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호는 일영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코앞에서 규호는 웃으며 말했다.
" 잠깐 폰 빼고 솔직하게 말하자."
일영이 손 쓸 세도 없이 규호는 일영의
코트 주머니 속 핸드폰과 녹음기까지 뺐다.
규호는 녹음기를 살펴보았다.
" 녹음기네? 이럴거면 왜 신고 안했나?"
일영은 지금이라도
차를 타고 도망가야 하나 고민했다.
지금 죽으면 일라는 영원히 진실을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규호는 일영의 차문 앞에 서서 기대고 있었다. 규호는 일영을 보며 피식 웃었다.
" 말을 해."
일영은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 왜 제 동생입니까? 널리고 널린 게 여자입니다. 제 동생만 아니라면 눈을 감겠습니다. 더 예쁜 여자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규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일영을 잠시 바라봤다.
" 네 동생이어서 고른거야, 일영아.
하일영의 동생이어서. 우리의 동맹을.."
규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 더 강화시키려고."
일영은 벙찐 표정으로 규호를 바라봤다.
" 왜 접니까?"
" 넌 너랑 관계없는 일이면 넘어갈 거라는 걸 아니까.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고..동생 걱정은 하지 마. 일라는 안 건드릴게."
규호는 웃으며 말했다.
" 네가 헛짓거리만 안하면."
차를 타고 돌아가는 내내 일영은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 규호는 날 죽이지 않았어.'
생각해보면 그에게 높이 평가받았던 건
비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럽혀지기 위함이었다.
일영은 일라를 생각했다.
'도망갈 수 있을까.'
그와 그의 가족들이 어디를 간다해도
독한 규호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라에게 진실을 말해서 헤어지라 하면
규호가 말한 걸 눈치채고 일라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맞는 걸까.
' 난 어쩌면, 영영 구원받을 수 없는 걸까.'
그의 눈에 눈물이 어른거렸다.