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영화 개봉을 목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우선 북미에서 개봉했을 때 로튼토마토 지수가 매우 높아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먼저 볼 수도 있었는데, 대만 여행에 갔을 때 제가 귀국하고 다음 날에 이 영화가 개봉하더군요 ㅠㅠ.. 대만 여행을 조금 늦게 갔었더라면 주저없이 이 영화를 먼저 보고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9월에 개봉 소식을 듣고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야지 생각했는데, 글 제목처럼 이 영화, 정말 영화관에서 보길 잘한 것 같습니다. ^^
눈과 귀를 충족시켜주는 영화, 눈과 귀가 쉴새없이 활동해야하는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음악과 액션이 함께라면
액션 영화에서 효과음과 음악은 빠질 수가 없습니다. 둘은 착 달라 붙어야 액션 영화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에드가 라이트는 자신의 영화의 디렉션을 관객에게 밝힙니다. '음.. 제 영화는 아마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 입니다.'하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는 그렇게 음악과 화려한 편집으로 이어진 액션들의 향연들로 영화가 시작되고,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습니다. 적어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는 충분히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감독은 4년 전부터 35여곡의 플레이 리스트를 정하고 대본에 영감을 불어 넣었다고 합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최대한 쇼트들을 분석해내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음악과 쇼트들의 관계를 세심하게 짰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았네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그 지점이 관객이 만족할만한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음악들이 포함된 OST의 저작권만 해결하는데 1년 넘게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하네요. OST가 나오면 모두 다시 들어보고 싶을만큼 좋은 곡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은 대본이 담긴 아이패드를 받았는데 음악이 대본을 이끄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부터는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쉬운 각본과 캐릭터 특징의 부재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연출한 영화 대부분이 자신이 직접 각본을 썼습니다. 이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도 마찬가지로 직접 각본까지 쓰고 연출을 한 영화입니다. 대게 각본과 연출을 함께하는 것이 쉬운 작업일 것으로 보이지만,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영화들은 대부분 유명한 감독, 그러니까 정말 천재 감독이라고 불리우는 감독들이 이 각본과 연출,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내고 맙니다.
에드가 라이트도 영화 역사에 남을만한 거장 감독들처럼 두가지 모두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균형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장르로서의 쾌감은 좋았으나, 각본과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범죄 액션 장르로서는 충족한다고 봅니다. 다만 다른 범죄 액션 장르의 영화들은 어떻게 범죄를 지능적으로 일으키느냐, 이 과정에서 액션이 부여되면서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이 영화는 오히려 반대로 탈출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죠. 조직의 범죄 행각은 드러나지 않고 오직 베이비가 선택한 음악과 함께 차가 달리는 질주에 영화의 힘을 쏟아 붓습니다. 이 부분이 영화의 특징이고 아주 잘 살려냈죠.
각본이 아쉬웠던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네요. 관객은 주인공에게 주로 감정을 이입하는데, 베이비가 충분히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였나에는 의문이 생깁니다. 베이비를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악당들의 시선대로 그려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랬다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벳츠 캐릭터도 더 살렸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오히려 뱃츠가 살아서 베이비를 괴롭힐줄 알았는데... 더 특징이 없어보이는 캐릭터가 남아서 베이비의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약간 의아했습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캐릭터도 아쉬움이 남네요. 같은 이유지만, 베이비를 제외한 캐릭터들이 모두 '돈'으로만 점철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캐릭터들은 더 깊어질 수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명확하게 돈을 한탕 버는 것인데, 그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불문명 합니다. 이것 때문에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너무 쉽게 희석되어버린 것 같네요.
그러니까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릴 때면 카체이싱과 함께 곁들어진 음악에서 나오는 쾌감이 우선적으로 떠오를 것 같고, 어떤 특정한 캐릭터의 매력이 먼저 떠오를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영화관에서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묻는다면 저는 과감히 이 영화를 선택하겠습니다. ^^ 부족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