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은 여성의 출산능력을 나타내는 현상으로서 많은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 다산을 기원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생각되었다. 더구나 여성의 월경주기라는 것은 달의 공전주기에 가깝게 일어나기 때문에, 탄생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이고도 신비주의적인 현상으로서도 인식이 되어져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여성의 생리현상을 은밀하고 숨겨야하는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에 있어서는 어떤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시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강한 태평양 뉴기니 섬의 고지에 살고 있는 어느 부족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여성의 월경을 부정시하는 경향이 유달리 강하다고 하는데, 월경 중인 여성은 자신의 식사를 직접 채집해야 하며 그 중에는 남성의 신체적 상징(음경을 연상시키는 모양)과 비슷한 음식물이 포함되어서는 안되며, 또한 월경 초기에는 그 부정이 더욱 심하기 때문에 소녀는 같이 식사를 하거나 자신의 신체에 가족이라도 가벼운 접촉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약간이라도 남성이 여성의 생리혈에 접촉을 하게 되면, 남성은 회복이 불가능한 심한 병에 걸린다고 믿어지며, 여성이 자신의 남편에게 주술을 걸 때에는 자신의 생리혈을 사용한다고도 한다. 북미지역의 어느 인디언 부족에서도 여성의 월경을 부정시하였으며, 월경이 시작되면 여성이 그 기간동안 머무는 방을 따로 마련하여서 지내게 할 정도로 차별을 두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옛적에 여성의 생리대를 '개짐' 이라는 단어로 불렀는데, 이 단어 자체가 낮추어서 천대하는 듯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한마디로 ' X 같은 천'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생식기 주위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 '샅'이었는데, 무언가 음침하고 숨겨야 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여성이 월경주기가 되면, 생식기인 '샅'에 '개짐'이라는 수건을 차고 생리혈을 받아낸다고 했던 것이다.
결국은, 오늘날까지도 여성의 생리현상을 부정시하고 터부시하는 근원적인 이유를 살펴들어가보면, 원시적 시절부터 이어져온 여성에 대한 천대문화의 연속이었으며, 더구나 피라고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쉽게 쳐다보거나 접촉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의식이 결합되어지면서 더욱 더 여성의 월경을 밝혀서는 안되고 숨겨야하는 음침한 것이라는 문화로 자리매김 하게끔 되었을 것이다.
얼마전 한국 최초로 생리 탐구 다큐를 표방한 <피의 연대기> 라는 영화가 18일 부터 개봉된다는 기사보도가 있었다. 이 영화에는 생리대와 역사, 사용방법 등을 소개하며 여러 여성들의 생리경험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 영화의 한 장면에는, 여성이 편의점에 들러서 생리대를 사려고 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있다. 어느 여성이 생리대를 사기전에 그 편의점을 한 번 둘러본다. 그리고 남자손님이 없을 때를 기다려서 재빨리 카운터로 가서 생리대 포장을 내미는데, 여자 알바는 그 여자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얼른 검정색 봉지에 담아서 건네준다. 이처럼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서는 여성이 생리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의 생리용품을 함부로 남에게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진다.
<피의 연대기> 라는 이 영화를 제작한 여성 감독을 취재했던 경향신문사의 남자기자는 이 보도기사에서 고백하기를, 자신은 결혼후에 같이 살고 있는 아내가 사용하는 생리대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고 고백을 한다. 아내가 굳히 숨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드러내놓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할 것이다. 자신의 생리대를 같이 살고 있는 한 집안의 가족들끼리라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숨겨야하는 물건이 바로 여성의 생리용품인 것이다. 더구나 이 영화를 제작한 여성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일부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를 하자, 영화 내용에 대해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고, 주변에서도 왜 하필이면 이런 영화를 만들었느냐라는 반응들을 보였다고 한다.
참 이상하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아니면, <피의 연대기> 라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고, 여성의 생리혈이 전혀 더럽다거나 이상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나'라는 남자가 아주 이상한 것일까? 원래 이런 이야기에는 터부시하고 천대하고 꺼림칙한 것으로 여기고 언급을 아예 하지도 말거나 아니면 장난스럽게 실실실 웃으면서 하찮은 것을 상대한다는 듯한 인상을 지으면서 가볍게 넘어가버려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글로써까지 풀어내고 있는 '나' 라는 사람은 사회적 공감대에 합류하지를 잘 못하는 반정서적 장애인일까?
여성의 생리혈이 왜 더럽고 천대받는 것일까? 그렇다면 응급실에 실려온 중증외상환자의 피는 거룩하고 깨끗한 것일까? 그렇게 피에 대한 거룩한과 신성함을 주장할 수 있다면, 여성의 생리혈이야말로 가장 거룩하고 신성하고 아름다운 피가 아닐까? 또한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는 거룩하고도 신성한 여성의 생리혈을 받아주는 생리대는 정말 고귀하고 소중한 물건이 아닐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왜 자기들 스스로가 생리대를 구하는 것에 대해서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가면서 구하고만 있는 것이지? 같은 한 집안에서 살고 있는 가족끼리는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모두가 똑같이 똥 오줌을 싸대고 있으면서, 왜 여자의 생리만은 가족들 앞에서도 드러내놓고 보여주면 안되는 음침한 것일까? 어쩌면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을 서술하고 있는 내가 괴이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 정신이상자이거나 혹은 궤변론자가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