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발레를 알면 보이는 새로운 미적 기준 시리즈는 아직 한 편이 남았습니다만
오늘은 불금이니까(무슨 상관...) 그냥 어제 발레 클래스에서 (헐떡이며 가쁘게) 숨 쉰 이야기만 간단히 적어봅니다.
어제는 제가 듣는 클래스의 3월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암튼 저희 선생님께서 엄청나게 열의에 불타오르시는 바람에 저희 수강생들을 모두 하얗게 불태워버리셨습니다;
쉴 틈이라곤 안 주시고.... 땀 닦는 수건은 이미 다 젖어서 닦아도 닦아도 이젠 닦이지도 않고...
점점 숨은 가빠져 오고... 정신은 혼미해지고 이러다가 오늘 내가 죽겠다 싶은...
발레 클래스 듣다가 이런 적이 처음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번 이럴 때마다 너무 힘들어요(근데 그 힘든게 너무 좋아요 ㅠㅠ 변태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최근에 지젤을 보고 와서 그런지,
어제따라 저희를 그렇게 몰아부치시는 선생님이 마치 윌리들의 여왕, 카리스마와 위엄이 쩌는 미르타처럼 보이셨습니다.^^*
아직 살만하지?? 일어나라 멈추지 말고 더 춤춰라 이것들아!!!
(지젤에서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는 밤에 숲 속 무덤가를 지나는 남자들에게 밤새 춤추도록 저주를 내려 결국 힘드러 듀금...하게 만듭니다)
아 정말 어젠 너무 힘들어서, 바워크(barre work)와 센터워크(center work) 사이에 있는 잠깐의 스트레칭 시간에 이러고 있는게 차라리 편안하고 쉬울 지경이었....
https://goo.gl/images/Umx7Ye
발레 클래스 중의 흔한 꿀맛 휴식.jpg
그리고 클래스가 이제 끝나갈 무렵! 쁘띠알레그로(petit allegro, small jumps)로 마무리하시더군요. 스몰점프 뭐 간단히 조금 뛰고 말 줄 알았는데....
아놔 이건 또 무슨..? 선생님 안 그러셨잖아요 왜 플리에(plié) 섞어가며 하는 샹쥬망(changement) 3-3-7을 8세트를 한번에 연달아 시키시는 거죠....? 이러실거면 차라리 순서 어려운걸로 할테니깐 짧게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게다가 전 앞에 마킹인지 모르고 이미 한 세트 제대로 했다고요...? 그럼 9세트라고요..........? ㅠㅠ
저거 하는데 물론 간단한거지만 한번에 안 쉬고 클래스 막판에 연속으로 104번 (앞에 마킹까지 제대로 하는 바람에 사실상 117번) 제자리 점프를 뛰려니 ㅋㅋㅋㅋ 나중엔 뭔가 해탈하고 이게 내가 뛰는건지 그냥 몸이 저절로 뛰어지는건지 모르는 경지가 오더군요 ㅋㅋㅋㅋㅋ
이건 마치 미르타가 춤추다 죽으라는 저주를 내려서 쉬지 않고 앙트르샤 씨스(entrechat six)를 뛰는 알브레히트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영상속 저 점프는 단순한 제자리 점프가 아니고 전 104번은 커녕 단 1회도 할 수 없는 점프입니다. 그냥 기분이 그랬다고요. 기분이... 제가 저 점프를 할 수 있다는게 아니라....)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클래스를 마치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다음 클래스 전 그냥 혼자 몇개 더 연습해보겠답시고 쥬떼 앙투르낭 (jeté en tournant) 한번 뛰어보려고 했는데욬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원래 쥬떼 앙투르낭은 이런 동작입니다. 물론 제가 뛸 때와는 상당히 다른 퀄리티네욬ㅋㅋㅋㅋ)
저 점프가 한 발로 착지하는 점프거든요.
저거 착지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엨ㅋㅋㅋㅋㅋㅋㅋㅋ
넘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아주 스무스하고 자연스럽게
그대로 무릎 꿇고 앉아버렸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치 의도한 것처럼요ㅋㅋㅋㅋㅋ
순간 스스로 지금 이 상태에서 이 점프를 시도하다니 내가 잠시 미쳤었군...라며 그냥 쿨다운 스트레칭이나 앉아서 좀 하다가 집에 왔다는..
별거 없는 그냥 발레 클래스에서 숨 쉰 이야기였습니다.
(끝)
(위에 선생님이 미르타 같으셨다고 적었지만 사실 저희 선생님은 엄청 애기애기하고 여리여리하신 분이십니다. 정작 본인은 어제 수업이 그렇게 스파르타였는지 모르셨던 것 같아요. 끝나고 선생님께 가서 너무 힘들었어요쌤~!!!!ㅠㅠ라고 울부짖었는데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우웅? 그렇게 힘들었어용??" 라고 놀라시더군요....)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