을 뿐인데..
그당시 신창원 놀이는 나를 때리는 아이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도 하였지만 나 스스로 맞은것이 아니라 논것이라는 합리화의 수단이었다.
그 당시 신창원으로써 뛰면서 했던 생각.
'내가 지은 죄는 무엇이며 저들은 나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죽기살기로 뛰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니?
얘들아 나는 범죄자가 아니였어.
나도 경찰역할 한번 해보고 싶었어.
지난일이지만 나는 그때 함께 논것인지 아니면 놀이의 수단이었는지 알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