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장 흔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서민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김밥이라고 할 것이다. 김밥의 기원에서 대해서는 문헌상 기록을 토대로 할 때는, 조선시대부터의 기원설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제시대 일본식 초밥이 알려지면서 그 형태를 흉내내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일본 음식에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김밥의 형태와 전혀 다른 음식만 있을 뿐, 한반도 자생의 김을 겉포장으로 해서 그 안에 밥과 단무지 계란 시금치 당근 나물 등을 가지각색으로 넣어서 백화점식으로 만드는 것은 한국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김밥의 형태는 1960~197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에 베이비붐 세대들이 태어나면서 학생들 수가 급증하고, 연례행사 식으로 학교소풍을 가게 되면서 너도나도 서로 비슷한 형태의 김밥을 말아서 도시락을 싸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나이가 드신 분들은, 어린 시절 소풍날 아침에 김밥도시락을 싸고 있는 엄마 옆에 앉아서 집어 먹던 김밥 꼬투리를 어린 시절 최고의 별미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김밥에는 경제학적 사회학적 경영학적인 여러 요소들이 포함되어져 있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안다. 김밥의 썰어진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라. 그 김밥의 속을 보고 있노라면 그 광경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이 김밥의 단면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안에서 자유시장경제의 모든 흐름이 담겨져 있음이 느껴진다. 밥, 소시지, 당근, 단무지, 연근, 계란, 시금치, 햄 등등 영양학적으로는 최고의 조합걸작품이요, 실물경제학의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그 안에는 물가변동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장바구니 경제학의 측면에서부터 길거리표 김밥 한줄이 1500이라는 단가가 나오기 위해서 물류, 유통, 재고처분 등의 기회비용의 운용측면이 포함되어져 있으며, 또한 서울 강남 역삼역 대로변의 박스안에 든 2000원 까리 김밥이 길건너 김밥천국 매장의 5000원짜리 김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회학적 경쟁마케팅의 측면까지 고스란히 포함되어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주말과 야외행사 때, 그리고 소외계층 봉사활동을 할 때에는, 가장 만만하게 보내줄 수 있는 음식아이템이기도 하니, 사회구성원끼리의 공감어린 사회적 커뮤니케이션까지도 이끌어내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적인 난해한 이론들을 잘 몰라도, 단연코 김밥 한 줄이 던져주는 물음과 그 속에서의 해답은 우리에게 실생활속에서의 박학다식한 지적충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동네 길거리 분식코너의 1500원짜리 김밥 한줄이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것에서 행복감을 누릴 수 있고, 우리나라 택배기사님들과 운전기사님들이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대한민국의 거대한 물류유통현장을 유지발전시켜나가고 있으니, 그 경제학적인 측면에서의 지대한 영항력에 깊은 경외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더구나 김밥을 만들때에, 그 안에 어떤 재료를 어떤 순서로 어떤 배합으로 넣어서 만드느냐에 따라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의 시각과 먹을 때의 미각에 심리적인 안정감과 행복감, 그리고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니, 이것이야 말로 심리학 철학의 경지까지도 종합된 현대판 학문세계의 종합구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며칠전 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학가에서 김밥을 팔던 명소들이 잇단 폐업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16년 된 이화여대 안의 '이화사랑' , 50년 된 서울대 안의 '솔밭사랑' , 26년 된 경희대 안의 찻집 '녹원' 등은 오랫동안 대학가명물이자,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김밥과 분식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으로 사랑을 받아왔었는데, 안타깝게도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진출로 인하여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물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그 흔하디 흔한 김밥이야 프랜차이즈 업체가 들어온다고 해도 여전히 만들어지기는 하겠지만, 왠지 오랫동안의 손맛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가 소풍날 아침마다 정성껏 싸주시던 김밥의 아련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